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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쓰기 초심자가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끼는 세 가지 어려움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8. 15.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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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 초심자가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끼는 세 가지 어려움

     

    2023년 8월 15일, 새벽 05시. 이재원 씀. 

    문득, 글쓰기를 어려워하고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에게 물었다: "글을 쓰려고 할 때 어떤 부분이 제일 어렵고 부담스러운가요?" 그는 잠시 주저하더니 세 가지가 어렵고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1) 첫 부분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2) 단락을 어디에서 어떻게 나누어야 할지 모르겠다.
    (3) 전체 분량을 얼만큼 써야 할지 모르겠다.


    위 세 가지 어려움에 대해서,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1) 첫 부분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글쓰기 초심자는 글을 쓸 때, 막연하게 '글 전체가 하나'라고 생각한다. 첫 부분을 멋지게 잘 쓰기 시작하면, 첫 부분과 연결되어 있는 중간 부분과 마지막 부분도 술술술 잘 풀려 나가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수백개로 나뉜 조각을 단단하게 조립해야 하는 레고처럼, 글쓰기는 원래 마음 속에서 서로 아무런 관계도 없이 각각 존재하는 생각 조각을 일부러 모아서 조립해야 하는 게임이다. 그래서 서두만 잘 쓰면 술술술 풀려 나가리라 기대하면 아예 시작도 못한다.

    그러면 어떻게 써야 하는가? 첫 부분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지 말고, 진짜로 쓰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떠올린다. 예컨대, 가까운 친구에 대해서 글을 쓴다면, 첫 부분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면 안 된다. 대신, 그 친구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부터 생각한다. 만약 '친구에게 고맙다'가 주된 생각/감정이라면, 이 생각/감정부터 넓고 깊게 돌아봐야 한다. 무엇이 고마운가? 왜 고마운가? 얼마나 고마운가? 이런 질문을 떠올리며 생각/감정을 정리한다.

    마음 속에서 생각/감정을 다 정리했다면, 세부 항목으로 나누어서 짧게 적어 본다. 그리고 세부적으로 가지를 쳐 나가면서 이야기를 붙여 나간다. 이렇게 쓴 내용이 무엇인가? 고전적인 글 구조인 3단 논법('서론-본론-결론')으로 말하자면, '본론'에 해당한다. 본론이 무엇인가? 어떤 대상에 대해서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다. 우리는 바로 이 이야기를 표현하려고 글을 쓴다. 따라서 우리는 첫 부분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지 말고, 본론에 어떤 내용을 써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본론 내용을 생각하고 정리할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본론은 대상에 대해서 나만 품는 생각/감정을 담는다. 독자가 본론을 읽는데, 그 내용을 이미 다 안다면,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어서 읽다가 그만둘 것이다. 독자가 어떤 글을 읽는 이유는 글감에 대해서 관심과 흥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론 내용은 독자에게 낯설고 생소(참신)할수록 좋다. 그러니 우리가 본론 내용을 정리할 때는 독자가 글감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품는 생각/감정과는 다른 새로운 내용을 써야 한다.

    그렇다면 서론(첫 부분)은 어떨까? 본론과 달리, 가급적 친숙해야 한다. 그래서 다소 뻔한 내용을 써도 괜찮다. 비유컨대, 낚시를 잘 하려면 물고기에게 익숙한 미끼를 써야 한다. 그래야 미끼를 물 테니까. 자! '첫 부분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답이 나왔다. 독자가 이미 아는 내용, 그래서 독자가 친숙하게 느끼는 내용을 써야 한다. 독자가 서두 내용을 친숙하게 느껴야만, 본론에서 나오는 다소 낯설고 생소한 이야기도 쉽게 수용할 수 있게 된다.

    '가까운 친구'에 대해서 글을 쓴다면, 서론에 어떤 내용을 써야 할까? 먼저, 본론부터 생각한다. 이 친구에 대해서 다양한 방향으로 쓸 수 있겠지만, 고마운 부분에 대해서 쓰겠다고 정한다. 무엇이 고마운가? 왜 고마운가? 얼마나 고마운가? 이런 질문에 답하는 내용으로 써 본다. 그 후에, 서론을 쓴다. 편하고 자연스럽게 이 친구에 대해서 독자에게 소개하면 된다: (a) 나에게 가까운 친구 A가 있다. (b) 이 A 친구는 이런 사람이다. (c) 우리는 서로 이렇게 친하다. (구체적인 에피소드)

    아,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을 들었는데도 잘 모르겠다면? 너무나도 당연하다. 당신은 글쓰기 초보자일 테니까. 글을 많이 안 써 봤기 때문에 당연히 아직 감이 안 온다. 초보자가 아니라면,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다. 그러니까 잘 모르겠다면, 일단 뭔가 쓰기 시작해야 한다. 글을 쓰면서 직접 느껴보고 난 후에, 다시 설명을 참조하면서 좀 더 깊이 느끼고 배워야 한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나? 눈으로 대충 따라오고 나서 모든 내용이 이해되길 바라는 심보부터 고치시라!


    (2) 단락을 어디에서 어떻게 나누어야 할지 모르겠다.

    친구들끼리 친목 모임을 한다고 가정하자. 처음에는 회원 수가 적어서 모임을 주동한 사람이 회장, 총무, 알리미 등 모든 역할을 수행했다고 치자. 그런데 회원이 점점 늘어서 혼자서 모든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면? 나름대로 회칙도 만들고, 역할도 나눠서 맡는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수정되었다고 가정하자. 처음에는 세포가 하나 뿐이지만, 곧 빠르게 분열하면서 덩치가 커진다. 그리고 세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다가 10개월 후 아이로 태어난다. 세포는 왜 분열할까? 머리와 팔은 엄연히 역할이 다르고 형태도 달라야 하니까.

    손과 팔뚝은 왜 나뉘는가? 형태도 다르고 역할도 다르니까. 즉, 뭔가 달라지니까 나뉜다. 단락도 마찬가지. 언제 단락을 나누어야 할까? 어떤 이야기를 쭉 하는데 분위기가 달라진다든가, 내용이 달라진다든가, 관점이 달라지면 나눈다. 간단하다. 작아도 달라지면 나눈다.

    아, 그래도 모르겠다면? 수천년 동안 사람들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된/정착된 규칙이 있다. 한 단락에는 대략 5, 6개 정도 문장을 쓴다는 규칙. 오해하지 마시라. 서로 관련없는 문장을 써 놓는다고 단락은 아니니까. 이 5, 6개 되는 문장이 서로 긴밀하게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단락을 쓰려고 할 때, 이 규칙을 활용해 보시라. 어떤 생각이든 5, 6개 문장 안에 충실하게 표현해 보려고 노력한다. 내가 쓰려는 내용을 도저히 5, 6개 문장에 담을 수 없겠다면? 새로운 단락을 만든다. 이 단락도 5, 6개 문장 만으로는 쓸 수 없다면? 또 새로운 단락을 만든다.


    (3) 전체 분량을 얼만큼 써야 할지 모르겠다.

    글은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서 쓴다. 심지어 혼자 쓰고 혼자 보는 일기도,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서 쓴다. 설명하자면, 과거에 일기를 쓴 나와 현재 일기를 읽는 나 사이에 생각과 감정을 소통하려고 일기를 쓴다. 따라서 글을 쓰려면 필연적으로 독자를 상정해야 한다. 그리고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써야 한다. 분량도 마찬가지다. 얼만큼 써야 하느냐? 내가 쓰는 글을 독자가 쉽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써야 한다.

    주말에 친구들과 등산한 이야기를 글로 쓴다고 가정해 보자. 일반적으로 쓴다면, (a) 등산을 가게 된 계기, (b) 오르게 될 산과 동행 멤버 소개, (c) 산에 오르는 과정과 부딪힌 어려움, (d) 정상에 섰을 때 떠오른 생각과 감상, (e) 산에서 내려오는 과정, (f) 막걸리에 파전을 먹으면서 연 뒷풀이 이야기, (g) 집에 돌아오며 느낀 감상까지, 이 정도는 써야 한다.

    그런데, 만약에 함께 등산한 친구가 독자라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a)부터 (g)까지 모든 이야기를 다 쓸 필요가 있을까? 아니다. 서로 아는 내용은 생략하고, 모르는 속마음에 해당하는 내용만 써도 된다. 결론적으로 전체 분량은 언제나 유동적이다. 독자가 누구냐, 어떤 맥락에서 글을 쓰느냐, 에 따라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분량을 결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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