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8x90반응형
제목: 잠에 취하다
글쓴이: 송부연(서운장애인주간보호센터 센터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잠에 취하는 날이 있다. 취한다는 표현은 매우 적절하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니까.
아이: "엄마, 우리 엄마아빠 놀이하자!"
나: "그래. 그럼 엄마는 아기 할께." (엄마아빠 놀이에서는 아기 역할, 병원 놀이에서는 환자 역할을 선점해야 꿀을 빨 수 있다(가 꿀이다). 누워있어도 보채지 않는다.)
나: (누운 채로 아기 역할을 하며) "응애응애, 엄마 배가 고파요. 응애응애!"
아이: "그래, 아가야. 엄마가 맘마 가져다 줄께."
누워 있다 보니 잠이 온다.
나: "응애응애, 엄마 나 졸려요."
아이: "우리 애기 졸려요? 엄마가 이불 가져다 줄께."
아이가 이불까지 덮어 준다. 그렇게 장난감이 가득한 방 한가운데서 잠이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인기척에 눈을 떴다.
신랑: "안방에 가서 자."
나: "몇 시야?"
신랑: "밤 10시야. 애들이 옆에서 난리를 치는데도 일어나지 않더라. 시끄럽지 않았어?"
칫솔을 물고 아이가 나타났다. "엄마! 진짜로 자면 어떻게 해! 엄마가 진짜 아기냐!"
잔소리를 뒤로 한 채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쓰러졌다. 이내 잠이 들었고 그날은 18시간 동안 잤다.
나는 평소에 잠이 많지는 않다(은 타입은 아니다). 오히려 할 일이 머릿속을 맴돌면 못 잔다(못 자는 타입이다). 그러다 보면 하루쯤은 잠에 흠뻑 취한다.
잠은 생(生)으로 가는 길이다. 어린아이일수록 잠이 많고 나이가 들수록 잠이 줄어든다고 한다. 그러므로 내가 잘 살려면 잘 자야 한다. 해야 할 일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고 잠을 미뤄서는 안 된다.
결국, 쉽진 않겠지만, 이를 악물고 잠에 취한 내가 일을 벌이는 나를 말려야 한다. 조금이라도 일을 덜 벌여야 잘 시간을 확보하고, 그래서 좀 더 자야만 더 건강하게 오래 살 테니까.
잠에 취한 부연이가 일을 벌이는 부연이에게: 부연아, 부디 내 처지도 좀 생각해 줄래?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무척 흥미로운 소재를 선택하셨네요. 그러게요, 늘 에너지 넘치도록 여기저기 돌아 다니셔서 '대체 저 양반은 언제 쉬시나?' 싶었는데... 역시 영원히 그렇게 돌아다니시진 못하시죠? 종종 이렇게 기절해서 잠에 취하시죠?
2. 마지막 대목을 완성하지 못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음... 곰공 들여다 보니, 이렇게나 열심히 사는 송부연 뒤편에서, 또 다른 송부연이 힘들다며 쉬고 싶다고 외치는 듯하더군요. 그래서 차마 본인께서 쓰지 못하시는 뒷 부분을, 제가 송부연에 빙의(?)해서 완성해 보았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오! 이렇게 끝맺어도 좋은데요?' 라고 말씀하셨던 얼굴이 생각나네요.)
3. 어법을 지적하겠습니다(괄호친 부분). 송부연 선생님 문장은 간결하고 부드럽습니다. 그런데 가끔씩, '-이다(-가 아니다)'로 끝나는 문장이 보입니다. 누누히 말씀 드렸듯이, 우리말은 동사/형용사가 발달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명사'에 '이다'나 '하다'를 붙여서 '동사'로 만든 표현 대신, 원래부터 동사(형용사)인 단어를 사용해야 우리말스럽습니다.
4. 저는 송부연 선생님 팬입니다. 계속, 솔직하고, 쉽고, 그리하여 깊은 글, 많이 써 주세요. 감사합니다.
<송부연 작품 목록>
성가정
성가정 글쓴이: 송부연(서운장애인주간보호센터 센터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부부는 막내딸을 잃었다. 사고였다. 서울살이하던 자취방에 불이 났고, 그렇게 26년 동
empowering.tistory.com
봄, 여름 그 사이
이야기가 담긴 사진을 제출하시고, 서사 작법으로 2~3단락 정도 서술하세요. 송부연: (첫 번째 사진은, 제가) 동갑내기 신랑에게 준 생일 선물 입니다. 신랑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두
empowering.tistory.com
글이 위로가 될까요?
첫 번째 만남. "안녕하세요? 송부연입니다. 저, 선생님 강의 언젠가는 꼭 듣고 싶어서, 오늘은 꼭 참석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늘 강의를 들어 보니, 선생님 수업을 더 들어보고 싶어졌
empowering.tistory.com
사회복지사, 송부연 이야기
제목: 사회복지사, 송부연 이야기 글쓴이: 송부연(서운장애인주간보호센터 센터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하나. 두 사람 이야기 서울에 사는 노신사가 시집간 딸을 만
empowering.tistory.com
넌 아빠 있어서 좋겠다
제목: 넌 아빠 있어서 좋겠다 글쓴이: 송부연(서운장애인주간보호센터 센터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얼른 가서 아빠한테 머리 말려 달라고 해. 엄마는 오빠 좀 씻
empowering.tistory.com
살벌한 두 줄
살벌한 두 줄 글쓴이: 송부연(서운장애인주간보호센터 센터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이제 완전히 끝!!” 마지막 남은 모유 저장팩을 냉동실에 넣으며 해방감을 만
empowering.tistory.com
남편이 내 마음을 때렸다
제목: 남편이 내 마음을 때렸다 글쓴이: 송부연(서운장애인주간보호센터 센터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남편이 내 마음을 때렸다 등짝에 선명하게 손자국이 났다. 아
empowering.tistory.com
괜찮다 말하는 그대에게
제목: 괜찮다 말하는 그대에게 글쓴이: 송부연(서운장애인주간보호센터 센터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안녕, 여보. 오랜만에 당신 (여보)에게 편지를 쓰네. 마지막으
empowering.tistory.com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내가 가르친 뛰어난 사회사업가께서 들려 주신 이야기: "제가 돕는 청소년이 너무 기특한 행동을 하기에, 저나 제 동료들이나 아주 자연스럽게 물어보게 되었어요. '우와~ 너 어떻게 이렇게 한
empowering.tistory.com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