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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하는 아빠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8. 15. 20:57728x90반응형
제목: 과외하는 아빠
글쓴이: 이정미(한국여성의집 원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거실에서 영어 단어 어원 설명하는 동영상 소리가 들린다. 남편이 고1 딸 영어 공부를 위해 함께 동영상을 들으며 설명한다. 가끔 웃는 소리도 들리고 열심히 설명하느라 톤이 높아진 남편 목소리도 들린다.
공부를 잘했던 아들과 달리 딸은 어려서부터 그림을 잘 그렸다. 녀석은 대학을 안 갈 생각이라서 학원도 안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집에서 태블릿을 사용하는 밀크T만(온라인 학습 프로그램)으로 공부했다. 그러나 중학교 가서 첫 시험을 치르고 점수가 너무 낮게 나오자 최소한 중간 이상은 가야겠다고 태도를 바꾸었다. 그래서 오빠가 수학과 영어를 가르쳤고, 오빠가 입대하자 수학 학원만 다녔다.
딸은 고등학교를 가서야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 생겼다. 그런데
(는데)그동안 공부를 안 해서 기초가 부족했다. 딸은 학원은 안 가고 싶으니 우선 혼자 해보겠다고 말했다. 남편과 나는 기회를 주었고 시험 결과 성적이 안 나오면 학원을 가든지, 과외를 하든지, 아빠에게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딸을 어떻게든 학원에 보내고 싶어서 마지막 제안을 협박용(?)으로 집어 넣었다. 그렇게 학원에 가기 싫어하니 혼자서라도 열심히 공부하면 아주 잘 하지는 않아도 중간은 나올 줄 알았다.그런데 시험 결과, 성적이 너무 낮게 나와서 딸은 학원에 가든지 아빠에게 배우든지 하나는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딸은 학원을 너무 싫어하기에 아빠에게 영어를 배우겠다고 말했다. 순간 남편은 당황했으나 이제 와서 못 가르치겠다고 학원에 가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다음 날 남편은 서점에 가서 교재를 고르고 무엇부터 가르쳐야 하나 고민하고 연구했다. 우선, 단어와 문법 기초를 알려주고, 딸 실력이 창피하지 않을 정도가 되면 학원으로 보내야겠다고 생각, 6월 한 달 간 혼자 공부한 후 7월부터 딸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54세 아빠가 고1 딸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서점에 가고, 최근 수능시험 수준을 알아보고, 여러 동영상까지 두루 살펴보면서 공부한 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2시간 동안 가르친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강의를 하고 다니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칠 자신은 없다. 예전에 어떻게 공부했는지 생각도 안 나고 무엇을 배웠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남편은 몸도 건강하지 않고, 일도 하고, 늦게 들어오는 아내 대신 딸 저녁도 챙기는데 공부까지 가르친다.
가만 생각해 보니, 아이 낳고 지금까지 아이들 챙기는 일은 나보다 남편이 훨씬 더 잘한다. 굳이 말하자면 내가 아이들 걱정 안 하고 지금까지 직장 생활을 유지한 비결은 육아에 진심을 내고 능력도 출중한 남편이다. 나는 참 결혼을 잘했고 썩 좋은 남편과 산다. 오늘도 문틈 사이로 들려오는 도란도란 웃음 소리를 들으면서 잠들겠다.
<안내>
_ 본 글을 쓰신 이정미 원장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이정미 원장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심화반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내용/형식에 대한 피드백
딸 공부 이야기로 시작하셨는데, 마지막은 남편 분 이야기로 끝내셨네요. 어찌 보면 뻔할 수도 있는 내용인데, 보편성을 잘 포착하셔서 그럴 듯한 이야기로 소화하셨습니다. 그렇죠. 끔찍하게 딸을 생각하는 아빠라면 그럴 수 있지요. 잘 모르는 과목이라도, 피땀 흘려 공부를 해서라도 가르칠 수 있지요. 원장님 말씀처럼, 남편 분께서는 몸도 아프시고, 일도 하시고, 딸 저녁까지 챙기시는데, 공부까지 가르치시다니! 그러니 참 결혼 잘 하셨습니다. (보기에도 좋습니니다.)
(2) 문장/어법에 대한 피드백
_ 문장이 너무 길어질 때는, 어미와 연결어를 잘 관찰하셔서 적절하게 쪼개세요.
원문에 이렇게 쓰셨죠: (예문 1) ~ 마음이 조금 생겼는데 그동안 공부를 안 해서 기초가 부족했다.
저는 이렇게 바꾸었습니다: (예문 2) ~ 마음이 조금 생겼다. 그런데 그동안 공부를 안 해서 기초가 부족했다.
많은 사람들이 문장을 간결하게 쓰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간결하게 쓰지 못합니다. 사실, 의도적으로 간결하게 문장을 구사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많이 쓰면서 감각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나마 쉬운 방법이 있긴 합니다.
위 예문 1에서 '생겼는데' 부분을 보세요. '생겼는데'는 '생겼다. 그런데'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네, 그렇지요? 아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지요? 문장을 쓰시다가 '~하고(그리고)', '~인데(그런데)', '~해서(때문에)' 등 접속사를 동사 뒤에 붙인 어미를 발견하시면, 접속사를 매개로 삼아서 문장을 나눌 수 있습니다.
<설명 단락을 쉽게 쓰기 위한 만능 공식>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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