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술술술 읽히는 문장을 쓰려고 배우는 한국어 품사론 #1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2. 6. 12:25
    728x90
    반응형

    술술술 읽히는 문장을 쓰려고 배우는 한국어 품사론 #1


    앞글에서(https://vo.la/uMeqG) 술술술 읽히는 글을 쓰려면, '한국어 특성에 맞게 자연스럽게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어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시, 한국어 문법을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한다. 하지만 모든 내용을 다 알 필요는 없다. 우리는 그냥 단어와 문장 구조에 관한 지식 중 일부만 알아도 족하다. '한국어를 한국어답게 쓰는 방법'만 알면 된다.

    먼저, 품사론(品詞論)부터 시작한다.

     

    두 단어로 구성된, 가장 쉬운 문장 하나를 써 본다.

    (예문 1) 내 마음은 맑음이다.

    어떤가? 혹시, 어색한가? 아주 조금 어색하다. 하지만 뜻은 어느 정도 통한다. 곰곰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이런 문장을 꽤 많이 쓴다.

    이번엔 또 다른 문장을 써 본다.

    (예문2) (나는) 기쁘다.

    어떤가? 혹시, 어색한가? 아니다.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젠, 예문 2를 예문 1과 비교하자. 그렇다. 두 문장은 뜻이 거의 같고 형태만 다르다. 그런데 예문 2가 예문 1보다 조금 더 자연스럽다.

    왜 그럴까? 예문 2가 예문 1보다 '더 한국어답기 때문'이다.

    문법으로 설명하겠다. 예문 2에서 '기쁘다'는 형용사로서 서술어 기능을 수행한다. 한편, 예문 1에서 '맑음이다'는 명사에 서술격 조사 '이다'를 붙여서 서술어 기능을 수행한다. 그런데 한국어는 동사/형용사가 대단히 잘 발달했다. 같은 뜻이면, 명사에 ‘이다’를 붙인 서술어보다는, 원래부터 동사/형용사인 단어를 살려쓰면 좋다. ’맑음이다‘보다 ’기쁘다‘가 좀 더 한국어스럽고, 좀 더 자연스러우며, 결국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잠깐! 갑자기 어려운가? 이해한다. 갑자기 문법 용어가 등장했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 막연하게 감에 의지해서 쓰지 않고 정확한 지식에 근거해서 써야 한다. 그래야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쓸 수 있고, 나중에라도 체계적으로 고칠 수 있다.


    지금부터는 '술술술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한 품사론(品詞論)'을 정리한다. 품(品)은 '나눈다'는 뜻이고, 사(詞)는 '말(단어)'라는 뜻이다. 그래서 품사(品詞)는 단어를 나누는 갈래다.

    한국어에서는 품사를 다섯 집단으로 나눈다.

    (1) 체언(體言): 명사, 대명사, 수사

    (2) 관계언(關係言): 조사

    (3) 용언(用言): 동사, 형용사
    (4) 수식언(修飾言): 관형사, 부사
    (5) 독립언(獨立言): 감탄사


    (1) 체언(體言)

    체언은, ‘행동 주체(主體)가 될 수 있는 말‘을 가리킨다. 여기에서 주체는 실질적으로는 문장 속 주어(主語)를 뜻하니, 체언은 ‘문장에서 주어가 될 수 있는 말’이다. 체언(주어가 될 수 있는 말)에는 명사, 대명사, 수사가 있다.

    1) 명사(名詞)는 생물이나 사물의 이름을 나타내는 단어다. (예시) 하늘, 사슴, 건물, 슬픔, 연습. 사람이나 동물처럼 생명이 있어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명사를 유정명사(有情名詞)라고 칭하고, 식물이나 무생물처럼 감정을 느낄 수 없는 명사를 무정명사라(有情名詞)고 칭한다.

    한국어에서는 문장에서 주어를 쓸 때, 대체로 유정명사를 사용한다. 다시 말해서, 주로 사람이나 동물을 주어로 쓴다. 반면에, 영어에서는 문장에서 주어를 쓸 때 무정명사를 굉장히 많이 쓴다. 예시를 들겠다.

    (예문 3) 슬픔은 나로 하여금 좌절감을 느끼게 했다.

    이 문장은 어떤가? 뜻은 통하지만, 약간 어색하다.

    (예문 4) 나는 슬퍼서 좌절했다.

    어떤가? 예문 3과 뜻은 같지만, 훨씬 더 자연스럽다. 예문 4에서는 주어로 사람(유정명사/감정을 느끼는 명사)을 썼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수천년 동안 유정명사를 주어로 썼는데, 영어를 배우고 번역하면서 무정명사도 주어로 꽤 많이 쓰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편이 좀 더 자연스러운지 느낄 수 있는 감각이 무의식에 남아 있다.

     

    이제는 좀 더 다양하게 예문을 살펴보면서 유정명사와 무정명사 차이를 느껴보자. 

     

    (예문 5) 아픔은 그를 울게 했다.

    (예문 5-1) 그는 아파서 울었다. 

     

    (예문 6) 실패는 그를 좌절로 몰고 갔다. 

    (예문 6-1) (그는) 실패하더니 좌절하고 말았다. 

     

    (예문 7) 날카로운 소리가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예문 7-1) (나는) 날카로운 소리 때문에 두려워졌다. 

     

    예문 5, 6, 7은 모두 전형적인 영어식 문장이다. 뜻은 통하지만, 어색하게 느껴진다. 왜 그럴까? 이 세 문장은 공통적으로 무생물(무정명사/감정을 느기지 못하는 명사)이 주어로 나왔다. 그리고 무생물이 마치 독립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동물처럼 어떤 행동을 해서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식으로 문장이 전개된다. 이는 사실인가? 아니다. 이런 전개는 한국어답지 않다. 그래서 예문 5-1. 6-1, 7-1에서는 예문 5, 6, 7에서 행동 대상이 되는 사람을 주어로 바꾸고, 주어로 등장한 무생물은 이유로(~해서, ~하더니, ~때문에) 바꾸었다. 

     

    정리 1: 문장을 쓸 때, 무정명사를 주어로 쓰지 말라. 가급적이면 유정명사를 주어로 쓰라

    *무정명사: 생명이 없어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스스로 행동을 시작하지 못하는 명사. 
    *유정명사: 사람이나 동물처럼,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스스로 행동을 시작하는 명사. 

     

    2) 대명사(代名詞)는 말 그대로 명사를 대신하는(代) 단어다. 대명사는 사람을 지칭하는 인칭대명사(人稱代名詞)와 대상을 지칭하는 지시대명사(指示代名詞)로 나뉜다.

    _ 인칭대명사 예시: 나, 당신, 우리...
    _ 지시대명사 예시: 이것, 그것, 저것...

    한국어에서는 문장을 쓸 때 대명사를 많이 쓰지 않는다. 대명사는 명사를 대신해서 쓰는 말이므로, 대명사를 많이 쓰지 않는다는 말은 원래 썼던 명사를 그냥 다시 쓴다는 뜻이다. 아래 예문을 비교해서 읽어 보라.

    (예문 8) 친구는 미래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향해서 나아갔다.
    (예문 8-1) 친구는 미래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향해서 나아갔다.

    (예문 9) 시골 인심은, 도시의 '그것'보다 훨씬 더 관대했다.
    (예문 9-1) 시골 인심은 도시 인심보다 훨씬 더 관대했다.

    (예문 10) 나는 '전자'보다 '후자'가 더 좋았다.
    (예문 10-1) 나는 스키보다는 스케이트가 더 좋았다.

    사람들은 왜 대명사를 쓸까? 대명사를 쓰면 문장이 짧아지니까 쓴다. 하지만 한국어에서 대명사를 남발하면, 오히려 뜻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글을 읽다가 말고, 전자가 뭔지, 후자가 뭔지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따져봐야 한다. 독자와 원활하게 소통하려고 문장을 짧게 쓰는데, 문장을 짧게 써서 오히려 소통에 방해된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술술술 읽히는 글을 쓰려면, 대명사부터 줄이라.

     

    정리 2: 문장을 쓸 때 대명사 수를 가급적이면 줄이라. 독자가 대명사가 가리키는 내용을 찾으면서 노동하게 만들지 말라. 


    3) 수사(數詞)는 수량이나 순서를 나타내는 단어다. 수사는 수량을 나타내는 양수사(量數詞)와 순서를 나타내는 서수사(序數詞)로 나뉜다.

    _ 양수사: 하나, 둘, 셋...
    _ 서수사: 첫째, 둘째, 셋째...

    한국어에서는 숫자를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수량이 중요한 맥락이거나, 정색하고 하나씩 숫자를 셀 때를 제외하면, 숫자를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예문 11) 저 바구니에 담긴 사과 하나 줘.
    (예문 12) 사과 줘.

    위 예문처럼, 맥락상, 관계상 서로 뻔히 아는 숫자는 아예 생략한다. 단수냐 복수냐도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숫자에 너무 목을 매지 않아야 한국어답게 쓸 수 있다. (*수 관형사 편에서 좀 더 다루겠다.)


    (2) 관계언(關係言): 조사

    영어에는 문법책에는 나오지 않는 품사가 있다. 바로 '단어 위치'다. 영어에서 주어는 어디에 있는가? 문장 맨 앞에 나온다.

    (예문 13) I love you.

    이 문장에서 단어 위치를 바꾸면 어떻게 될까?

    (예문 13-1) You I love. (뜻이 통한다 / 번역: 내가 사랑하는 너)
    (예문 13-2) Love I you. (뜻이 안 통한다)
    (예문 13-3) Love you I. (뜻인 안 통한다)
    (예문 13-4) I you love. (뜻이 안 통한다)
    (예문 13-5) You love I. (뜻은 통하지만 문법에 어긋난다.)

    예문 13을 한국어로 표현하면 어떻게 될까.

    (예문 14) 나는 너를 사랑해.

    이 문장에서 단어 위치를 바꾸면 어떻게 될까?

    (예문 14-1) 너를 나는 사랑해. (뜻이 통한다)
    (예문 14-2) 사랑해 나는 너를. (뜻이 통한다)
    (예문 14-3) 사랑해 너를 나는. (뜻이 통한다)
    (예문 14-4) 너를 사랑해 나는. (뜻이 통한다)
    (예문 14-5) 나는 사랑해 너를. (뜻이 통한다)

    어째서 똑같은 뜻으로 문장을 만들었는데, 영어에서는 뜻이 안 통할 때가 많고, 한국어에서는 항상 뜻이 통할까? '단어 위치(영어)'와 '조사(한국어)' 때문이다.

    영어 문장에서 첫 단어 자리는 '주어' 자리다. 그리고 두 번째 단어 자리는 '동사(서술어)'다. 세 번째 단어 자리는 '목적어' 혹은 '보어'다. 단어가 몇 번째 자리에 오느냐에 따라서 문법적 기능이 정해진다는 말이다.

    반면에, 한국어에서는 절대적인 '주어 자리'가 없다. 물론, 대체로는 첫 번째 단어 자리에 주어가 온다. 하지만 첫 번째 자리에 오지 않는다고 해서, 주어가 목적어가 되거나 동사가 되거나 목적어가 되진 않는다.

    대신, 한국어에는 조사가 있다. 명사, 대명사, 수사(체언) 뒤에 붙어서, 그 단어가 다른 단어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도와 준다. 조사(助詞) 뜻이 바로 '돕는 단어'다. 하지만 조사는 아무 단어나 돕진 않고 '명사, 대명사, 수사(체언)'를 돕는다. 

    영어에서는 단어 위치가 한국어 조사처럼 기능한다. 그래서 어떤 명사를 형태를 전혀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동사 자리에 가져다 두면, 바로 동사가 된다. (아래 예문을 참조하라.)

    (예문 15) Love is great. (love는 명사로서, '사랑'이란 뜻이다.)
    (예문 16) I love you. (love는 동사로서, '사랑한다'는 뜻이다.)

    (예문 17) I SEOUL YOU.

    이 문장은 서울시 슬로건이다. 이 슬로건은 원래 '나와 너 사이에 서울이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문장을 미국인이 보면, 자연스럽게 '나는 너를 SEOUL한다'로 해석한다. 단어 SEOUL을 동사, 더 정확하게는 타동사 위치에 두었기 때문이다.

    한국어에서 조사는 격조사(格助詞), 접속 조사(接續 助詞), 보조사(補助詞)로 나뉜다.

    _ 격조사: 주격 조사(-이/가), 서술격 조사(-이다), 목적격 조사(-을/를), 보격 조사(-이/가), 속격 조사(-의), 부사격 조사(-에, -보다 등), 호격 조사(-아/야)
    _ 접속 조사: -와/과, -하고, -나, -랑 등
    _ 보조사: -은/는, -도, -만, -까지, -마저 등

    격조사는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 뒤에 붙어서, 어떤 단어가 문장 속에서 특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자격을 부여한다. 예컨대, 주격 조사 '-이/가'는 체언 뒤에 붙어서 이 명사를 주어로 만들어 준다.

    접속 조사는 '너랑 나랑'처럼, 두 체언 뒤에 붙어서 동등한 자격으로 이어준다.

    보조사는 '너마저 나를 배신하다니'처럼, 체언 뒤에 붙어서 특정한 뉘앙스를 덧붙여준다. 한국어는 조사가 풍부하게 발달했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다양한 보조사를 사용해서 문장에 생기를 불어넣고 미묘한 뉘앙스를 표현한다. 보조사는 수가 굉장히 많은데, 각 보조사를 원래 뜻에 맞게 적절하게 구사하면, 굉장히 세련되게 글을 쓸 수 있다.

    (예문 18) 학생 힘들다. (뉘앙스: 다른 것과 대조)
    (예문 19) 자본은커녕 생활비도 없다. (뉘앙스: 물론)
    (예문 20) 빵은 어떤 종류든지 싫다. (뉘앙스: 가리거나 가리지 않음)
    (예문 21) 말마다 비쩍 말랐다. (보편, 균일)

     

    정리 3: 보조사를 글 맥락에 맞도록 풍부하게 사용하라. 한국어는 첨가어라서, 보조사를 적절하게 쓰면 좋다. 

    <사회복지사 자기-돌봄(self-care)을 위한 실용글쓰기 교실 수강생 모집> 

     

    사회복지사 자기-돌봄(self-care)을 위한 실용 글쓰기 클래스 수강생 모집

    "지난 4~5년 동안 자존감은 계속 떨어지고, 발은 땅에 닿질 않는다. 나락으로 끝없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더 추락하지 않게 꽉 붙잡고 있을 밧줄부터 찾았다. 나를 지켜줄 밧줄이 글쓰기라고 생

    empowering.tistory.com

     <사회복지사 자기-돌봄 글쓰기 모임 - 글로위로, 2023년 작품집>

     

    글로위로, 2023년 작품집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자기-돌봄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2023 모임에서 발간한 작품집을 공유합니다. 공동 저자 _ 권송미 / 사랑누리장애인단기보호센터 센터장 _ 박정은 / 장애인보호작업장 빛

    empowering.tistory.com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