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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화야, 서두르지 마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9.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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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노화야, 서두르지마!

     

    글쓴이: 전양희(해피홈 보육원 원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얼마 전, 내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이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책 마을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울 신대방 집에서 안전하게 다녀오려고 동네 주유소에 들렀다. 햇살 좋은 주말 아침, 주유소는 길게 늘어선 줄로 붐비었고, 세차하는 사람까지 많이 있었다.

     

    나는 즐겁고도 바쁜 마음으로 차량 주유 버튼을 눌렀는데 주유구가 열리지 않아 발을 동동거렸다. ‘아니~ 갑자기 왜 그러지?’ 하면서 혼자서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면서 차량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어 결국 뒤에서 주유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그분은 내 차로 와서 이리저리 살펴보시더니 내가 주유구 버튼이 아니라 본네트 버튼을 누른  듯 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주유구 위치를 알려주고, 열린 본네트도 닫아야 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순간 나는 너무나 민망하고 창피했다. 그래서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서둘러 주유하고 차량을 움직였는데... 웬걸! 이번에는 차가 갑자기 끄으윽 끄으윽 굉음을 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여러 사람이 놀라서 다가와서 무슨 일이 있냐면서 물어봐 주고 도와주었다. 알고 보니 기어를 드라이브에 두고 이동했는데 사이드 브레이크가 잠겨서 굉음이 났다. 속으로는 창피하여 낮이 뜨거웠지만 애써 태연한 척 도움을 받고, 이동했다. 

     

    얼마 전 어떤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 평소 친한 원장님이 ‘차 시동을 끄지 않고 와서, 잠시 나간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속으로 어떻게 차 시동 끄는 일을 잊으셨을까?’ 라고 되뇌었다.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주유구도 제대로 못 열었던 내 모습이 깜빡 잊고 시동을 끄지 않으셨다는 원장님 모습과 정확하게 겹쳐졌다. 나는 마음이 긴장되고 두려워졌다. “어머나 이렇게 나이가 들고 노화가 다가오는 구나!”

     

    나는 베테랑 운전자는 아니지만, 평소에도 주유했고, 날마다 직장인 인천과 서울을 오가면서 그리 어렵지 않게 운전했다. 그런데 이렇게 작은 일로 황당한 일을 겪고 보니, 노화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주말 오후에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에서 늙어가는 내 모습을 마주하다니. ‘앞으로도 이런 일이 더 많이 생기겠지? ’조금은 슬프지만 미래를 대비하면서 준비해야겠다. 무엇보다도, 또 이런 실수한다면 당당하면서도 침착하게 대응해야겠다. 누구라도 나이가 들면 그럴 수 있으니까. 세월이 흐른 자취와 연륜이 쌓여가는 내 모습을 가장 많이 사랑해 줘야 할 사람은 바로 나니까.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전양희 원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전양희 원장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심화반 '글로위로'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당연한 말씀입니다만) 전양희 원장님께서는 글을 참 '전양희스럽게' 쓰십니다. 그러니까 전양희 원장님에게는 독자가 쉽게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차분하면서도 단단하게 끌고 가는 힘이 있습니다. 위 글 소재는 전양희 개인에게 일어난 대단히 특수한 일에 속하지만, 동시에 매우 보편적입니다. 누구나 늙어가니까요. 누구나 건강하게 늙고 싶으니까요. 무엇보다도, 다소 놀라우면서도 민망스러운 상황을 솔직하면서도 위트있게 풀어내신 솜씨가 아주 훌륭합니다. 

     

    2. 어법에 관해서 두 가지만 지적하겠습니다. 

     

    초고에 이렇게 쓰셨지요? 안전한 나들이를 위해 동네 주유소를 들렀다.

    이 부분을 이렇게 바꾸었습니다. 안전하게 다녀오려고 주유소에 들렀다. 

     

    (1) '안전한' 나들이를 위해: '안전한'은 관형사(형용사)입니다. 뒤에 나오는 명사(나들이)를 꾸밉니다. 자고로, 꾸미는 말보다 꾸밈을 받는 말이 더 중요합니다. 결국, 저렇게 쓰시면 명사(나들이)를 강조하게 됩니다. 한편, 한국어는 명사보다 동사를 강조해야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들이를 위해'를 '다녀오려고(동사)'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 나오는 수식어구를 '안전하게(부사)'로 바꾸었습니다. 어때요? 좀 더 술술 읽히지 않나요? 

     

    (2) 주유소'를' 들렀다:  기본적으로 '을/를'은 타동사 뒤에 오는 말(목적어)에 붙입니다. 즉, 주어가 '행동'하는 대상이 되는 말입니다. 대상화/타자화되는 말입니다. 주어를 품는 '장소'라는 느낌보다는 주어가 호령하는 '대상'이라는 느낌이 강해집니다. 그래서 한국어에서는 장소를 나타내는 말에 '을/를'이 아니라 '에/에서'를 붙입니다. '에서'는 상대적으로 정적인 느낌으로 사용하고, '에'는 상대적으로 동적인 느낌으로 사용합니다.


    <사회복지사 자기-돌봄을 위한 실용글쓰기 교실> 

     

    사회복지사 자기-돌봄(Self-care)을 위한 실용 글쓰기 클래스(금요반) 수강생 모집

    "지난 4~5년 동안 자존감은 계속 떨어지고, 발은 땅에 닿질 않는다. 나락으로 끝없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더 추락하지 않게 꽉 붙잡고 있을 밧줄부터 찾았다. 나를 지켜줄 밧줄이 글쓰기라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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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내가 가르친 뛰어난 사회사업가께서 들려 주신 이야기: "제가 돕는 청소년이 너무 기특한 행동을 하기에, 저나 제 동료들이나 아주 자연스럽게 물어보게 되었어요. '우와~ 너 어떻게 이렇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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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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