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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한 걸음 #001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2. 14. 07:04728x90반응형
"부끄러움이 밀려와서 견딜 수 없었다."
수년간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매우 다양한 문장을 만났고, 조금이라도 더 술술술 읽히도록 끝없이 고쳤다. 이제 그동안 쌓은 지도 사례를 하나씩 풀어내려고 한다. 사례로 배우는, 술술술 읽히는 문장 쓰기 # 001.
<기본 설명>
한국어에서는 주어로 '(스스로 살아 있는) 사람이나 동물'을 쓰면 좀 더 자연스럽다. 위 문장 주어인 부끄러움은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다. 그래서 굳이 따지자면, 먼저 사람이 존재해야만 뒤따라서 존재할 수 있다. 스스로 살아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나는) 부끄러워서 견딜 수 없었다."
부끄러움은 감정이니까, 이 감정을 느끼는(부끄러워하는) 주체를 떠올린다. 맥락상 '내가' 부끄러우니, '나'를 주어로 삼는다. 한편, 한국어에서는 주어를 자주 생략하므로, '나는'은 생략할 수도 있겠다.
<잊지 마세요>
핵심은 '주어로 어떤 말을 써야 (좀 더) 술술술 읽히는지'이다. '(스스로 살아 있는) 사람이나 동물'을 주어로 쓰면 좋다.
(예문 1) 괴로움이 밀려왔다.
(고친 문장) (나는) 많이 괴로웠다.
(예문 2) 슬픔은 나로 하여금 울게 만들었다.
(고친 문장) (나는) 슬퍼서 울었다.
<몰라도 되는 문법 설명>
(1) '부끄러움'은 '부끄럽다' 뒤에 'ㅁ'을 붙여서, 용언(用言)을 체언(體言)으로 바꾼 단어다.
용언(用言)은 무엇이고 체언(體言)은 무엇인가?
용언은 활용(活用)하는 품사다. 활용(活用)은 무엇인가? 활(活)은 '물이 콸콸 흐른다(움직인다)'는 뜻이고, 용(用)은 '쓴다'는 뜻이다. 그래서 '활용(活用)'은 '(형태를) 바꾸어서 쓴다'는 뜻이다. 한국어에서 '활용하는 품사'는 움직임을 나타내는 동사와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뿐이다. '부끄럽다'는 활용하는 형용사다.
체언(體言)은 문장에서 주체(主體) 즉, 주어(主語)가 될 수 있는 품사다. 한국어에서 주어가 될 수 있는 품사는 명사, 대명사, 수사뿐이다. 체언은 용언처럼 모양이 바뀌진 않고, 조사를 뒤에 붙여서 다양하게 쓴다. '부끄러움'은 명사다(주어가 될 수 있다).
(2) 부끄러움은 무정명사(無情名詞)다.
명사를 다양하게 구분할 수 있겠지만, 유정명사와 무정명사로 나누면 글쓰기에 좋다.
_ 유정명사(有情名詞): 감정을 느끼는 명사. 대개는 사람이나 동물을 가리킨다.
_ 무정명사(無情名詞):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명사. 대개는 사물이나 생각, 감정을 가리킨다.
원칙적으로 한국어에서는 유정명사를 주어로 써야 좀 더 자연스럽다. 스스로 존재하고 스스로 감정을 느끼는 명사를 주어로 쓰라는 말이다.
"부끄러움이 밀려와서 견딜 수 없었다."
그렇다면, 위 문장을 쓴 사람은 어째서 무정명사인 '부끄러움'을 주어로 썼을까? 바로 뒤를 보면 서술어로 '밀려오다'를 썼다. 즉, 추상적으로 느끼는 감정을 구체적인 사물인 물결에 비유했다. 문학적 표현이란 말이다.
그렇다면 이해해 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많아지면 곤란하다. 그냥 일반적으로 '술술술 읽히는 문장'을 쓰고 싶다면, 주어로 유정명사를 쓰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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