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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돼?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8. 9. 06:47728x90반응형
엄마,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돼?
글쓴이: 박지선(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연구원,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얼마 전 태권도 학원 차를 기다리는데 아홉 살 아들이 죽음에 대해 물었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갑작스럽게 질문을 받으니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뭐라고 답해야 좋을지 좀 막막했다.“글쎄. 죽은 사람을 만나거나 얘기를 들을 수 없으니, 죽고 나면 어떻게 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 음... 아마 좋은 일 많이 한 사람은 좋은 곳에 가고, 나쁜 일 한 사람은 지옥에서 벌을 받겠지.”
“그럼 엄마는 죽으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어떻게 될까? 잘 모르겠지만 천국과 지옥이 있다면 좋은 일 많이 해서 천국 가고 싶은데. 넌 어떻게 될 것 같아?”
“나도 지옥은 싫어. 무서울 것 같아. 그리고 맛있는 것도 못 먹잖아.”
“누가 먹보 아니랄까 봐. 너에게 천국은 맛있는 것이 많은 곳이구나. 천국에 가려면
(그러려면)좋은 일 많이 해야겠네.”학원 차가 와서 죽음이 왜 궁금해졌는지 아이에게 더 물어보지 못했다. 지난 해 친할아버지 장례를 치러 봐서일까?
(치른 경험이 있어서일까?)가까운 사람도 죽으면(죽음은 가까운 사람과)헤어져야 하고(헤어지는 일이고), 슬퍼진다는 사실을(슬픈 일이라는 것을)아는 듯했다.아이가 외동이라서
(다 보니)가끔씩, 언젠가 혼자 남겨질 아이가 안쓰럽고 안타깝다.(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가족까지 대가족 형태로 모여 살아서(살다 보니 아이는)거의 매일 북적거리는 환경에서 지낸다. 그러나 언젠가는(죽음으로)하나둘 어른이 떠날(나는 순간이 올)테고, 아이는 그렇게 이별을 경험할 것이다.아이에게 죽음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나니 아이와 죽음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설사)아이가 혼자 남겨져도 의연하게 잘 살아가면(갔으면)좋겠다. 그러니 혼자 남겨질 아이를 떠올리며 안쓰러워하기보다는(에 대한 연민보다는)오히려 죽음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다.그래, 이렇게 말해 보련다: “아들, 사람은 누구나 원하지 않아도 태어나고, 원하지 않아도 죽어. 그렇지만 가까운 사람과 단절되고 헤어지면 분명히 마음이 슬퍼진단다. 엄마는 네가 이렇게 마음이 슬퍼질 때 잘 견디고 이겨내는 방법을 미리 생각하거나 배워 두면 좋겠어. 그리고 사실은 누군가와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되는 일은 기적처럼 어려운 일이란다. 그래서 우리는 주변 사람을 소중하게 대해야 해. 마지막으로, 천국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이 있을 텐데, 여기 가려면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 우리 함께 생각해 볼까?”
(사람이 태어나는 일처럼 죽는 일도 누구나 경험한다는 것, 그럼에도 가까운 이와 단절되고 헤어지는 경험에서 분명 슬픈 마음은 생길 수 있다는 것, 슬픈 마음을 잘 이겨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것, 누군가와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되는 일이 얼마나 기적적인 일인가라는 것, 그러니 주변인을 소중히 대해야 한다는 것, 맛있는 것이 많은 천국에 가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한 것... 하나씩 꺼내 아이와 이야기해 봐야겠다.)<안내>
_ 본 글을 쓰신 박지선 연구원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박지선 연구원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심화반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내용에 대한 피드백
소재/주제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저도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아서 키워서, 아이 미래를 걱정하는 엄마 마음을 무척 격하게(!) 공감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박지선 선생님께서 '박지선 답게' 아드님과 대화를 나누셨다고 생각했습니다. 담담하면서도 깊게, 하지만 역시 유머 한 조각을 잃지 않은 채. 아주 잘 쓰셨습니다.
(2) 형식에 대한 피드백
구체적인 에피소드와 이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떠올린 생각/감정을 적절하게 배분해서 소화하셨습니다. 역시, 대화록을 구사하면 독자가 소재에 좀 더 살갑게 다가설 수 있습니다. 어쩌면 흘려 보낼 수도 있었을 소재를 흥미롭게 포착하고, 마음 속에 떠오른 생각/감정을 자연스럽게 확장해 나가는 솜씨가 대단합니다.
(3) 문장/어법에 대한 피드백
(a) '관형사 + 명사 + 에' 패턴으로 이유를 나타내는 부사구를 이유를 나타내는 부사절로 바꾸세요.
원문에 이렇게 쓰셨지요: (예문1)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뭐라고 답해야 좋을지 좀 막막했다.
다들 굉장히 많이 사용하는 패턴을 쓰셨습니다. (예문 2) 나는 슬픔에 목에 메었다. (예문 3) 그녀의 익살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 사람들은 명사 뒤에 부사격 조사인 '에'를 붙여서 '이유'를 나타냅니다. 그런데 한국어에서는 명사보다는 동사를 살려 써야 문장에 생기가 돕니다. 예문으로 보여 드릴까요?
(예문 1-1) 갑작스럽게 질문을 받으니, 뭐라고 답해야 좋을지 좀 막막했다.
(예문 2-1) 나는 슬퍼서 목에 메었다.
(예문 3-1) 그녀가 익살스럽게 농담해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b) 문장 끝을 '~가 있다' 패턴으로 끝내지 마시고, 동사나 형용사로 끝내세요.
원문에 이렇게 쓰셨지요: (예문 4) 언젠가 혼자 남겨질 아이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역시, 굉장히 많이들 사용하는 패턴을 쓰셨습니다. 문장 끝을 '~가 있다'로 끝내시면, 사람이 아니라 사물이나 상황이 주어가 될 경우가 많습니다. 예문 4에서 주어는 무엇일까요? '때'입니다. 그런데 '때' 앞에 나오는 단어를 쭉 살펴 보니, 동사나 형용사에서 온 단어('연민'과 '안타까운')가 있네요. 아이를 연민하고 아이를 안타까워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글쓴이, 바로 엄마겠지요. 그러니 '때'가 아니라 '엄마/나'를 주어로 사용하고, '연민하다/안타까워하다'를 동사/형용사로 쓴다면 어떨까요?
(예문 4-1) 언젠가 혼자 남겨질 아이가 (나는) 안쓰럽고 안타깝다.
어때요? 좀 더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문장이 좀 더 간결해졌고요.
정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하라고요? 문장 끝을 '~가 있다'로 끝내지 마시라고요. 그 대신, '~가 있다' 앞에 나오는 동사/형용사 요소를 살려 쓰시라고요. 그리고 그 동사/형용사와 잘 맞는 사람 주어를 살려 쓰시라고요.
<설명 단락을 쉽게 쓰기 위한 만능 공식>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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