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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마음을 딱 알겠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0. 25. 05:50728x90반응형
연예인 마음을 딱 알겠다
글쓴이: 박정은 (장애인보호작업장 빛과둥지 사무국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매일 아침 사무실 내 자리까지 들어오면 핑크드레스를 입은 공주 그림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조은수 씨가, 핑크색을 좋아하는 나에게 직접 색칠해서 주었다. (준 그림이다.)
조은수: 굿모닝 예쁜 국장님!
나: 은수씨 안녕하세요. 잘 잤어요?
조은수: (끄덕끄덕) (국장님) 보고 싶었어요.
나: 저도 보고 싶었어요.
조은수: (작은 목소리로) 국장님, 너무 예뻐. 천사야. 우리 엄마 같아. 국장님, 핑크색 좋아해서 내가 핑크로 색칠했어요. 국장님은 핑크 공주.
나: 어머, 내가 좋아하는 핑크! 눈도 큰 예쁜 공주네요. 우리 남편도 매일 예쁘다고 안 해주는 데, 은수씨가 최고네! 고마워요 은수씨! 제 자리 옆에 붙여 놓고 매일 볼게요. 고마워요!
은수씨는 ‘빛과둥지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교육받는 (의) 훈련생이다. 나는 줄곧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일하다 2년 전 법인 발령으로 이곳에 왔다. 그날부터 은수씨와 이용인들은 내가 물을 마시러 정수기에 갈 때나, 화장실에 갈 때, 밥을 먹을 때 등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를 마주칠 때마다 “국장님 예뻐요”, “구두가 멋져요”라고 말했다. 나는 ‘정말 진심일까? 인사치례겠지?’ 라고 고민하면서도 내심 기분이 좋았다. 내가 정말 예쁜 사람처럼 느껴졌다. 심지어 ‘예쁘다’라는 말에 취해 무척 어지러웠다.
그러나 연예인병(?)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빛과둥지’에서 일한지 한 달쯤 된 어느 날 나는 머리를 숏-커트로 자르고 출근했다. 기관으로 들어오면서 만난 여러 이용인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데 왠지 분위기가 허전했다. 평상시와 다르게 아무도 나에게 예쁘다고 칭찬해주지 않았고, 심지어 조용했다. 나는 문득 깨달았다. ‘그동안 내 머리가 길어서 다들 예쁘다고 말했구나!’ 그러나 은수씨는 변함없이 나에게 예쁘다고 말해주었다. 은수씨는 부모님께서 사랑을 듬뿍 받은듯하다. 마음씨도 나보다 예쁘고 늘 고운 말을 쓴다.
[이전 직장(복지관) 동료 직원을 만나다]
직원A: 국장님 안녕하세요! 빛과둥지 가시더니 얼굴이 더 좋아지셨어요.
나: 우리 이용인들이 매일 나에게 예쁘다고 칭찬해 주거든요.
직원B: 와~ 그래서 그런가 예전엔 미간 주름도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졌어요.
나: 진짜요? (거울을 봄) 정말 그러네? 그런데 머리를 숏-커트로 자르고 출근한 뒤로는 다들 이제 예쁘다고 말 안 해요. 한 분만 나에게 매일 예쁘다고 말해 줘요. 다들, 내 머리가 길어서 예쁘다고 했나 봐요.
직원A: 예전엔 국장님 단발까지 기르면 다시 숏-커트로 자르셨는데, (머리를 말아 올린 내 모습을 보고) 그래서 지금은 안 자르고 기르는 중이셨군요?! 하하하하.
나: 하하하하 맞아! 나, 다시 기르는 중이에요! 예뻐져야겠다! 하하하하.
[민철씨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다]
(평소 내가 먼저 민철씨에게 질문하며 대화를 이어갔는데 오늘은 민철씨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김민철: 선생님, 아파요?
나: 어떻게 알았어요? 맞아요, 몸이 좀 안 좋네요.
김민철: 왜요?
나: 글쎄요. 요즘 못 쉬고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김민철: 으샤- 잇- 얍! (약5초 정도 어깨 안마를 해 준다)
나: 민철씨 고마워요. 민철씨 덕분에 몸이 풀리고 힘이 나요. 고마워요.
사회복지사는 이용인을 돕고, 보람을 느끼는 직업이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내가 그분들에게 위로를 받고 (와) 힘을 얻는다. 이용인들은 연예인처럼 예쁘지 않은 나를 매일 칭찬해주고, 애정과 관심으로 나를 살핀다. 주기 위해 일을 시작했지만,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받은 직업. 내가 지금까지 빛과둥지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고, 18년째 사회복지를 계속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오늘도 은수씨가 건네는 따뜻한 말에 감동받고, 민철씨가 살뜰하게 보살펴 줘서 기운을 차린다. 그리고 내가 받은 마음을 다시 갚기 위해 나는 오늘도 이 일을 한다.
<안내>
_ 본 글을 쓰신 박정은 국장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본 글에 나오는 사람 이름은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서 모두 가명으로 바꾸었습니다.
_ 박정은 국장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심화반에 참여하셨습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아주 잘 쓰셨습니다. 충분히 생각하시고 글을 쓰셨다고 느꼈습니다. 평소에 국장님과 이용인 분들 사이가 어떤지 매 순간 들여다 본 듯, 내용이 풍성하면서도 생생합니다. 역시, 생각하고 쓰면 글이 좋아집니다.
2. 주제를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를 의도적으로 잘 선택하셔서 글이 적절하게 포화되었습니다. 특히, 여러 인물이 등장해서 서로 상이한 이야기를 전개하셨는데도 전혀 산만하지 않습니다. 이는 박정은 국장님께서 주제를 뚜렷하게 세우셨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3. 어법에 관해서 세 가지만 지적하겠습니다.
(1) '준 그림이다'
(a1) 초고에 이렇게 쓰셨습니다: 조은수 씨가, 핑크색을 좋아하는 나에게 직접 색칠해서 준 그림이다.
(a2) 이렇게 바꾸었습니다: 조은수 씨가, 핑크색을 좋아하는 나에게 직접 색칠해서 주었다.
a1 문장을 보시면, 주어를 생략하셨는데요, (복원하자면) 주어는 '이 그림은'이 됩니다. 즉, '(이 그림은) 조은수 씨가 그려준 그림이다' 구조입니다. 그런데 저는 주어를 그냥 '조은수 씨가'로 바꾸었습니다. 그러면 문장 마지막이 그냥 '주었다'로 끝납니다. 어떤가요? 그냥 일반 동사로 끝나니까 문장이 좀 더 짧아졌고, 생동감이 생겼지요? 늘 말씀 드리지만, 문장 마지막을 '(명사)이다'로 끝내지 마시고, 이 형태를 대체할 수 있는 동사를 살려서 쓰세요.
(2) '의 훈련생이다'
(b1) 초고에 이렇게 쓰셨습니다: 은수씨는 ‘빛과둥지장애인보호작업장’의 훈련생이다.
(b2) 이렇게 바꾸었습니다: 은수씨는 ‘빛과둥지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교육받는 훈련생이다.
많이 안 쓰셨는데, '의'가 보입니다. '의'가 보이면 그 앞/뒤 말이 서로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잘 살펴 보니, '보호작업장'은 '훈련생'이 교육받는 장소이군요? 그래서 이런 의미를 살려서 '의'를 동사로 바꾸었습니다.
(3) '위로와 힘을 얻는다'
(c1) 초고에 이렇게 쓰셨습니다: 오히려 내가 그분들에게 위로와 힘을 얻는다.
(c2) 이렇게 바꾸었습니다: 오히려 내가 그분들에게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다.
(이 항목은 따로 해설하는 글을 썼으니, 아래 링크를 눌러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박정은 국장님 재-피드백>
초고를 썼을 때, 주어를 생략하거나, '-고 있다'와 '고 있었다' 등이 보여 열심히 수정했는데도 또 보이네요. 선생님께서 피드백해 주신 빨간 글씨로 읽으니 더 부드럽게 읽힙니다. 처음 구상은 은수씨 에피소드로 구성을 하고 시작을 했는데 민철씨까지 넣어 여러 사례를 넣으면 주제가 더 잘 나타나겠다 싶어 수정했습니다. 중간에 수정하고, 구조를 옮겨가며 달리 써 보았습니다. 전보다 작성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기존과 다른 대상과 새로운 주제로 글을 완성하게 되어 뿌듯합니다.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내용을 계속 상기하며 글쓰기한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재원 선생 재-재-피드백>
국장님 재-피드백을 듣고 나니, 국장님께서 발전하셨다고 더욱 확실하게 생각하게 되네요. 글을 잘 쓰는 사람일수록, 지엽말단보다는 구성에 신경을 쓰거든요. 초점을 잃지 않고 쓰셔서 글이 다채롭고 풍성하면서도 주제 의식이 희석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좋은 경험을 얻으셨어요. 앞으로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쓰시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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