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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개통령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4. 4. 06:23728x90반응형
꼬마 개통령
글쓴이: 이기국(서경노인복지관 관장, 2024)
첨삭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내가 근무하는 노인복지관 옆에는 우리 복지관과 업무협약이 체결된 목욕탕이 있다. 이 목욕탕에서는 호랑이 무늬 진돗개, 보배를 키우는데, 보배는 어렸을 적 교통사고를 당해 사람을 많이 경계한다. 특히 나를 보면 마치 원수를 보듯 짖어대는데, 보배와는 정말로 친해지고 싶지 않다. 어쩌다 복지관 주차장에 와서 똥을 싸고 가면 그렇게 미울 수 없다.
초등학교 3학년인 딸은 개를 좋아하지만, 3개월 된 강아지도 쉽게 만지지 못할 만큼 겁이 많다. 그런데 겁쟁이면서 보배와는 친해지고 싶었는지 학교가 끝나면 목욕탕으로 달려가 보배를 찾는다. 보배는 처음에는 딸을 보면 그렇게 짖어댔는데, 조금씩 적응이 됐는지 곧 짖지는 않고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어느 날, 딸이 손을 내밀자, 보배는 조심스럽게 그 손을 얼굴로 문지르며 핥았다. 마침내 보배는 딸에게 마음을 활짝 열었다.
요즘 보배는 복지관 로비까지 들어와 딸과 놀고 간다. 다른 사람이 보면 딸이 주인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친해졌다. 내가 딸과 특별한 사이인 줄 어떻게 알았는지, 이제는 나에게도 짖지 않고, “보배야” 부르면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손 냄새를 맡고 간다. 두렵지만 꾸준하게 보배에게 다가선 딸을 보니 대견하면서 나 자신을 반성한다.
나는 복지관에서 10년 넘게 일했지만, 아직도 처음 보는 어르신 가정에 갈 때는 몇 번이고 망설인다. “어르신이 내 얘기를 들어주실까?”, “가면 무슨 이야기를 하지?” 고민한다. 사실은 어르신과 친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업무라서 빨리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한 듯하다. 딸이 조금씩 보배와 거리를 좁혔듯이, 느긋한 마음을 가져야겠다.
<안내>
_ 본 글을 쓰신 이기국 관장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이기국 관장님께서는 자기-돌봄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기본반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정말 잘 쓰셨습니다. 이야기 흐름도 부드럽고, 내용 안배도 적절합니다. 무엇보다도, 무심히 흘려 보낼 수 있는 작은 이야기를 반성 이야기로 잘 엮어서 소화하셨습니다.
2. 무엇보다도, 이기국 선생님 개성과 강점이 충분히 잘 드러나도록 쓰셔서 좋습니다. 글이 담백하고, 따듯하면서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본인답게 쓰세요.
<사회복지사 자기-돌봄 글쓰기 모임 - 글로위로, 2023년 작품집>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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