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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표 부침개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9. 19. 05:59728x90반응형
제목: 할머니표 부침개
글쓴이: 송주연 (인천중구가족센터 사회복지사)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비가 오면 사람들은 부침개를 떠올린다. 나도 부침개를 떠올린다. 그리고 할머니를 떠올린다. 할머니는 부침개를 자주 부쳐주셨는데, 부치자마자 식구들 입으로 사라졌다. 나는 쫄깃한 식감을 좋아해서 종종 오징어를 넣어달라고 요청드렸다. 어느 날, 오징어를 가득 넣은 할머니표 부침개가 먹고 싶어 전화를 걸었다.
"할머니, 나 할머니 집에 가도 돼? 할머니가 해 준 부침개 먹고 싶어. 내가 오징어 사 갈게. "
"그래, 할머니가 준비해 둘게. 오너라."
신나게 시장에 갔는데, 오징어를 얼마나 사야할지 감이 오질 안았다.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나까지 세 사람이 먹으니까 2마리면 충분하겠다 싶었다. 그래서 오징어 2마리를 사들고 쭐래쭐래 할머니 집으로 달려갔다.작고 검은 봉지에 담긴 오징어 두 마리를 보시더니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이거 누구 코에 붙여?"
(할머니가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이다.) 거실 바닥을 보니, 김장 담글 때 쓰는 커다란 대야에 한 가득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 놓으셨다. 그 순간, 내 손에 들린 오징어 두 마리가 부끄러워졌다.
"이왕 부침개 만드는데 앞집 아줌마도 주고, 진호 할머니도 줘야지.“
이제 보니 할머니는 주변 이웃과 부침개를 나눌 채비를 다 해 놓으셨다. 아니나 다를까, 열어 두신 문 너머에서 할머니 부르는 소리가 여럿 들린다."계셔요?"
"응, 있어~"이웃에 사시는 분들이 할머니 집에 마실 나오셨다. “올해 감자가 맛있더라구요. 이번에 나물 무쳤는데, 맛있어서 조금 가져 왔어요.” 정겹게들 말씀하시며 이것 저것 내놓으신다. 그리곤 할머니 곁에 앉으셔서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이웃에게 음식이 아니라 삶을 나누셨다. 그래서 많은 이웃이 할머니 삶에 찾아와 쉬다 갔다. (바로 나처럼.) 나는 밝게 웃으며 돌아가는 할머니 이웃 분들 뒷모습을 지켜 보면서, 할머니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요즘도 사회복지사로서 힘을 잃고 방황할 때면 할머니표 부침개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나도 할머니처럼 누군가 마음 편히 쉬어갈 수 있는, 동네 사랑방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송주연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송주연 선생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심화반 '글로위로'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동료 피드백> 강진구 팀장(인천종합사회복지관 사례관리팀)
"저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중에서 '응답하라 1988' 시리즈를 제일 좋아해요. 이 드라마 1화에 보면, 동네 각 집에서 각자 만든 음식을 아이들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나눠요. 그런데 유준열 캐릭터가 이렇게 말하죠. "에잇~ 이럴 거면 다 모여서 먹어!" 그런데 제가 어릴 때 그런 골목에서 살았거든요. 그때는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이니까, 아이들 부를 때 목소리로 'OO야~ 밥 먹어~' 이렇게 말하잖아요. 저녁까지 친구들과 놀았는데 어머니께서 일하시느라 저녁에 집에 안 계시면, 다른 집에 가서 밥을 함께 먹었어요. 이 글을 읽으면서 예전에 경험한 공동체 문화가 생각나서 좋았습니다."
<송주연 선생님 피드백>
"할머니는 시골에 사시는 분이 아니세요. 이 부침개 사건(?)이 생겼을 때도 도시에서 사셨어요. 사시는 곳도 마을 문화가 끈끈하게 형성되어 있는 곳이 아닌데, 늘 할머니 주변에는 사람이 모였어요. 예를 들어서, 동네에서 '저 사람은 나빠' 라고 말 듣는 사람도 할머니를 찾아와서 자기 속내를 털어 놓거든요. 정말로 사랑방처럼 동네 사람들이 할머니를 찾아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눠요. 할머니 집은 문이 항상 열려 있어요. 그래서 이웃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어? 오늘은 뭐하세요?' 이렇게 안부를 나누시거든요. 저는 할머니를 보면서 '복지는 관계 속에서 이루는 거구나' 이런 생각을 해요.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무척 잘 쓰셨습니다. 지금까지 송주연 선생님께서 쓰신 글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느꼈습니다. 문장도 좋아졌고, 표현력도 향상되었지만, 무엇보다도 글 구조가 좋습니다. 중간에 글 방향이 부드럽게 전환되어서(오징어 부침개 → 할머니 사랑방) 재미있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합니다.
2. 어법에 관해서 한 가지만 지적하겠습니다.
초고에 이렇게 쓰셨지요? 할머니가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이다.
이 부분을 이렇게 바꾸었습니다.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초고에 쓰신 문장에서 주어는 무엇인가요? 생략하셨지만 ‘이 말씀은’입니다. 전형적인 ‘A는 B이다’ 패턴입니다. ‘명사 + 이다’로 문장을 맺으면 추상적인 느낌이 들고 단조롭습니다. 동사인(말씀하다)를 살려 쓰면 그에 맞춰서 ‘할머니가’가 주어로 바뀝니다. ‘(이 말씀은) 할머니가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이다’와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이 두 문장 중에서 어느 문장이 더 생동감이 있나요? 동사를 살려쓴 뒷 문장이겠지요?
<설명 단락을 쉽게 쓰기 위한 만능 공식>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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