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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미 (글쓰기와 나)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0. 21.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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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미 (글쓰기와 나)

    글쓴이: 김정현(안동성좌원 요양복지과 팀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나는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글쓰기”가 무엇인지 조금 알게 되었다. 여름 방학이 되었는데도, 나를 비롯해서 아이들 서너 명이 매일 학교에 나갔다. 2학기 초에 열리는 관내 학생문화예술제에 학교 대표로 나가기 위해서였다. 종목은 동시.

    아침 9시쯤 3학년 2반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선풍기 바람에 하얀 단발 머리카락을 풀풀 날리시는 할아버지 선생님이 돋보기 안경 너머로 우리를 맞아주셨다. 선생님은 출석 여부를 확인하시고, 칠판에 그날 써야 할 글감을 크게 적으신다: '매미', '여름', '잠자리'. 그러면 우리는 글감 한 두개를 택해서 시 서너 편을 지어 선생님께 보여 드린다. 선생님은 글을 쓱 훑어보시고 그 중 나은 글을 고쳐 주시거나 잘 쓴 글은 아이들 앞에서 큰소리로 읽어보라고 말씀하신다. 나에게는 '매미'라는 동시가 그중 낫다며 여러 번 다듬어 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선생님께 다녀오기를 반복하며 지우개 밥을 만들다 보면 그날 수업이 끝났다. 이렇게 거의 한달 정도 계속하다 보니 희미하게나마 시 쓰기에 대한 개념이 생기고 글도 제법 꼴이 갖춰졌다. 이때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를 배웠다.

    학생문화예술제에는 대부분 6학년 학생이 참가했다. 상대적으로 저학년이었던 나는 원고지를 받아들고 떨리는 마음에 심장이 마구 두근거렸다. 드디어 칠판에 글감이 적히기 시작했다. 단풍, 어머니, 소풍, 잠자리 그리고 매미! 두근거리는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듯했다.

    그 해 나는 동시 '매미'로 최우수상을 받았고, 할아버지 선생님은 늦가을에 정년퇴임을 하신 후에 자녀들이 사는 서울로 이사 가셨다. 나중에 다른 선생님들이 주고 받는 말을 들었는데, 할아버지 선생님은 정식으로 등단한 시인이셨다.

    이후로도 나는 늘 글을 잘 쓰고 싶었고. 그래서 꾸준히 무엇인가를 적었다. 그리고 할아버지 선생님에게 은혜를 갚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살았다. 선생님께 감사 인사도 못 드리고 성함도 주소도 못 여쭈어 보고 헤어져서, 지금도 몹시 아쉽고 죄송스럽다. 그때 그 매미 울음 소리가 지금도 귀에 따갑게 들리는 듯하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김정현 팀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김정현 팀장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기본반 '글로위로'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본인 피드백>

     

    이재원 선생님이 지도해 주시고 조언해 주셔서 꼬인 문장이 반듯하게 정돈된다고 느껴졌습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일단, 아주 잘 쓰셨습니다. 이야기가 맑고, 재미있고, 솔직합니다. 김정현 선생님 마음이 투명하게 들여다 보이는 듯합니다. 특히, 문학적인 소양이 돋보입니다. 강점입니다.

    2. 저는 여름방학, 을 떠올리면 옛날에 본 낭만적인 영화 장면이 떠오르는데, 김정현 선생님께서는 이렇게나 낭만적인 이야기를 실제로 겪으셨군요. 여름방학 내내 지우개 밥을 먹이시며 종이에 키우신 매미 울음 소리가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따갑게 들리는 이유겠지요. 부럽습니다.

    3. 지도하면서 내용은 거의 손 대지 않았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워낙 흐름이 좋고 군더더기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구석구석 약간 꼬인 문장 구조가 보였습니다. 순서나 배치 문제에 가깝습니다. 앞으로 노력하시면 충분히 고치실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잘 고치신다면 고운 생각을 독자들에게 훨씬 더 자연스럽게 전달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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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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