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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넌 아빠 있어서 좋겠다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7. 5.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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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넌 아빠 있어서 좋겠다

     

    글쓴이: 송부연(서운장애인주간보호센터 센터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얼른 가서 아빠한테 머리 말려 달라고 해. 엄마는 오빠 좀 씻길께.”

     

    드라이기 소리 사이로 아이 웃음소리가 들린다. 뭐가 저리 재미있을까. 욕실 정리까지 마치고 나오니 부녀가 침대에 누웠다.

     

    남편: (손바닥을 편 채로) “이건 엄지, 이건 검지라고 불러.”

    딸: “그럼 세 번째 손가락은?”

    남편: “그건 중지. 가운데 있다는 뜻이야.”

     

    팔베개까지 하고 꽁냥거리는 모습을 보니 묘한 질투심이 생긴다.

     

    “넌 아빠 있어서 좋겠다.”

     

    나는 아빠를 참 좋아했다. 어릴 적, 아빠 뒤에 매달려 자전거를 타고 갈 때면 등에 얼굴을 묻고 아빠 냄새를 맡았다. 쿰쿰한 땀 냄새를 맡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비린내 나는 냉동창고에서, 주말에는 햇볕 뜨거운 논밭에서 일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우리 아빠. 아들 하나 없어 제사 지내 줄 사람 없다고 형, 동생에게 무시당해도 딸 셋을 모두 대학까지 보낸 우리 아빠. 듣지 못해도 기죽지 않고 앞에 나서길 좋아했던 우리 아빠.  아빠가 오지랖이 넓어서 나도 친화력 있는 사람이 되었고, 아빠가 거침없는 사람이라서 나도 자신감 있는 사람이 되었다. 아빠는 내 삶 그 자체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빠는 걸을 때마다 숨이 차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어 폐기능이 떨어졌나보다 했다. 마음에 두지 않았다. 여기저기 아프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이 말도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엄마가 되고 아빠에게 고마움을 느꼈지만 표현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아이들 핑계로 아빠와 지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나는 너무 무심했고 너무 무지했다. 결국 아빠는 심부전으로 돌아가셨다. (심부전은 숨찬 증상이 있다)

     

    오늘 남편과 딸이 다정한 모습을 보니, 아빠가 보고 싶다. 눈물 나게 그립다.

     

    <안내> 

    _ 본 글을 쓰신 송부연 센터장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송부연 센터장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심화반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글쓴이 피드백> 

     

    (1) 글을 쓰면서 느낀 점

     

    사실, 이번 글은 올 봄에 끄적거렸던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매년 꽃망울이 올라오는 봄은 설레지만 올해는 유난히 설렜습니다. 아들이 초등학생이 되었거든요. 처음 학부모가 되고, 처음 경험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새 학기를 준비하는 바쁜 와중에도 간지러운 설레임이 좋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아빠가 보고 싶어졌어요. 내 이 맘을 아빠도 느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훈이가 학교에 가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행복해 하셨을까. 꽃망울이 피던 어느 날에 아빠 납골당에 개나리 꽃을 선물 했어요. 아빠가 없는데도 봄이 온다는 사실이 서글펐던 기억이 납니다.

     

    (초고를 열어보니 이런 대목도 있네요)

     

    아빠 봄이 와요.

    시간이 흘러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와요.

    아빠가 계신 곳도 따뜻한가요?

    이제 곧 꽃이 피고 여린 잎이 나겠지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겠지요.

    시간이 지나면 우린 다시 만날 텐데

    아빠 없이 시간이 지나는 게 왜 이리 서글플까요.

     

    아빠 봄이 와요.

    꽃이 피고 여린 잎이 나는 봄이 와요.

    아빠가 없어도 봄이 와요.

    아빠, 나는 아빠가 없는데도 봄이 오는 게 너무나 서글퍼요.

    아빠가 없는 나는 너무나 초라해요.

     

    2. 첨삭 지도를 받으며 느낀 점

     

    빨간펜 선생님은 늘 좋습니다. (웃음) 특히나 이재원 선생님 지도는 디테일이 살아 있어서 좋습니다. 그런데 첨삭 지도도 좋지만, 심화반에 참여하면서 글을 계속 쓸 수 있어서 참으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면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삶 일부분을 안을 수 있습니다. 붙잡아 정의내리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글로 옮기면 삶이 더욱 선명해집니다. 정말 좋은데 뭐라고 더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이재원 선생 피드백> 

     

    저도 아빠여서일까요. 다시 읽는데, 또 울컥, 했습니다. 남편과 딸을 바라보는 현재 상황을 내가 어릴 때 아빠와 쌓았던 추억에 곱게 포개시는 능력, 역시 탁월합니다. 글은 시각 매체보다 확실히 느리지만, 분명히 좀 더 깊고 힘이 셉니다. 원래부터도 이렇게 생각했지만, 송부연 선생님 글 읽으면서 다시금 절절하게 느낍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가, 자기 삶을 돌아보고 아버지 삶을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말씀처럼, 각자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삶 일부분을, 가슴팍에 꼬옥 안으면 좋겠습니다. 

     

    가수 서바이벌 프로그램 보면, 이미 자기 세계가 분명하게 서 있는 사람에게는 뭘 가르치기가 힘들다고 말하지요. 저에겐 송부연 선생님이 그런 분입니다. 자기 세계가 서 있는데, 더구나 이미 완벽합니다. 그래서 선생이라기보다는 독자가 되어서 송부연 선생님 글을 재미있게 읽습니다. 어서 빨리 다음 주가 되어서 또 다른 글을 읽고 싶을 정도입니다. 계속 글을 쓰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글솜씨가 완전히 다른 차원에 있는 글을 모은 책으로 손에 쥐고 읽고 싶습니다. 네, 팬심을 품고 피드백을 썼습니다. 하하. 


    <설명 단락을 쉽게 쓰기 위한 만능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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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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