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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어, 밥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9. 27. 05:27728x90반응형
제목: 밥 먹어, 밥
글쓴이: 송주연 (인천중구가족센터 사회복지사)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어릴 적 할아버지와 찍은 사진을 보는데, 엄마가 말했다.
"할아버지가 너희를 정말 예뻐하셨어."
"나는 기억을 못하니까... 상상이 안 가."
할아버지께서는 내가 4살쯤 뇌졸중으로 언어장애와 지적장애가 생기셨다. 내가 기억하는 할아버지 모습은 아이같은 모습이라, 할아버지에게 사랑받았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30대가 되어보니 지금은 할아버지에게 사랑받았다고 확실히 느낀다.
할아버지께서는 나를 만날 때마다 이렇게 말씀하셨다.
"밥 먹어. 밥."
"밥 먹었어?"
"밥 먹어야지."
내가 밥을 먹었다고 답해도, 배부르다고 말해도 계속 말씀하셨다. 그때는 자꾸 물으셔서 여러 번 답하려니 귀찮기도 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가난한 시절을 지나오신 할아버지에게 '밥'은 가장 중요하고 귀한 것이었다. 할아버지께서는 배가 고프면 화를 내시고, 배가 부르면 기분이 좋으셨다. 할아버지에게 '밥'은 그런 것이었다. 내가 밥을 먹을 때 이것 저것 더 먹으라고 가져다 주시고, 부드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시던 할아버지. 할아버지 주름진 얼굴에 사랑이 묻어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내가 다른 형제들에 비해서 특별하게 많이 사랑받지는 않았다. 그런데 왜 나는 할아버지에게 사랑을 받았다고 느낄까? 아마도 내가 어른이 되었기 때문인 듯하다. 나도 이만큼 커서 할아버지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인 듯하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할아버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니까 할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사랑을 더 깊이 느끼게 된 듯하다.
사람마다 사랑하는 방법은 다르다.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해서 사랑한다. 그 사람이 되어 생각해 본다. 할아버지가 되어 생각해 보니, 나에게 보여 주신 작은 행동이 모두 나를 사랑하신 증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할아버지의 마음은 어려졌어도,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이제는 직접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지만, 종종 할아버지가 생각날 때면 마음으로 외친다. 사랑한다고. 그리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송주연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송주연 선생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심화반 '글로위로'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대단히 잘 쓰셨습니다. 우선, 이 글은 짧지만 길게 느껴집니다. 지루하다는 말씀이 아닙니다. 그만큼 글이 풍부하게 느껴집니다. 생각도, 감정도 진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좀 더 읽고 싶어집니다. 소녀와 할아버지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독자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으셨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딱 송주연스럽습니다. 맑고, 친근하고, 따뜻합니다. 이래서 글은 솔직하게 써야 햡니다. 솔직하게 쓰면 사람이 드러납니다. 투명하게 드러납니다. 숨길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글을 쓰실 때 생각을 많이 하세요. 서두에 전개하는 이야기는 독자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방편일 뿐, 결국 내 생각이 깊어서 설득력이 있어야 독자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서론으로 뻗은 손을 잡고 송주연 선생님 세계에 들어온 독자를 흡족하게 대접하시려면, 본론 내용을 두텁게 설계하셔야 합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쓰시면 독자를 설득할 수 없습니다. 송주연 선생님 글솜씨가 점점 더 성장하는 듯하여 보기 좋고 기쁩니다.
<사회복지사 자기-돌봄을 위한 실용글쓰기 교실>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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