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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수 타는 남자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8. 28.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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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수 타는 남자

     

    글쓴이: 이정미(한국여성의집 원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그: 뭐해?

    나: 그냥 있지.

    그: 그럼 나와.

    나: 응.

     

    남자친구는 화가 나면 연락을 받지 않고 잠수를 탄다. 스스로 정리가 될 때까지 전화도 안 받고 연락도 없다. 짧게는 1주, 길게는 2주가 걸린다. 나는 왜?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궁금해서 속이 터진다. 하루는 전화를 안 받아서 남자친구 집 앞까지 갔다가 더 화를 내고 들어가서 그냥 돌아온 적도 있다.

     

    나: 지난 번에 왜 화났어?

    그: 아니야. 지난 일이니 이야기하지 말자.

    나: 왜 화가 났는지, 내가 뭘 잘못했는지 이야기를 해야 알지.

    그: 네가 잘못하지 않았어. 지난 일이어서 무슨 일이었는지 생각도 안나.

    나: 나는 화가 나도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서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 나는 화가 났을 때는 서로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게 될까봐 화가 났을 때는 말을 안 하고 싶어.

     

    나는 화가 나면 서로 대화로 풀기를 원한다. 남자친구는 화가 났을 때 상처주는 말을 할까봐 혼자 정리하고 싶어한다. 자주 있는 일도 아니고 남자친구가 하는 말이 이해가 되어 참았다. 그런데 한 번은 2주 동안 연락이 없어 이제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전화를 걸어왔고 나는 이젠 정말로 헤어지자고 말하려고 나갔다. 그런데 버스에서 머리에 주윤발처럼 기름을 칠하고 아빠 바바리를 입고 멋을 한껏 낸 남자친구가 내린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웃겨서 헤어지자는 말은 쏙 들어가고 12년간 연애하다가 결국 결혼까지 했다.

     

    결혼 후 딱 한 번, 남편이 화가 나서 나에게 연락하지도 않고(연락도 없이) 외박을 3일 한 적이 있다. 그때 이메일로 내 마음을 써서 보냈고, 그 이후로는 절대로 외박하지 않았다. (한 번도 없었다.) 평소에 잘 싸우지도 않지만, 장난이라도 지금까지 ‘이혼하자’고 말한 적이 없다. 우리는 ‘이혼하자’고 말하면 정말 이혼한다. 그만큼 기분이 안 좋거나 화가 날 때는 서로 말을 아낀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고 서로 가슴에 상처로 남기 때문이다.

     

    이제 남편은 화가 나면 내 마음에 잠기고, 나는 조용히 그의 발을 적신다. 

     

    <안내> 

    _ 본 글을 쓰신 이정미 원장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이정미 원장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심화반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이정미 원장님께서는 평소 성격처럼 글도 이성적이고 간결하게 설명 위주로 쓰시죠. 충분히 괜찮은 스타일이지만, 종종 표현력이 2%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중도를 걷기 위해서라도 조금 더 표현하시라고 자주 주문했지요. 그런데 대화록이 좋은 수단이 된 듯하여 보기 좋습니다. 사과를 반으로 잘라 단면을 보이듯, 두 분이 어떻게 다르신지 잘 보여주셨습니다. 앞으로도 뭔가 생생하게 표현하고 싶으시면 대화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세요. 

     

    2. 이번 글을 읽으면서 역시 글에는 마법이 들었다고 느꼈습니다. 굉장히 긴 시간을 다루셨잖아요? 그런데도 대단히 효과적으로 잘 요약하셨어요. 젊어서 연애하실 때 두 분 모습에서 이제 완숙한 부부가 되신 두 분 모습으로 부드럽게 넘어 오셨습니다. 어떤 마법을 부리셨을까요? 시간 속에서 주제와 관련된 일화를 자로 잰 듯 정확하게 잘라서 편집하셨기 때문입니다. 내용적으로 완벽하게 '포화되도록' 글을 쓰셨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는 예술입니다.)

     

    3. 거의 다 잘 쓰셨는데요, 어법 관련해서 한 가지만 지적하겠습니다. '~이 있다' 혹은 '~이 없다' 표현을 쓰시면 주어가 사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문장이 단조로워집니다. 주어는 사람을 살려 쓰시고, 서술어는 다채롭게 사용하세요. 제가 첨삭한 부분을 여러 번 고쳐 읽으시면서 확실히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설명 단락을 쉽게 쓰기 위한 만능 공식> 

     

    글쓰기 만능 공식

    '글쓰기 만능 공식'이라, 제목이 너무 거창한가? 물론, 배경을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먼저, 여기에서 말하는 ‘글’은 문학적인 글이 아니라 실용적인 글(설명문, 논증문)을 지칭한다. 원래는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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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내가 가르친 뛰어난 사회사업가께서 들려 주신 이야기: "제가 돕는 청소년이 너무 기특한 행동을 하기에, 저나 제 동료들이나 아주 자연스럽게 물어보게 되었어요. '우와~ 너 어떻게 이렇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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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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