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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즐리가든: 향기롭게 위로받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2. 7. 06:34728x90반응형
제목: 로즐리 가든
글쓴이: 민경재(안산시초지종합사회복지관 분관 둔배미복지센터 센터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나는 언제나 꽃을 좋아한다. 그래서 남편에게 장미 한 두 송이를 사달라고 청하곤 했다. 흐뭇하게 꽃 한 다발 받고 싶지만,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나를 위해 스스로 꽃을 산다. 4년 전, 내가 일하는 마을에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집, ‘로즐리 가든’이 생겼다. 이곳엔 내 마음을 사로잡는 꽃이 가득하다. 매일 꽃이 보고 싶어서 '로즐리가든'이 위치한 골목길로 돌아서 퇴근할 정도다. 이렇게 자주 꽃을 사고, 자주 인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꽃집 사장님과 친구가 되었다. 매주 금요일은 한 주를 잘살아낸 나에게 꽃을 선물하는 날이다. 금요일이 되면 퇴근길에 거의 항상 로즐리 가든에 들린다. 꽃 향기에 취해서 신나게 꽃구경하다가 마음에 들어오는 세 송이를 고른다. 친구는 “주말에 꽃 보며 힐링해!”라고 말하며 꽃 두 세 송이를 더해서 내게 안겨준다. 결국, 흐뭇하게 한 다발이 된 꽃을 보며 주말 내내 향기롭게 위로받는다.
<이재원 선생 해설>
글쓴이는 딱 한 단락으로 글을 쓰셨다. 문장과 문장을 무척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그래서 겉으로만 보면, 아무 계획 없이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은 듯하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글쓴이는 이 짧은 단락을 시종일관 철저하게 계산해서 썼고, 일단 초고를 쓰신 후에 내용과 표현을 수없이 많이 고쳤다. 말하자면, 겉으로는 하나로 쭉 이어진 비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온갖 조각 천을 의도적으로 이어 붙인 고급 누더기다.
증거를 대겠다.
(도입) 나는 언제나 꽃을 좋아한다. (상술) 그래서 남편에게 장미 한 두 송이를 사달라고 청하곤 했다. (상술) 흐뭇하게 꽃 한 다발 받고 싶지만, 사치라고 생각했다. (소주제문) 그러나 이제는 나를 위해 스스로 꽃을 산다. (상술) 4년 전, 내가 일하는 마을에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집, ‘로즐리 가든’이 생겼다. (상술) 이곳엔 내 마음을 사로잡는 꽃이 가득하다. (상술) 매일 꽃이 보고 싶어서 '로즐리가든'이 위치한 골목길로 돌아서 퇴근할 정도다. (결과) 이렇게 자주 꽃을 사고, 자주 인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꽃집 사장님과 친구가 되었다. (예시) 매주 금요일은 한 주를 잘살아낸 나에게 꽃을 선물하는 날이다. (상술) 금요일이 되면 퇴근길에 거의 항상 로즐리 가든에 들린다. (상술) 꽃 향기에 취해서 신나게 꽃구경하다가 마음에 들어오는 세 송이를 고른다. (상술) 친구는 “주말에 꽃 보며 힐링해!”라고 말하며 꽃 두 세 송이를 더해서 내게 안겨준다. (상술) 결국, 흐뭇하게 한 다발이 된 꽃을 보며 주말 내내 향기롭게 위로받는다.
<이재원 선생 해설>
먼저, 이 글은 전개 방식을 기준삼아 분석하자면, '서사적 설명'이라고 칭할 수 있겠다. 글쓴이가 꽃을 사랑하고, '로즐리가든'을 사랑하며, '로즐리가든'을 운영하는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설명'과 '서사' 전개 방법을 적절하게 섞어서 썼다. '설명'을 기본으로 깔고 부분적으로 '서사'를 구사해서, '서사적 설명'이라고 구분했다.
소주제문은 단락 단위에서 소재와 그 소재에 대한 핵심 생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 문장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그러나 이제는 나를 위해 스스로 꽃을 산다'가 된다. 이 문장 앞에는 '반대' 뜻을 나타내는 접속사 '그러나'가 보인다. 이는 소주제문 앞에 전제가 되는 이야기, 즉 '도입' 내용이 있다는 뜻이다.
만약에, 소주제문과 반대 내용인 '도입' 내용이 길다면? '그러나' 앞에서 잘라내서, 또 다른 단락으로 구분지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그 단락은 '도입 단락'이 된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도입 내용을 아주 본격적으로 다루진 않아서, 또 다른 단락으로 구분짓지는 않았다. 그냥 소주제문 앞에 살짝 나오는 '도입 문장'으로 남았다.
글쓴이는 이 글에서 '상술' 기술을 뛰어나게 구사했다. '상술' 기술이란, '뜻풀이'로서 바로 앞에 나오는 문장을 (1) 뜻은 같게, (2) 길이는 상대적으로 길게, (3) 내용은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내는 설명 기술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떤 글을 쓰든지, 이 상술 기술을 풍성하면서도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구사한다.
글쓴이가 각 구사한 문장을 정독하면서 끝에 나오는 서술어를 읽어 보시라. 굉장히 다채롭다고 느껴지리라. 본질적으로, 한국어는 서술어(동사, 형용사)를 다채롭게 구사해야 생기가 돈다. 글에 생기가 돌면, 읽는 독자 마음에도 생기가 돈다. 그러면 글을 경쾌하게 읽을 수 있고, 마음 속에 여러 모습으로 향기롭게 꽃이 핀다.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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