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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징검다리를 건너다: 스토리를 플롯으로 만드는 방법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2. 1.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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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픽션 글쓰기에서) 스토리(story)는 무엇인가?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적은 기록이다. 스토리에서는 사건과 사건 사이에 오로지 시간적 선후만 있다. 앞에 일어난 사건과 뒤에 일어난 사건은 서로 어떤 관계도 없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글쓴이가 앞에 일어난 사건과 뒤에 일어난 사건 사이에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스토리 예시> 

    (a) 새 직장에서 시내로 다녀오는 임무를 받았다. 택시를 탔다. (b) 20km 떨어진 곳에서 교육받고 오라는 임무를 받았다. 90분 동안 차를 운전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돌아오니 과장님이 나를 기다리신다. (c) 다른 장소에 다녀오는 임무를 맡았다. 차를 운전해서 다녀왔다.

     

     

    (논픽션 글쓰기에서) 플롯(plot)은 무엇인가? 플롯은 앞에 일어난 사건이 뒤에 일어난 사건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를 고려해서 글쓴이가 세우는 논리 구조다. 다시 말해서, 글쓴이가 전체 이야기에 부여하는 인과 관계다. 플롯을 잘 짜면, 이야기 속에 나오는 등장 인물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지를 독자에게 잘 설명할 수 있다. 

     

    <플롯 예시>

    (a) 새 직장에서 시내로 다녀오는 임무를 맡았다. 그런데 나는 서툴러서 차를 운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창피해서 못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택시를 탔다. (b) 다음에는 20km 떨어진 곳에서 교육받고 오라는 임무를 받았다. 택시를 타기엔 거리가 너무 멀었다. 내가 직접 차를 운전해서 가야만 했다. 그래서 90분 동안 차를 운전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두려웠어도 직접 운전해 보니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 과장님은 내가 돌아오지 않자 걱정되어서 퇴근도 못하고 나를 기다리셨다. (c) 다른 장소에 다녀오는 임무를 맡았다. 경험이 쌓여서 여유가 조금 생겼다. 차를 운전해서 다녀왔다. 

     

     

    이렇게 플롯을 충분히 구상한 후에 글을 쓰면, 최종 글이 훨씬 더 좋아진다. 전체적으로 논리 흐름이 끊기지 않아서, 이야기가 시종일관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사건과 사건이 어떻게 서로 관계를 맺는지 충분히 설명하기 때문에, 실제로 일어난 모든 개별 사건을 글로 쓰지 않아도 내적 의미를 풍성하게 전달할 수 있다. 실제 사례로 확인해 보자. 

     

    <최종 글>

      새 직장에서 내가 맡게 된 업무는 ‘후원과 홍보’. 과장님은 시내 다섯 곳에 다니면서 서류와 물건을 받아오라고 하셨다. 첫 임무였다. 그런데 내가 운전 못 한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몇 시간 동안 아무도 모르게 큰길까지 걸어가서 택시를 탔다. 무사히 지나갔다. 그 다음에는 직장에서 자동차로 40분 정도 떨어진 기관에 가서 자원봉사 관리자 교육을 받고 오라는 임무를 받았다. ‘교육이니까 여러 명이 같이 갈 거고 원내 차를 이용하면 나는 운전 안 해도 되겠지’ 혼자 추측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했다. 그런데 과장님은 나 혼자 다녀오라고 말씀하셨다.

      남몰래 택시 타고 간다고 문제를 풀 순 없었다. 어쨌든 이번엔 나 스스로 운전해야 했다. 다행이라면 목적지가 운전 연수 받기 위해 달려봤던 직진 코스였고 남편이 집에 있어 같이 갈 수 있었다는 점이랄까.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가 이런 경우로구나. 비상 깜빡이를 켜고 시속 30km 속도로 한 시간 반을 달려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돌아올 때도 시속 30km 이상은 엄두도 못 냈다. 도착할 시간이 한참 지나도 내가 돌아오지 않아 과장님은 퇴근도 못 하고 기다리셨다.  

      다음날 세 번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차 열쇠를 들고 나왔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담담했다. 시동을 켜고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살짝 뗀다. 살짝 긴장은 되지만 왠지 할 수 있을 듯하다. 엑셀레이터 페달을 좀 더 깊게 밟아 본다. 방향지시등을 켜고 머뭇거리면서 차선도 변경해 본다. 

     

     

    보통 사람이 글을 쓸 때는, '스토리'니 '플롯'이니, 이런 어려운 개념을 염두에 두진 않는다. 마음 속에 떠오르는 이야기와 그 이야기에 붙은 감정과 생각을 '그냥' 적는다. 이렇게 써도 아주 가끔씩은 좋은 글이 나온다. 하지만 이렇게 '그냥' 쓰면, 대개는 글에서 초점이 사라지고 군더더기가 덕지덕지 따라 붙는다. 논리 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썼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려면, 그대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못하든) 반드시 플롯을 잘 짜야 한다. 그리고 만약 그대가 플롯을 의식적으로 짤 수 있다면, 글을 잘 쓸 수밖에 없다. 플롯을 자동차에 비유해 보자.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려는데 걸어갈 수도 있겠지만, 자동차에 탄다면 훨씬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갈 수 있다! 자동차가 힘이 좋을수록, 더 빠르게 더 편하게!  

     

    플롯 구성 훈련 방법: (1) 남이 잘 쓴 글을 많이 읽는다. 필자가 문장과 문장 사이, 단락과 단락 사이에 어떻게 의미를 채워 넣었는지 파악한다. (2) 스스로 글을 많이 써 본다. 글을 쓰면서 문장과 문장 사이, 단락과 단락 사이에 적절하게 의미를 채우려 노력한다. (3) 사물과 사람에 대해서 깊이, 넓게 생각한다. 대상을 다방면으로 연결지으면서 생각한다.

     

    "지식은 결국 구조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예술도 구조가 너무 중요합니다.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하잖아요. 소설가가 글을 쓸 때 어느 순간에 이르게 되면 자기 마음대로 쓰지 않고 글 자체가 이끄는 힘에 따라서 저절로 쓰게 된다고요. 굉장히 예술적으로 들리긴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보자면, 글이든, 말이든, 음악이든, 인간이 머리를 쓰는 지적 작업에는 내적 논리가 있는데, 이 내적 논리가 바로 구조입니다. 이 구조를 따라 가면, 아무리 소설가가 이상하게 글을 쓰려고 해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요. 이야기 구조가 가진 힘 때문에.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구조는 지식을 지식이도록 만들어 주는 필수 요소, 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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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자기-돌봄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2023 모임에서 발간한 작품집을 공유합니다. 공동 저자 _ 권송미 / 사랑누리장애인단기보호센터 센터장 _ 박정은 / 장애인보호작업장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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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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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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