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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정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2. 21. 07:40728x90반응형
성가정
글쓴이: 송부연(서운장애인주간보호센터 센터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부부는 막내딸을 잃었다. 사고였다. 서울살이하던 자취방에 불이 났고, 그렇게 26년 동안 핀 꽃이 지고 말았다. 자식을 앞세운 부모는 창자가 끊어질 듯한 슬픔을 느낀다고 한다. 팔다리가 잘려져 나가고 오장육부가 녹아내리는 그 마음을 누가 알 수 있을까.
부부는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다. 신자는 아니었지만, 뭐라도 해야 숨을 쉴 수 있었다. 50일 동안 연미사(죽은 사람을 위한 미사)를 드렸다. 그러다 문득 막내딸이 한 말이 떠올랐다. “세례 받고 싶은데 다른 일 때문에 교리 수업 시간이 안 맞아.” 연미사가 끝날 즈음 신부님이 입교를 권했다. 교리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부부에게 이미 삶으로 믿음을 증명하셨다며 세례를 주겠다고 했다. 막내딸이 품고 있던 작은 소망을 대신 이룰 수 있었다.
6개월 뒤, 부부는 세례를 받았다. ‘마리아’와 ‘요셉’이라는 세례명이 잘 어울렸다. 감사하게도 많은 사람이 축하해 주었다. 막내딸도 하늘에서 축하해 주는 것 같았다. 남편은 아내에게 손을 내밀었다. 따듯한 손을 잡으니 눈물이 났다. 하지만 울지 않았다. 하느님이 함께 계시듯, 막내딸도 늘 함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모두 신자가 되었다. 함께 미사 드리는 시간이 참으로 소중했다. 서로 손을 잡으며 옆에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애써 부정했던 현실을 조금씩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식을 앞세운 마음도, 동생을 잃은 마음도 기도에 녹여 낸다. 다시 만날 때까지 주님 안에서 우리 가족 모두 평안하길.<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송부연 센터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송부연 센터장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실용 글쓰기 클래스 제 3기(화요일반)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첨삭 지도>
부부는 막내딸을 잃었다. 사고였다. 서울살이하던 자취방에 불이 났고, 그렇게 26년 동안 핀 꽃이 지고 말았다. 자식을 앞세운 부모는 창자가 끊어질 듯한 슬픔
이 있다고(을 느낀다고) 한다. 팔다리가 잘려져 나가고 오장육부가 녹아내리는 그 마음을 누가 알 수 있을까.부부는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다. 신자는 아니었지만, 뭐라도 해야 숨을 쉴 수 있었다. 50일 동안 연미사(죽은 사람을 위한 미사)를 드렸다. 그러다 문득 막내딸이 한 말이 떠올랐다. “세례 받고 싶은데
촬영 스케쥴(다른 일) 때문에 교리 수업 시간이 안 맞아.” 연미사가 끝날 즈음 신부님이 입교를 권했다. 교리를(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부부에게그동안 살아온 삶이 이미 하느님을 향한 믿음이라며(이미 삶으로 믿음을 증명하셨다며) 세례를 주겠다고 했다.막내딸의 소원을(막내딸이 품고 있던 작은 소망을) 대신 이룰 수 있었다.6개월 뒤, 부부는 세례를 받았다. 감사하게도 정말 많은 사람
들이 축하해 주었다. 막내딸도 하늘에서 축하해 주는 것 같았다. 남편은 아내에게 손을 내밀었다.내민(따땃한) 손을 잡으니 눈물이 났다. 하지만 울지 않았다. 하느님이 함께 계시듯, 막내딸도 늘 함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그렇게 우리 가족은 모두 신자가 되었다. 함께 미사 드리는 시간이 참으로 소중했다.
서로가 서로의 곁에 있음을(서로 손을 잡으며 옆에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애써 부정했던 현실을 조금씩 마주하였다(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식을 앞세운 마음도, 동생을 잃은 마음도 기도에 녹여 낸다. 다시 만날 때까지 주님 안에서 우리 가족 모두 평안하길.
피드백 #1 (이재원 글쓰기 코치)
1. 대단히 잘 쓰셨습니다. 길을 걷다가 돌멩이 하나 주어서 주머니에 넣었는데, 집에 돌아와서 꺼내 보니 웬걸, 황금 덩어리네요. 선생으로서, 횡재한 느낌마저 듭니다. 한 마디로, 송부연 선생님께서는 이미 글을 아주 잘 쓰십니다. 근거: 무엇보다도, 글이 적절하게 포화되어 있습니다. 개별 문장은 간결한데, 읽어 보면 전체 내용은 꽉 차 있습니다.
2. 작디 작은 티 몇 개가 보입니다. (1) ‘촬영 스케줄’ 표현이 가장 커 보입니다. 독자는 송부연 선생님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맥락없이 사실을 언급하시고 설명을 안 하시면, 뭔가 찜찜합니다. 그래서 ‘다른 일’이라고 처리해서 부드럽게 넘어가도록 바꾸었습니다. (2) ‘A는 B이다’ 문형을 인식하고, 줄이세요. ‘사람이(예컨대 내가) B하다’로 바꾸시길 권합니다. (3) 여전히 적의것들 흔적이 보입니다. 더, 더, 더 주의하시고, 더, 더, 더 빼세요. 뺄수록 글이 더 부드럽고 고와집니다.
3. 제목을 ‘성가정’이라고 붙이셨으니 이 떡밥도 회수하셔야 합니다. 한 두 단락을 덧붙여 보면 어떨까요? 사족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성가정 떡밥도 회수하시고, 소중한 사람을 잃으셨지만 사랑으로 일어서신 부모님을 바라보는 딸(혹은 언니) 관점을 녹여 내시면 좋겠어요. 일단 써 보시고 다시 말씀 나누시죠.
피드백 #2 (유영덕 글쓰기 코치)
송부연 선생님이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은 제가 특별히 ‘부연체’라고 이름붙일 정도로 맥락 없이 함축된 단어를 툭툭 던지는 형식이라 마음먹고 제대로 쓴 글은 처음 접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이 글을 보고 글쓴이가 내가 알고 있는 그 송부연 선생님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글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글이 간결한데 속은 꽉 차 있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정갈한 글입니다. 딱 세 단락으로 쓴 짧은 글인데 다 읽고 나니 가슴에 흙 한 삽이 툭하고 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송부연 선생님이 평소에 지적 호기심도 많고, 무엇이든 많이 배우고 싶어하고, 다른 각도로 사유하고, 독서도 많이 하기에 글을 잘 쓸 수 밖에 없는 소양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될 성 싶은 씨앗을 속에 품고 있었던 셈이지요. 칭찬이 부담스럽겠지만 사실입니다. 부연체가 아닌 소위 각잡고 쓰시는 글을 더 많이 보고싶습니다.
본인 소감 (송부연)
칭찬을 해 주셔서 부끄럽습니다. 요즘은 글쓰기 안 했으면 무슨 낙으로 살았을까 싶습니다. 연애 초기에 이성친구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찬 사람처럼 내내 글쓰기 생각을 합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동료 학생 피드백
A 선생님: 진정성이 느껴지는 글이었고, 군더더기가 없는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눈물이 나지는 않았지만, 뭔가 마음이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B 과장님: (감동을 받아서) 잘 읽었습니다.
C 사무국장님: 군더더기가 없는 글이 바로 이런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 흘러 가듯이 부드러운데, 구구절절 쓰지 않았어요.
D 센터장님: 저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고칠 부분 없이 너무 잘 쓰셨어요.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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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지식 공유하기(기타) >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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