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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쓰기 힌트 #002 - 표현을 접어서 쓰지 말라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0. 25.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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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 힌트 #001 (이재원 해설)

    나는 '힌트'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힌트는 종결점(요령)이 아니라 시작점(태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작은 힌트를 잡고 문을 나서면, 걸어가야 할 먼 길이 보인다. 문밖으로 나갔다고 주저 앉으면 '요령'에 그친다.

    글쓰기는 '요령'으로 배울 수 없다.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에 가깝기 때문이다. 긴 거리를 뛰다 보면, 기본 체력과 폐활량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기본 체력이 탄탄하지 않고 폐활량이 적으면 결승점에 도달할 수 없다.

    그렇다고 본격적으로 들어가서 배우기는 좀 부담스럽다? 사실이다. 이해한다. 글쓰기를 제대로 배우려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우리에겐 힌트가 필요하다. 흥미롭게 시작하려면 훌륭한 페이스 메이커가 필요하다.

    그래서 '글쓰기 힌트'를 생각해 보았다. 잠시 멈춰서 생각하고, 실질적으로 글을 쓸 때 도움도 되지만, 단순한 '요령'에 그치지 않는 지식. 좀 더 먼 길을 힘 내서 걸어 갈 수 있도록 호기심이라는 에너지를 보충해 주는 음료.


    (예문1) 오히려 내가 그 분들에게 위로와 힘을 얻는다


    나는 학생에게 글쓰기 기술을 가르칠 때, 그냥 강의만 하고 끝내지 않는다. 학생이 쓴 글을 꼼꼼히 읽으면서 (1) 전체적인 글 구조 면으로나 (2) 구사한 어휘 면으로, 개선해야 할 점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지적한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좀 더 좋은 구조, 좀 더 좋은 표현을 보여주면서 학생이 스스로 차이를 느끼고 깨닫도록 유도한다. 말하자면, '빨간펜을 드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시간이 지나갈수록 학생이 제출한 글에서 빨간색 글씨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학생이 발전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쾌감을 느낀다. 

     

    이렇게 많은 학생이 다양하게 쓴 글을 면밀하게 읽으면서 고치고 또 고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문제가 되는 문장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서 학생은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지만 관찰하는 사람은 느끼는 반복적인 습관이랄까. '아... 그대로 둬도 딱히 두드러지게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본인이 제대로 인식하고 고친다면 글이 훨씬 더 좋아질 텐데...' 라고 생각하게 되는 살짝 미묘한 습관이랄까. 최근에도 많은 학생이 보이는 어떤 보편적인 습관을 포획(?)했다. 그리고 이름을 붙였다: '표현(문장)을 접어서 쓰는 증상.' 

     

    예문을 면밀히 들여다 보시라. 특히 후반부 대목('위로와 힘을 얻는다')을 천천히, 여러 번 읽어 보시라. 아마 별로 문제가 없어 보이리라. 그런데 '위로'와 '힘'을 분리해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우리는 단어 '위로'를 어떻게 많이 사용하는가. (1) (누군가를) 위로하다. (2) (누군가에게) 위로받다. 보통 이렇게 두 가지 방식으로 많이 쓴다. 다시 예문을 보시라. 예문을 쓴 사람은 어떻게 구사했는가? '위로'를 '힘'과 함께 엮어서 '얻는다'에 걸리도록 썼다. '위로를 얻다'와 '힘을 얻다'를 합치면서 반복되는 '위로'쪽 '얻다'를 슬며시 생략했다. 

     

    이 문장을 쓸 때 글쓴이 머릿 속 두뇌는 어떻게 굴러갔을까. 글쓴이는 명확하게 의식하고 쓰진 않았으리라 짐작한다. 아마 글을 쭉 쓰다가 '위로'와 '힘' 두 단어가 떠올랐을 텐데,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해서 보통 '위로' 뒤에 딸려 나오는 '받다'를 생략하고, '위로'를 '힘을 얻다' 쪽으로 합쳐서 썼으리라. '표현(문장)을 접어서 쓰는 증상'은 바로 이런 상황을 지칭한다. 서로 비슷한 표현을 쓰면서, 통상적으로 한 쪽 어구에 사용하는 표현을 생략하고 다른 쪽 어구에 붙여서 사용하는 상황. '펼쳐서 써야' 할 표현을 '접어서 쓰는' 상황. 

     

    (수정문1) 오히려 내가 그 분들에게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다. 


    또 다른 예문과 수정문을 제시하겠다.


    (예문2) '미술관' 투어와 가벼운 사생을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수정문2) '미술관'을 둘러보고 가볍게 사생 행사를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투어가 무엇인가? '미술관을 둘러 본다'는 뜻이다. '사생 행사를 진행한다'는 표현은 미술관 투어와 뜻과 맥락이 약간 다르다. '투어'와 '사생'은 구분해서 표현해야 훨씬 더 풍성하게 느껴진다. 물론, 이 두 가지 표현을 칼로 무 자르듯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지는 않다. 그래서 예문2를 쓴 사람도 '접어서 썼으리라'. 하지만 수정문2에서 보듯이 두 가지 표현을 구분하고 술어를 다채롭게 살려 쓰니(둘러보다, 진행하다) 문장(표현)이 훨씬 더 풍성하고 정교해졌다. 그러므로 '접어서 쓰는' 습관은 상당히 미묘하다. 굳이 '접어서 쓴다고 해서' 완전히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접힌 문장(표현)을 다시 펼쳐서 쓰면 상대적으로 훨씬 더 풍성해진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문장을 '접어서' 쓸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째, 마음이 급해서. 단어를 하나씩 짚어가면서 꼼꼼하게 생각해 보고 쓰지 않고, 시간에 좇겨서 글을 쓰다 보니 비슷한 문장/표현을 편하게 묶어서 쓴다. 둘째, 어쨌든 짧게 써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어떤 원칙이든지 본질을 이해하고 적용해야 아름답다. '되도록 짧게 쓰라'는 격언은 바람직하고 옳은 격언이지만, 무조건 짧다고 좋지는 않다. 특히, 한국어는 술어(동사/형용사)가 발달했고, 그래서 동사나 형용사를 살려 써야 좋다. 그런데 어떻게든 짧게 써야 해서 동사나 형용사를 짧은 명사로 처리하고 과도하게 이어붙이면, 오히려 글이 뻑뻑해지고 늘어지게 된다.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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