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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줄 글쓰기(뼈대 세우고 확대하는 방법)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5. 7. 06:26728x90반응형
A. 나에게 의미가 있고, 타인이 보기에도 흥미로운 사진(이야기) 선택하기
<이재원 선생 해설>
기본적으로 글은 소통 수단이다. 내 세계와 타인의 세계가 교차하는 지점이 존재해야만, 의미를 공유할 수 있다. 나만 재미있는 글도 쓰면 안 되고, 남들만 흥미로운 글도 쓰면 안 된다. 일차적으로는 글을 쓰는 나에게 의미가 있어야겠지만, 타인이 보기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좋은 소재다.
내가 선택한 이야기를 타인이 보기에도 흥미롭다면, 이유가 무엇일까? 두 가지 중 하나다. 첫째, 새로운 이야기. 사람들은 평소 접하지 못한 특이하거나 신기한 이야기에 매료된다. 둘째, 공감되는 이야기. 아무리 뻔한 이야기라도 보편적인 정서를 잘 건드린다면, 독자는 거의 관심을 보인다.
글쓴이는 '기대했던 장면은 없어서 실패했지만, 연인과 함께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서 즐거웠던 데이트'를 소재로 골랐다. 데이트는 반드시 계획대로 흘러가야만 즐겁지 않다. 객관적 상황이 조금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함께 간 연인과 분위기가 좋다면 얼마든지 만족스럽게 마무리할 수 있다.
그러니까 굳이 분류하자면, 글쓴이는 독자와 소통하기 위해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공감되는 이야기'를 선택했다. 연애 경험이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은 '실패했지만 만족스러운 데이트'를 기억한다. 글쓴이가 선택한 이야기는 바로 이 지점과 연결된다. 누구나 마음에 품은 보편적인 경험.
B. 일곱 줄 글쓰기
제목: 실패한 화담숲 나들이
1. 매년 봄, 남자친구와 나는 벚꽃 구경을 가서 예쁜 사진을 남긴다.
2. 올해는 벚꽃으로 유명한 화담숲을 가기 위해 힘들게 예약했다.
3. 기대하며 화담숲에 도착했는데, 벚꽃은커녕 앙상한 나무들만 보인다.
4. 햇볕이 유난히 잘 드는 곳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에만 벚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5. 사람들이 전부 이 나무에 모여들어 겹겹이 둘러 싸서 우리는 벚꽃 사진을 못 찍었다.
6. 우리는 아직 봄을 준비하고 있는 화담숲을 산책하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었다.
7. 그리고 입을 모아 말했다. "역시, 벚꽃은 인천대공원이지."<이재원 선생 해설>
글쓴이는 '실패했지만 만족스러운 화담숲 데이트'를 떠올린 후, (선생에게 지도를 받아서) 그날 생긴 일을 일곱 줄로 정리했다. 여기에서 '정리했다'는 말은, 그날 경험한 수 많은 일 중에서 글쓴이에게 의미 있는, 중요한 일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이 선택 과정에서 글 구조가 사실상 결정된다.
글은 말과 전혀 달라서, 생각나는 대로 쓰면 안 된다. 생각나는 대로 쓰면, 중요한 이야기와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가 뒤죽박죽 마구 뒤섞여서, 불순물이 너무 많이 섞인 싸구려 보석이 되어 버린다. 옥인지 철인지 구분이 안 되는 싸구려 보석을 어떻게 시장에 전시하고 남에게 팔 수 있겠는가?
어떤 이야기를 선택할지는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소재마다 다르고 주제마다 다르다. 전적으로 글쓴이 마음이 중요하다. 글쓴이에게 중요하면 선택하면 되고, 중요하지 않다면 버릴 수 있다. 물론, 글쓰기는 남과 소통하는 수단이므로 내가 선택한 이야기를 타인도 좋아할지 고민해야 한다.
C. 단락 나누기
1. 매년 봄, 남자친구와 나는 벚꽃 구경을 가서 예쁜 사진을 남긴다.
2. 올해는 벚꽃으로 유명한 화담숲을 가기 위해 힘들게 예약했다.
3. 기대하며 화담숲에 도착했는데,벚꽃은커녕 앙상한 나무들만 보인다.
4. 햇볕이 유난히 잘 드는 곳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에만 벚꽃이 활짝 피어있었다.5. 사람들이 전부 이 나무에 모여들어 겹겹이 둘러 싸서 우리는 벚꽃 사진을 못 찍었다.
6. 우리는 아직 봄을 준비하고 있는 화담숲을 산책하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었다.
7. 그리고 입을 모아 말했다. "역시, 벚꽃은 인천대공원이지."<이재원 선생 해설>
글쓴이는 네 덩어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a) 올해 봄에도, 남자친구와 함께 벚꽃을 구경하러 갔다. (b) 벚꽃이 유명하다고 알려진 화담숲에 갔는데, 한 그루에만 벚꽃이 피었다. (c) 사람들이 이 나무에만 몰려서 벚꽃 사진을 못 찍었다. (d) 남자친구와 화담숲을 거닐며 대화를 나누었는데,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 첫째, 우리 관계가 중요하다. 둘째, 인천에도 벚꽃 명소 많다.
첫 번째 단락에서는 간략하게 인물과 상황(시간, 장소)를 소개했다. 이 대목에서 너무 장황하게 인물과 상황을 설명하면 글이 늘어지거나 혼란스럽지만, 너무 간략하게 써도 뚝뚝 끊겨서 안 좋다. 가급적 간결하게 쓰되, 독자가 글 요지에 초점을 맞춰서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써야 한다.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글쓴이는 간결하면서도 충분하게 단락 분량을 나누었다.
두 번째 단락부터 세 번째 단락까지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에서는 '문제 상황'이 중요하다. '문제 상황'은 이야기가 성립하는 핵심 내용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 글에서 문제 상황은 무엇인가? 벚꽃을 보려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현장에 나갔는데, (기후가 이상해서) 벚꽃 나무에 벚꽃이 피지 않았다. 한 그루에는 피었지만, 사람이 몰려서 사진을 못 찍었다.
마지막 단락에서는 이야기를 정리한다. 문제 상황을 마무리하는 결말은 두 가지다. 첫째, 문제 상황을 완전히 극복하는 결말. 이상적이지만 비현실적이다. 둘째, 객관적인 상황은 바뀌지 않았지만, 이 상황을 바라보는 내 관점과 태도가 바뀌는 결말. 아쉽지만 현실적이다. 글쓴이는 '벚꽃보다 우리 관계가 훨씬 더 소중하고, 벚꽃은 우리 동네에도 많이 핀다'고 생각했다.
D. 덧붙여 설명해서 글 확장하기 (읽으면서 '더 보기'를 눌러서 해설을 읽으세요.)
제목: 실패한 화담숲 나들이
글쓴이: 이성은 (인천종합사회복지관, 2024)
첨삭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빨리 들어가!”
“예약했어?”
“응! 성공했다!”
더보기해설: 글쓴이는 화담숲에 입장하려고 인터넷으로 신청했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는 순간 서로 나눈 대화를 글 앞에 배치했다. 글에서 다루는 이야기 중에서 재미있는 대목이나 중요한 대목을 대화록으로 정리해서 글 앞에 배치하면, 독자가 호기심을 낼 수 있어서 전체적으로 글에 탄력이 붙는다.
연애 4년 차, 네 번째 봄을 맞이했다. 봄을 좋아하는 우리는 매년 4월이면 벚꽃 구경을 가서 예쁜 사진을 남긴다. 올해는 벚꽃으로 유명한 화담숲을 가기 위해 힘들게 예약했다. 엄청난 경쟁률을 겨우 뚫었다. 셀레는 마음을 안고 2시간 동안 달려 화담숲에 도착했다.
더보기해설: 언제나, 이야기 초반부에서는 인물과 상황을 소개해야 한다. 주요 등장 인물은 글쓴이와 연인(남자친구). 두 사람이 인기 많은 벚꽃 명소(화담숲)에 가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상황. (운 좋게 성공!)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화담숲으로 달린다. 인물과 상황을 참 간결하게 잘 정리해서 썼다.
그런데 벚꽃은 커녕 앙상한 나무만 보였다. 우리는 벚꽃을 찾아 화담숲 경내를 이리저리 뒤지고(?) 다녔다. 햇볕이 유난히 잘 드는 곳, 나무 한 그루에만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우와! 핑크색 팝콘 같다!” 앙상한 나무 사이에 유난히 화려한 녀석, 참 복 받았다고 생각했다.
더보기해설: 글쓴이는 7줄 초고에서 쓴 내용에 부연 설명을 조금씩 상세하게 덧붙였다. 풍성한 벚꽃 나무를 기대했는데 앙상한 나무만 보여서 숲속을 이리저리 뒤지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썼다. 그리고 드디어 활짝 핀 벚꽃 나무를 발견한 후에 느낀 감상을 초고 뒤에 덧붙여서 썼다. 글쓴이는 완전히 새로운 내용을 쓰려고 애쓰지 않고, 초고에 적은 내용을 조금 더 자세하게 서술한다는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썼다.
이 나무 앞에서 활짝 핀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결국 못 찍었다. 사람들이 전부 이 나무에만 모여들어서 접근할 수 없었다. (그날 화담숲에 방문한 모든 사람이 이 나무와 사진을 찍었으리라 감히 예상한다.)
더보기해설: 이 단락에서도 글쓴이는 7줄 초고에서 쓴 내용을 부드럽게 확장해서 썼다.
우리는 아직 봄을 준비하고 있는 화담숲에서 산책하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었다. 남자친구는 어느 소나무 앞에서 민망한 듯 말했다. “저 소나무 진짜 예쁘다.” 내가 말했다. “그러게.”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우리는 동시에 외쳤다.
“역시 벚꽃은 인천대공원이지~”
더보기해설: 이젠 마무리 대목. 글쓴이가 7줄 초고를 확장한 기술을 보라. 초고에는 '대화를 나누었다'라고 썼는데, 재고에서는 구체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적었다. 실제로는 훨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리라. 하지만 글쓴이는 모든 대화 내용을 소개하지 않고, 글 주제와 관련 깊은 대목을 고민해서 선택해서 서술했다. 역시, 글쓰기는 '생각'이고, '선택'이다. 글을 쓰기 전에, 충분히 생각하고, 냉정하게 선택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안내>
_ 본 글을 쓰신 이성은 선생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이성은 선생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제 2기)'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차수현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사회복지사 자기-돌봄 글쓰기 모임 - 글로위로, 2023년 작품집>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