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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일 듯 말 듯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5. 30.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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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일 듯 말 듯

     

    글쓴이: 권송미(사랑누리장애인단기보호센터 원장, 2024)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오월 햇살은 길어서 6시가 넘었는데 아직도 환하다. 아이가 심부름거리가 든 검정봉다리 들고 저만치에서 씩씩하게 걸어간다. 나는 보일 듯 말 듯 거리를 두고 잰걸음으로 뒤따라 간다.

     

    연우(가명) 키가 허리춤 정도까지 왔을 때, 나는 초등학교 2학년이면 이 길을 혼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느새 연우의 키는 나와 비슷해졌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하지만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 연우의 생각은 키보다 더디 자라서, 우리는 오늘도 길찾기 연습 중이다.

     

    연우가 자폐성 장애인으로 살아갈 세상도 이러하겠지. 돌부리에 걸리기도 하고, 눈이 부신 햇살에 눈을 찡그리기도 하고, 오르막길을 한참 걷다 보면 지치고 땀나겠지. 그러나 하루 이틀 연습하고 천천히 준비하다 보면, 오늘처럼 성공하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그리고 혼자 걸어갈 날이 올 거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보일 듯 말 듯 거리를 두고 뒤에서 아들을 응원한다.

     

    <안내> 

    _ 본 글을 쓰신 권송미 원장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권송미 원장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심화반에 참여셨습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_ 압도적으로 잘 쓰셨습니다. 걸작입니다. 보일 듯 말 듯, 이 표현 속에 모든 이야기가 담겼네요. 

    _ 사진도 정말 잘 찍으셨어요. 권송미 선생님 따스한 시선과 손길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_ 선생으로서, 권송미 선생님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원래도 글을 잘 쓰시는데, 못된 선생이 끝없이 지적해도 참아 내며 열심히 공부하시더니, 이만큼 성장하셨네요. 몹시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아들 연우 이야기

     

    글쓴이: 권송미 (2023)

    첨삭 지도: 이재원 (2023) 

     

    나는 인권강사다. 교육하며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할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 “저는 장애인의 가족입니다. 그래서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장애인 복지 현장 사회복지사가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배 아파 낳은 아이는 아니지만, 마음을 다해 키우고 있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어 학대를 당했습니다. 마음이 찢어지도록 고통스러웠고, 학대 가해자와 싸우다가 인권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인권 강사로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2013년 봄. 아는 복지관 사회복지사가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래서 잠시만 돌보아 주기로 하고 4살 꼬꼬마 연우(가명)를 만났다. 연우는 처음 우리 집에 온 날, 4시간 동안이나 울다 그치다 울다 그치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배가 고팠는지 사과를 껍질째 두세 입 뜯어먹고 구석에서 잠들었다.

     

    처음에 기약했던 ‘잠시만’이 석달 이상으로 길어진 어느 무더운 여름날, 우리 부부는 연우와 함께 외출했다. 남편이 연우에게 빙수를 사 주겠다고 나선 길. 길이 좁아서 남편이 앞에서 걸었고 나는 뒤에서 연우 손을 잡고 좇아갔다. 그런데 남편이 돌에 걸려 넘어졌다. 우당탕 넘어지는 남편을 보고 내가 달려가려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연우가 말했다.

     

    “아빠 괜찮아?”

     

    우리는 세 가지 이유로 무척 놀랐다. 첫째, 자폐성 장애를 가진 연우가 스스로 말을 했다. 둘째, 연우가 남편을 ‘아빠’라고 불렀다. 셋째, 그렇게 말한 문장이 완벽했다. 나는 상황에 맞는 적절한 질문을 연우가 상황에 맞는 질문을 적절하게 구사해서 놀랐다. 사실, 연우 말 주머니는 가득 찼는데, 장애 때문에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남편은 연우가 자기를 아빠라고 인식하고 불렀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단다.

     

    연우는 그날부터 우리 아들이 되었다. 정식으로 입양하지 않았지만, 우리 부부방 침대에서 함께 자고, 어린이집 졸업식장과 초등학교 입학식 모두 남편 손을 잡고 들어갔다. 아이가 나물 반찬을 먹기 싫어할 때 남편이 “아빠처럼 크려면 먹어야 해”라고 말하면 마법처럼 꿀꺽 삼킨다. 아이는 잘 때도 남편 다리를 꼭 붙들고 자고 내가 야간근무를 하러 간 일요일 저녁에는 둘이서 자장라면을 끓여 먹으며 자유(?)를 만끽한다. 연우는 남편의 아들로 자란다.

     

    나는 연우가 방과후 교실에서 학대 사건을 겪으면서 인권강사가 되었다. 연우 덕분에 나는 발달장애인 부모가 어떻게 느끼는지 절절하게 알게 되었다. 나는 과거에 사회복지사로서 맹목적으로 열정만 넘쳤다. 그래서 부모님이 상담 오면 무조건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할 수 있어요. 연습하고 훈련하면 되어요. 어머니 더 단호해지셔야 해요.” 하지만 나는 연우를 만나고 바뀌었다.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만나는 부모님을 모두 선배님으로 모실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지나면 연우가 우리 품에서 10번째 생일을 맞이한다. 조그마하던 아이가 우리 품에서 내 키만큼 자라났다. 그리고 우리 부부도 부모로서 성장했다. 연우에게 고맙다. 

     

    <이재원 효과>

     

    이재원 효과(권송미 편)

    이재원 효과(권송미 편) 글쓴이: 권송미(사랑누리장애인단기보호센터 원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어느 날 내가 존경하는 사회복지사 A선배께서 SNS에서 누군가를 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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