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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치스 딸기 폭탄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0. 28. 06:46728x90반응형
제목: 웰치스 딸기 폭탄
글쓴이: 민경재(안산시초지종합사회복지관 분관 둔배미복지센터 센터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지금 OO위원회를 열어야 하는데 지금 (본관으로) 들어올 수 있나요?”
나는 복지관 분관에서 근무하면서 (근무하고 있는 나는) 종종 이렇게 호출을 받는다. 무슨 일인지 심란해하며 본관에 도착한다. 좋은 일이면 마음이 가볍다. 그러나 불거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면 마음도 몸도 입도 무겁기만 하다.
회의를 마치고 분관으로 돌아와 자리에 털썩 앉아 멍~하니 있었다.
“다 끝나셨어요?”
“아니, 아직 진행 중이야! 어렵네...”
“저, 편의점 갈 건데 뭐 사다 드릴까요?”
“웰치스 딸기 음료 부탁해도 될까?”
직원은 웰치스 오렌지를 사 들고 나타났다.
“센터장님, 웰치스 딸기는 없더라고요. 혹시 다른 편의점에 있을까 싶어 세 곳이나 들렀는데 다 없어요.” 내가 먹고 싶은 음료를 사기 위해 세 곳이나 들러 준 직원에게 고마웠다.
“이 더운 날 편의점 세 곳이나 들려주다니 고마워! 오렌지도 맛있다. 잘 먹을게!” 직원이 사다 준 음료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회의 때 느낀 중압감을 잠시 내려 놓았다.
며칠 후, 본관에서 세 번째 회의를 마치고 오후 5시쯤에 되어서야 분관으로 돌아왔다. 2층 로비에서 지역 주민들을 만났다. 힘이 나진 않았지만 억지로라도 텐션을 (과 에너지를) 끌어올려 밝게 인사를 나누고 사무실 자리를 향해 터벅터벅 걸었다. 모니터 뒤에 뭔가 한가득 보인다. 뭐지?! 웰치스 딸기 캔 스물 네 개, 새우깡 네 봉지가 내 책상을 가득 채웠다.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한참을 모니터 아래서 고개를 숙이고 오열했다. 힘든 마음이 무너져 내려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한참을 울고 나니 민망해졌다.
“누가 이런 짓을 했어! 누구야 누구! 아이 정말 이러면 내가 정말 고맙잖아!”
신경 쓰이게 해서 미안했고, 나를 살펴줘서 고마웠다.
“센터장님, 오늘 웰치스 딸기가 두 번이나 배송되었어요. 제가 잘못 시켰나 했죠! 그런데 알고 보니 주은 선생님도 시켰더라고요! 오~ 주은 쌤 오늘 쫌 감동이었어요!” 서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칭찬한다.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주문을 넣어 웰치스 사랑 폭탄을 안았다.
“자, 다 같이 웰치스 한 캔씩 마시자!”
“아, 이거 애들 먹는 시럽 약 같은데요. 센터장님 다 드셔도 되겠어요. 하하.”
우리는 웰치스 파티를 하며 고된 하루를 함께 마무리했다. 그리고 나는 며칠 동안 웰치스 딸기를 먹고 또 먹었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민경재 센터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민경재 센터장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기본반 '글로위로'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우와! 잘 쓰셨습니다. 민경재 선생님, '글발'을 확인했네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내용상 군더더기가 거의 없습니다. 날씬하면서도 두텁게, '적절하게 포화'되도록 잘 쓰셨습니다. 크게 칭찬 드립니다.
2. '적의것들'와 '서로했었되지보다' 등,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아주 잘 소화하셨습니다. 이렇게, 이미 학습한 내용을 계속 기억하시면서 새로운 내용을 잘 축적해 나가시면 좋겠습니다.
3. 글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데, 표현하신 메시지는 묵직하게 전달됩니다. '민경재 스타일'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만큼, 매우 훌륭한 스타일입니다.
4. 어법과 관련하여 두 가지만 지적하겠습니다.
(a1) 원문에 이렇게 쓰셨어요: 복지관 분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나는 종종 이렇게 호출을 받는다.
(a2) 이렇게 바꾸었습니다: 나는 복지관 분관에서 근무하면서 종종 이렇게 호출을 받는다.
먼저, a1 문장을 보시면 주어('나는')가 문장 가운데 나오지요. 주어 앞에 나오는 어구를 들여다 보면, '근무하다'라는 동사가 보입니다. 이 동사를 '나는'을 꾸며주는 수식어구(관형사)로 사용하셨어요. 그런데 동사는 서술하는 자리에 있을 때 가장 동사답습니다. 그리고 동사를 동사답게 써야 한국어를 아름답게 구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어('나는')를 문장 앞머리로 뺐습니다. 그리고 '근무하다'를 서술적인 용법으로 재배치했습니다. 복잡한 설명을 잠시 두고, 그냥 두 문장을 읽어 보세요. 어떤 문장이 좀 더 자연스러운지요.
(b1) 원문에 이렇게 쓰셨어요: 2층 로비에서 지역 주민들과 에너지를 끌어올려 밝게 인사를 나누고 사무실 자리를 향해 터벅터벅 걸었다.
(b2) 이렇게 바꾸었습니다: 2층 로비에서 지역 주민들을 만났다. 힘이 나진 않았지만 억지로라도 텐션을 끌어올려 밝게 인사를 나누고 사무실 자리를 향해 터벅터벅 걸었다.
무엇이 달라졌나요? 해당 상황을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기 위해서 세부 사항을 삽입했지요. 여기에서는 '힘이 나지 않았지만 억지로라도' 이 내용을 넣어야만 독자가 조금 더 부드럽게 문맥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우리는 '글은 무조건 간결하게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간결하게 쓰는 행동 자체보다는 간결하게 써야 하는 목적과 이유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간결하게 쓰라'는 말은 잡다한 군더더기를 줄이라는 뜻이죠. 특정한 내용을 비슷한 방식으로 겹쳐서 쓰면 독자가 글을 이해하기가 오히려 어려워지거든요. 하지만 '간결하게 써야 한다'고 생각해서 써야 하는 내용을 생략해버리면, 간결하게 쓰려는 목적이 휘발됩니다.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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