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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한 걸음 #012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2. 29. 07:05728x90반응형
제일 잘 하는 게 확실해
수년간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매우 다양한 문장을 만났고, 조금이라도 더 술술술 읽히도록 끝없이 고쳤다. 이제 그동안 쌓은 지도 사례를 하나씩 풀어내려고 한다. 사례로 배우는, 술술술 읽히는 문장 쓰기 #12.
<기본 설명>
'술술술 읽히는 한국어 문장'을 주제로 글을 쓰면서, 나는 줄곧 다음 원리를 강조했다.
<원리>
문장을 쓸 때, (a) 늘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고, (b) 그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쓰려고 노력하라.
_ 제일 잘 하는 게 확실해
위 문장은 원래는 아마도 아래 문장 같은 모습이었으리라.
_ 철수가 달리기를 제일 잘 하는 게 확실해
사람 이름으로 문장을 시작했으니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았구나, 라고 판단한다면 틀렸다. 문장 뒷편을 보면, '(~하는) 게'가 보이기 때문이다. '게'는 원래 형태가 '것이'다. 여기에서 '-이'는 (주격 조사로서) 앞에 나오는 말이 주인공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즉, 이 문장에서 진짜 주인공은 '철수'가 아니라 '철수가 달리기를 제일 잘 하는 것'이다.
이렇듯, 문장에 '(~하는) 게'를 쓰면, 괜시리 문장이 복잡해지고 독자가 글을 술술술 이해하지 못한다.
다시 원리로 돌아가자.
(a) '사람'을 주어로 삼자.
_ 철수가...
(뜻: 철수가 달리기를 제일 잘 하는 게 확실해)
(b) 그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혹은 어떤 상태인지) 쓰려고 노력하라.
그래서, 철수가 어떻다는 말인가? 달리기를 제일 잘한다, 는 말 아닌가?
_ 철수가 달리기를 제일 잘 해.
이제 가닥을 잡았다. 그런데 '확실해'가 눈에 밟힌다. '확실해'는 거의 그렇다고 추측하는데 아직 100%까지는 아니다. 그래서 이 의미를 빼면 안 된다. '확실해'를 재활용해서(형태를 조금 바꿔서) 이렇게 써 보면 어떨까.
_ 철수가 확실히 달리기를 제일 잘 해.
이제는 원래 예시 문장으로 돌아가보자. '철수가'와 '달리기를'을 뺀다.
_ 확실히 제일 잘 해.
(예시)
_ 빨간 게 분명해. → 분명히 빨개.
_ 낮은 게 맞을 걸. → 아마도 낮아.
<잊지 마세요>
문장을 쓸 때, (a) 늘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고, (b) 그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어떤 상태인지), 쓰려고 노력하라.
<몰라도 되는 문법 설명>
(1) '~하는 것/~라는 것'은 영문법(to 부정사 명사적 용법)에서 왔다
글을 쓸 때 '게'가 튀어 나왔다면, 그 앞을 살펴 보라. 만약 '~하는'이나 '~라는'이 보인다면, 고쳐야 한다.
왜?
'~하는 것' 혹은 '~라는 것'은 영어에서 왔다. 이는 중/고등학교 시절 영어 시간에 못이 박히게 들은 'to 부정사 명사적 용법'이다. to 부정사가 무엇인가? 일단 to 부정사를 동사라고 생각하라. 그러니까 이 녀석은 원래 동사였다. 그런데 다른 품사로 바꿔서 쓰고 싶어서, 동사 원형에 to를 붙였다. 다른 품사? 어떤 품사? 명사, 형용사, 부사다. 그래서 우리는 이 현상을 'to 부정사 명사적 용법/형용사적 용법/부사적 용법'이라고 칭한다.
한 마디로, '~하는 것' 혹은 '~라는 것'은 원래 동사였는데 '억지로' 명사로 만들었다고 봐야 한다.
영어와 한국어는 여러 모로 크게 다르다. 특히, 영어는 동사보다는 명사가 발달했고, 한국어는 명사보다는 동사가 발달했다. 한국어에서는 동사를 살려 쓰면 문장이 자연스럽다. 생기가 돌고 활발해진다. 그런데 문장 안에서 잘 놀고 있던 동사를 억지로 명사로 바꾸었다면? 부자연스럽다. 생기가 사라지고 시무룩해진다.
그러므로 문장을 쓸 때 '게'는 피해야 한다. '~ 하는 게'나 '~라는 게'를 자주 쓰면, 괜히 문장이 복잡해진다. 독자가 문장을 술술술 읽지 못한다.
(2) 주어가 두 개? '안은 문장'과 '안긴 문장'
_ 철수가 달리기를 제일 잘 하는 게 확실해
이 문장에서 '철수가 달리기를 제일 잘하는 것'을 명사절이라고 칭한다. 절은 주어와 서술어가 한 개 있는 문장, 즉 단문을 칭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단문이 다른 문장 안에 들어가면서 통째로 명사 역할을 수행한다. 이게 바로 명사절이다.
다른 문장 안에 들어간 명사절, '철수가 달리기를 제일 잘 하는 것'에서 주어는? '철수'다. 서술어는? '잘 한다'다.
그렇다면 이 명사절을 품은 전체 문장에서 주어는? '철수가 달리기를 제일 잘 하는 것'이다. 서술어는? '확실해'다.
원래, 스스로 어엿한 문장이지만 다른 문장 안으로 들어가서 마치 단어처럼 역할을 수행하는 문장을 문법 용어로 '안긴 문장'이라고 칭한다. 그리고 다른 문장을 품는 문장을 문법 용어로 '안은 문장'이라고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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