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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동굴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8. 13. 23:17728x90반응형
제목: 나만의 동굴
글쓴이: 박정은 (장애인보호작업장 빛과둥지 사무국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어느날 중간관리자 모임 중에 관장님께서 물으셨다. “세상에 ‘남자는 자신만의 동굴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죠? 그런데 남자 뿐만 아니라 누구나 안전하게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안락한 동굴이 있으면 좋다고 해요. 혹시 우리 중에 이런 동굴이 있는 분 계신가요?”
나에겐 매일 아침, 저녁마다 들어가는 동굴이 있다. 바로 아버지가 유산으로 주신 자동차이다. 색깔도 검정색, 동굴같이 어둡지만 무척 아늑하다. 마치 아빠 그늘 밑에서 안전하게 운전하는 느낌이 든다.
출근길 동굴에서 내다보는 바깥 풍경은 하루하루 다르다. 나뭇잎이 내 차 앞 유리에 닿을락 말락 손을 흔드는 커브 길에 들어서면 햇살이 부서져 내 얼굴을 만져준다. 마치 ‘오늘 하루도 힘내세요!’ 라고
(오늘의)나를 응원해주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동굴에서 출근길 풍경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가끔은 운전하며 듣는 라디오 노래 때문인지, 슬픈 사연 때문인지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흐를 때가 있다.)주변에 누군가가 있다면 억지로 참겠지만 굳이 눈물을 훔치지는 않는다. 이때만이라도 마음 놓고 소리 내어 운다. 이렇게 울고 나면 마음이 시원해진다. 마치 비어있는 그릇처럼 무엇이든 다시 담아낼 수 있는 내가 된다. ‘아, 요즘 내가 많이 힘들었구나. 그래서 눈물이 났구나’ 이렇게 내 마음을 돌본다.다른 이들에게는 내 동굴이 평범한 자동차로 보이지만, 나에게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아버지 유산. 아버지의 품 같은 이 동굴에서 든든함을 느끼고, 힘든 마음을 풀어낸다. 그리고 동굴 밖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오늘 보이는 햇살이 어제보다 더 따사롭다. ‘봄이라 더 따뜻하고 애틋하게 느껴지나?’ 싶었는데 눈물이 흐른다. 아니다.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서였다. 곧 뵈러 가야겠다.
<안내>
_ 본 글을 쓰신 박정은 국장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박정은 국장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심화반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내용/형식에 대한 피드백
그러게요. 누가 보면 그냥 자동차겠지만, 박정은 국장님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장소네요. 일상에서 늘 만나는 동굴(자동차)을 소재로 삼아서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을 진솔하게 잘 정리하셨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많이 공감할 듯합니다. 그리고 관장님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자동차 - 아버지 - (나만의) 동굴 이야기로 이어지는 흐름/구성이 대단히 부드럽고 좋습니다. 실력이 점점 더 좋아지는 듯하여 선생으로서 참 보기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2) 문장/어법에 대한 피드백
(a) '의'는 거의 뺀다고 생각하고 글을 쓰세요.
원문에 이렇게 쓰셨죠: (예문 1) 마치 오늘의 나를 응원해 주는 듯하다.
저는 이렇게 바꾸었습니다: (예문 1-1) 마치 '오늘 하루도 힘내세요!' 라고 나를 응원해 주는 듯하다.
'의'를 쓰면 '의' 뒤에 나오는 명사(나)가 강조됩니다. 반면에, 제가 고친 문장은 어떤가요? 자연스럽게 술어-동사('응원해 주는 듯하다')가 강조되지요. 늘 기억하세요. 명사보다 동사/형용사를 강조해야 한국어답습니다.
(b) '-가 있다' 형태는 가급적 쓰지 마세요.
원문에 이렇게 쓰셨죠: (예문 2) 눈물이 주르륵 흐를 때가 있다.
저는 이렇게 바꾸었습니다: (예문 2-1)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바꾼 예문 2-1을 보시면, 왜 이렇게 바꾸었는지 직관적으로 아실 수 있습니다. 그냥 술어('흐른다')만으로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을 굳이 '~할 때가 있다'로 쓰셨으니까요. 쉽게 생각하세요. '~가 있다'는 웬만하면 쓰지 마세요. 그 앞에 나오는 동사/형용사를 본동사로 살려 쓰세요.
잊지 마세요. 언제나, 최대한 동사와 형용사를 살려 쓰세요.
<설명 단락을 쉽게 쓰기 위한 만능 공식>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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