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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0. 26. 07:14728x90반응형
늦잠
글쓴이: 권송미(사랑누리장애인단기보호센터 원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나는 잠이 늘 모자랐다. 능력에 비해 꿈은 원대했고, 하고 싶은 일도 넘치게 많았다. 능력은 쉬이 자라지 않으니, 잠을 줄여 시간을 만들었다. 사랑누리를 개원하고 교대근무를 해야 하니 낮과 밤이 수시로 바뀌었다. 불규칙하게 잘 수밖에 없어서 불면증도 생겼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면 틈틈이 자려고 애썼다. 그리고 몸이 불편한 신호를 보내면 모든 일을 내려놓고 자려고 노력했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알람 소리가 크게 들려 에 아직 눈을 뜨지 못한 채로 더듬더듬 시계를 다시 재운다. 조용하게 만든다. 그러다 잠시 아차, 하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는 상태로 접어들어 늦잠으로 이어져 아침 시간이 허둥지둥 정신없어진다. 고무줄로 머리를 질끈 묶으며 후회하지만, 어쩌랴 물이 이미 엎질러졌는데.
“늦잠으로 하루를 망칠뻔했어요.” 나보다 10살 많은 연주 언니와 통화를 하며, 아침에 지각할 뻔한 사태에 관해서 이야기하는데, 언니가 까르르 웃는다.
“그래도 나는 부럽네.”
“별게 다 부러우십니다. 지각했으면 망신이고, 오늘 아침이 얼마나 엉망이었는데요.”
“늦잠도 다 젊으니까 자는 거야. 내 나이쯤 되면 늦게까지 자고 싶어도 눈이 저절로 떠질 걸.”“정말요?”
“그럼 아직 어스름한 새벽에 눈이 떠지면 더 자고 싶어서 이불을 끌어당겨도 잠이 오지 않아. 이불속에서 멀뚱멀뚱 자야지 자야지 생각만 하고 있으면 이게 무엇 하는 짓인가 싶기도 해.”
“그렇군요. 그런 어려움이 있는지 몰랐어요.”
“송미야. 나는 우리 엄마가 새벽에 일찍 일어나 식구들 밥 챙기는 일이 당연했거든. 그런데 우리 엄마 젊어서는 그게 참 힘들었겠다, 눈꺼풀이 천근만근이었을 텐데, 자식들 먹이느라 겨우겨우 일어났을 거다 싶었어. 엄마니까 당연했던 일이 사실은 엄마여서 해냈다는 사실을 이 나이가 되어서야 깨닫네. 그리고 요즘은 엄마처럼 나도 새벽기도 가야겠다고 생각해. 눈떠지는 새벽에 자식들을 위해 기도해야지. 이불속에서 그만 끙끙거려야겠다고 우리 엄마처럼 그렇게 마음먹게 돼.”
전화를 끊고 나서 나도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엄마 품에서 늘어지게 늦잠 자고 싶어졌다. 엄마 품이라면 늘 모자란 내 잠을 채울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흰머리가 한 줌씩 늘어가는 엄마가 걱정되고, 우리 엄마는 별이 반짝이는 새벽에 일어나 무얼 하실까 궁금해졌다. 오늘은 꼭 엄마에게 안부 전화해야겠다.<안내>
_ 본 글을 쓰신 권송미 원장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권송미 원장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심화반에 참여셨습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우와! 대단히 잘 쓰셨습니다. 우선, 내용상으로 군더더기가 놀랍도록 적습니다. 권송미 원장님께서 노력해 오신 결과물이 이제는 나타나네요. 날씬하면서도 내용이 두텁게 느껴집니다. 제대로 포화되도록 글을 쓰셨습니다. 결과물 자체도 훌륭합니다만, 그동안 배워 오신 내용을 성실하게 글에 녹여 내신 점을 두 손 들어서 극찬하겠습니다.
2. 내용은 간결해지고, 문장도 날씬해졌는데, 권송미 원장님 최고 강점인 표현력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예컨대, '우리 엄마는 별이 반짝이는 새벽에 일어나 무얼 하실까 궁금해졌다'). 제가 늘 강조하듯이, 아주 권송미스럽게 쓰셨습니다. 이점도 극찬하겠습니다. 아주 잘 쓰셨습니다.
3. 구조도 무척 좋습니다. 본인 잠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로 시작해서, 엄마로 대표되는 타인에 대한 관심으로 깊어지면서 확장되는 구조가 매우 단단하고 훌륭합니다. 주제에 걸맞는 대화록을 적절하게 인용하셔서 결론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흐름도 무척 좋습니다.
4. 기본반부터 배워 온 내용을 종합적으로 소화하셨다는 점도 훌륭합니다. 어느새 적의것들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계속 지적해 드린 영어 번역투 문체도 아주 많이 고치셨어요. 생활 습관을 고치기 어렵듯, 문체도 고치기 어렵습니다. 솔직히,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고치셨으니, 대단하십니다. 피나게 노력하신 티가 나서 기특하고, 존경스럽습니다.
5. 어법에 관해서 딱 두 가지만 지적하겠습니다.
(a1) 원문에 이렇게 쓰셨지요: 알람 소리에
(a2) 이렇게 바꾸었습니다: 알람 소리가 크게 들려
많은 분들이 이유/원인을 나타내는 명사 뒤에 '~로', '~에'를 붙여서 부사구를 만드십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동사를 살려 써야 하는 한국어 매력이 반감됩니다. 이유/원인을 나타낼 때 너무 짧게 처리하지 마시고, 동사/형용사를 살려 쓰시기 바랍니다.
(b1) 원문에 이렇게 쓰셨지요: 더듬더듬 시계를 조용하게 만든다.
(b2) 이렇게 바꾸었습니다: 더듬더듬 시계를 다시 재운다.
제 생각엔, 한국어에서는 '만들다'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은 듯합니다. 한국어에서는 자동사/타동사 구분도 모호할 정도로 '타동' 의미가 깊지 않습니다. '내가 움직이는 행동을 받는 대상' 개념이 서양어보다 약하지요. 그래서 '만들다' 동사를 사용해서 명시적으로 타동/사동 의미를 드러내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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