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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고, 미안하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1. 29. 06:08728x90반응형
부끄럽고, 미안하다
글쓴이: 전양희(해피홈 보육원 원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며칠 전, 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 방문했다. 평소 자주 말썽부리던 아동이 (보육원) 집기를 부수고 위협적인 언행을 보여서 어쩔 수 없이 경찰에 신고했다. 이 아이도 공동체 일원이기에 끝까지 이해하고 싶었지만, 날이 갈수록 더 과격한 모습을 보였고, 다른 아동과 교사가 무서워해서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마음이 무거웠지만, 아이가 반성하고 변화하길 바라면서 조사에 임했다. 아이가 처한 사정과 상황에 관해서 답변하는데 울적해진다.
올해는 경찰서와 법원에 여러 차례 불려 다니고, 분류심사원, 치료보호시설까지 방문했다. 보통 부모라면 이름을 알지도 못할 곳에 많이도 다녔다. 가다가다 이제는 소년원에까지 간다.
우리 상황을 잘 아시는 관내 형사님이, 조사를 마친 나를 위로한다.
형사님: 그 녀석 문제가 많네요. 소년원에 보내야겠네.
나: 보통 소년원에 다녀오면 문제 일으키지 않고 잘 지내나요?
확인받고 싶었다.
형사님: "잘 지내는 아이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어요."
나:"그렇군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최근 우리 아이 중에 소년원에 간 아이도 있어요. 최근에 면회 다녀왔는데, 그래도 많이 반성하는 듯하고, 나중에 돌아오면 잘 생활하겠다고 약속했어요."
나는 형사님이 보육원에 문제 아동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길 바랐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우리 보육원 퇴소한 아동 중에는 경찰행정학과 3학년 학생도 있어요. 공부도 잘 해서 장학생이고, 씩씩하게 잘 다녀요.”
마침, 우리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여자 분인데, 당당하고 늠름한 모습이 보육원을 퇴소하고 경찰행정학과 학생으로서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아이 모습과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세상 모든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 중에는 반항하고 말썽을 부리는 아이도 있지만, 정말로 건강하고 씩씩하게 성장하면서 열심히 꿈을 키워가는 아이도 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겪은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하면,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더 강인하고 훌륭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종종 경찰서 등 사법기관에 (불려) 다니면서 부끄럽기도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자기 길을 찾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어떻게든 돕고 싶다. 매일 노력하는데도 턱없이 부족해서,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전양희 원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전양희 원장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심화반 '글로위로'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여러 가지 이유로, 잘 쓰셨습니다.
(1) 역시, 글을 쓸 때 솔직한 태도가 제일 중요합니다. 전양희 선생님께서 엄마로서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가 뚜렷하게 느껴져서 좋습니다. (2) 적어도 내용상으로는 군더더기가 거의 없습니다. (3) 주제와 관련지어서 생각해 보면, 대화 내용을 잘 선택하셨습니다. (4) 어쩌면 그냥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넘길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잘 포착하고 잘라내셔서 글로 완성하셨어요. 순간을 포착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글로 옮기신 생각 과정이 특히 훌륭합니다. 역시, 글쓰기는 시선과 포착 능력이 중요해요. 표현은 기술적으로 배우고 다듬으면 되지만,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이야기를 포착하는 능력은 대상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애초에 가질 수가 없습니다. (5) 문체가 딱 전양희스럽습니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우며, 따뜻한데, 열정이 넘칩니다.
2. 글을 다시 읽으면서, 부모로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진짜 모정은 '낳은 정'이 아니라 '기른 정'이라죠? 글 행간에서, 정말로 어쩔 수 없이 아이를 경찰에 신고하는, '기른 엄마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대표적인 심정으로 '부끄러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만 언급하셨지만, 심정이 얼마나 더 복잡했겠습니까. 모든 감정을 뒤로 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려는 마음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렇죠. 엄마라면, 진짜 엄마라면, 아이가 아무리 악독한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끝까지 믿어 주고 따뜻하게 안아 주겠지요. 마음 속에 정안수를 떠 놓고, 매일 무릎을 꿇으며 기도하겠지요.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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