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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환아, 보고 싶어 왔다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8. 2.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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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재환아! 보고 싶어 왔다

     

    글쓴이: 배수경 (청학장애인공동생활가정 사회재활교사, 2023)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새하얀 눈이 무릎 높이로 내리던 날이었다. 내가 당직 근무 중일 때 재환 씨 아버님께서 전화를 거셨다. “선상님! 재환이 보고 싶어 지금 출발했십니더. 제가 다리가 불구라 시간이 걸릴 것 갓십니더. 우리 재환이한테 아빠 온다고 전해주이소.” 재환 씨 아버님은 사고로 다리를 잃어 의족을 사용하신다. 그래서 이 눈길을 어찌 오실지 걱정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재환 씨가 말했다. “아버지~” 밖을 보니 눈길을 헤치며 재환 씨 아버님께서 걸어오셨다. 바지가 눈에 다 젖고 머리는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아버님께서는 밝게 웃으시며 두 팔을 벌리셨다.

     

    재환 씨 방에서 아버지와 재환 씨가 마주 앉았다. 그동안 재환 씨는 아버님을 손꼽아 기다렸고, 아버님은 그토록 애틋한 마음으로 눈길마저 헤치며 오셨는데, 멀뚱멀뚱 서로 바라만 본다. 보다 못한 내가 말했다. “재환 씨, 아버님께 잘 지냈다 말씀 드리고 건강도 여쭤 봐요.” 헌데, 몇 마디가 오가고는 이내 조용해졌다. 나는 재환 씨 아버님의 젖은 점퍼와 신발을 말렸다. 아버님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선상님! 저는 이제 갈랍니다. 아들 봤으니 됐심더. 신발 고마 말리소. 금방 또 젖심니더.” 아들을 만난 지 30분도 되지 않아 가신다기에 더 계시라 했지만, 버스 끊기기 전에 가셔야 한다며 부랴부랴 나가셨다. 아버님께서는 내 손에 검은 봉지 하나를 얹어 주시고는 너무 작은 선물이라 미안하다며, 아들 맡긴 아비가 무심해서 또 미안하다 말씀하시고는 아들과 잠깐 눈인사 하고 가셨다.

     

    검은 봉지엔 제과점에서 파는 찹쌀떡이 들어있었다. 이제야 흠뻑 젖은 아버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버님 댁에서 재환 씨가 사는 곳으로 오려면 버스를 세 번 갈아타야 하는데 마지막은 버스를 타지 않고, 버스비를 아껴 제과점에서 찹쌀떡을 사시고 여기까지 걸어 오셨다. 나는 한참 찹쌀떡을 만지작거리다 차마 먹지 못해 냉동실에 보관했다.

     

    매일 냉동실을 보며 내가 업으로 삼은 사회복지사가 가진 가치에 대해 생각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몸과 마음이 지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재환 씨 아버님께서 주고 가신 찹쌀떡을 떠올린다. 그리고, 두 분이 마주 앉아 손만 만지작거리던 그 모습에서 느꼈던,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사랑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 많이 말하지 않아도,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이어지는 감정을 전부 표현할 수는 없다. 그저 어렴풋하게 잔상으로 남아 아련할 뿐이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배수경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배수경 선생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남희은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배수경 선생님, 걸작을 쓰셨습니다. 본문에는 '마음으로 이어지는 감정을 전부 표현할 수는 없다'고 쓰셨지만, 저는 배수경 선생님께서 모두 표현하셨다고 믿습니다. 두 분이 침묵을 방석 삼아 앉으셨던 30분. 배수경 선생님께서 침묵을 침묵으로 표현하셨기 때문에, 오히려 독자 귀에 짱짱하게 울리는 목소리를 잡아 내셨다고 저는 믿습니다. 

     

    이 글을 읽노라니, 침묵은 상상을 낳고, 상상은 사랑을 낳고, 사랑은 눈물을 낳는 듯합니다. 재환 씨와 재환 씨 아버님은 서로 만나지 못했던 시간에도 만났고, 헤어지는 순간에도 만났으며, 헤어지고 나서도 만났습니다. 모든 이야기를 구구절절 다 꺼내지 않으셨는데도, 두 분 사이 허공을 통해 30만 볼트 전기 에너지가 전달된 듯 강렬합니다. 

     

    사회복지사라면 누구나 마음 속에 찹쌀떡 봉지 하나 정도는 품었으리라 믿습니다. 말로 다 표현하지는 못하는, 하지만 온갖 사연이 담긴 찹쌀떡 봉지. 봉지를 까지 않고서도 찹쌀떡을 독자에게 먹여 주신 솜씨, 크게 인정하고 칭찬합니다. 배수경 선생님께서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셔서, 검은 봉지 않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시면 좋겠습니다. 


    <배수경 선생님께서 쓰신 또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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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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