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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사탕 부대 개구쟁이 대장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3. 19. 15:38728x90반응형
알사탕 부대 개구쟁이 대장
글쓴이: 권송미(사랑누리장애인단기보호센터 원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동백슈퍼는 40년 전 (대전시) 선화동 골목에 있었다. 사실 슈퍼마켓이라기보다 동네 점빵이었다. 제대로 된 진열대는 벽 한편에 앵글로 설치한 3단 선반이 전부였고, 라면이나 과자 등을 상자만 뜯어 맨바닥에 쭉 늘어놓고 파는 작은 점빵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슈퍼집 아들은 쪼르르 달려와 점빵에 딸린 작은 다락방에 배를 깔고 누워 과자 한 봉지 풀어놓고 숙제했다. 엄마 몰래 알사탕 한 봉지 숨겨 학교에 가면 그날 하루는 동네 아이들 사이에서 대장이 되었다. 동네 아이들 모두 다람쥐마냥 두 볼 가득 알사탕을 물고 설탕물 반질반질한 입술로 슈퍼집 아들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저녁이 되어 점빵 다락방에 노란 백열등이 켜지면, 아버지가 돈통을 들고 와 지폐를 세며 하루를 마감했다. 백열등 때문에 가게에서 다락방을 올려다보면 아버지 등만 보였지만 희미한 뒷모습에도 흥겨운 얼굴 표정이 또렷하게 돋아났다. 그 사이, 아들은 아버지 몰래 초코파이 상자에 손을 넣었다 뺐다. 호주머니 속에서 도톰하게 느껴지는 초코파이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과자였다. 호주머니에 숨길 때마다 심장이 두근대서 그랬는지 훔쳐먹는 초코파이가 훨씬 더 맛있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하던가. 어느 날 어머니가 초코파이가 자꾸 사라진다고 말씀하시며 노려보셨을 때 안 먹었다고 딱 잡아뗐다. 동백슈퍼 아들은 빗자루 들고 쫓아오는 엄마를 피해 알사탕 부대 부하네 집으로 피신해야만 했다.
남편이 어렸을 때 이야기이다. 사실, 아버님께서는 아들이 초코파이를 가져간다는 사실을 아셨다. 하지만 고난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돈을 세는 그 시간이 너무 흥겨워서 짐짓 모르는 척하셨다. 남편은 아버님께서 왜 슈퍼를 여셨는지, 몇 년 동안 운영하셨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슈퍼집 아들로 살았던 이야기를 꺼낼 때면 남편 눈빛 너머로 다양한 감정이 아련하게 스쳐간다. 그리고 나는 알사탕 부대 개구쟁이 대장 소년을 만난다.
<안내>
_ 본 글을 쓰신 권송미 원장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권송미 원장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심화반에 참여하셨습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우와~ 압도적으로 잘 쓰셨습니다. 어찌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소재로 이렇게 간결하면서도 감성 풍부하게 써 내시다니요! 걸작이라고 평해야 맞겠습니다. 군더더기가 많이 보였던 초기작과 비교하면, 정말 몰라볼 정도로 발전하셨습니다. 선생으로서 엄청나게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2. 안 좋은 습관 몇 가지가 여전히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권송미 원장님께서는 동사나 형용사 뒤에 'ㅁ'을 붙여서 억지로 명사로 만든 단어를 즐겨 사용하십니다. 시적인 표현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고치시면 좋겠습니다. 명사보다는 동사와 형용사를 다채롭게 사용해야 한국어답고 술술술 읽히기 때문입니다.
<사회복지사 자기-돌봄 글쓰기 모임 - 글로위로, 2023년 작품집>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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