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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투덜거리지 않았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5. 30. 06:25728x90반응형
아무도 투덜거리지 않았다
(내가 25살에 편의점 사장이 되었던 사연)
글쓴이: 표지수 (인천종합사회복지관 복지공동체과 팀장, 2024)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젊은 패기 때문(?)이었을까? ‘이때 아니면 못 한다’고 생각해서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월급을 1년 동안 악착같이 모아 퇴사했다.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 사태가 터져서로 파리행 비행기 표가 취소되고, 모든 여행 계획이 무너졌다. 원망하진 않았다.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25살 젊은 편의점 사장이 되고야 말았다.
적응하는 시간도 짧았다. 매일 반복되는 새벽 5시 기상, 12시간 근무 후 18시 교대는 일상이 되었고, 남들 다 쉬는 빨간날에 일해도 억울하지 않았다. 친구들과 여름 휴가를 함께 떠나지 못해도 나 스스로 선택했기에 원망하지 않고 모두 견뎌냈다.
손님과 싸우는 상황이 제일 힘들었다. 당시엔 공공장소에서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해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손님은 출입을 제한해야 했다. 본사에서 발송한 ‘마스크 미착용 시 매장 이용 불가’ 포스터를 문 앞에 부착했다. 안내문을 보고 잔뜩 투덜대는 택배 기사님부터, 계산대에 물건을 올려놓고 그냥 나가버리는 손님까지, 다들 나에게 화를 푸는데 너무 억울하고 속상했다. 이런 일을 자꾸 겪다 보니 ‘금지’, ‘제한’, ‘불가’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뒷골이 땡겼다. 그러다 문득 ‘이런 단어를 그냥 안 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발짝 더 가까워지고 싶어요. 모두의 안전을 위해 함께 마스크를 써주세요’ 문구와 함께 하트 이모티콘을 왕창 넣어 붙여놨다.
퇴근 전, 담배를 사러 온 손님이 비타오백을 주셨다. 다음 날에는 택배 기사님이 5분 동안 수다를 떨다 나가셨다. 그 다음 날에는 양말을 사러 온 손님이 커피를 사 주셨다. 모두 마스크를 차고 있었다. 아무도 투덜대지 않았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표지수 팀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표지수 팀장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제 2기)'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차수현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걸작을 쓰셨습니다. 일단,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습니다. 글에서 표현하고 싶으셨던 주제에 딱 맞아 떨어지는 내용을 적절하게 선택하셨습니다. 그래서 글이 깔끔하면서도 풍성합니다. (군더더기는 매우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단순히 길게 쓴다고 군더더기가 되진 않습니다. 동일한 내용을 무의미하게 반복하면 군더더기가 되지만, 동일한 내용을 다채롭게 변주해서 쓰면 풍성한 표현이 됩니다.) 다음으로, 문장이 좋습니다. 내용에 따라서 긴 문장과 짧은 문장을 번갈아 가며 자연스럽게 구사하셔서 경쾌한 리듬감마저 느껴집니다. 마지막으로, 젊은 패기가 느껴져서 좋습니다. 본인이 선택한 일을 책임지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참 멋집니다. 책임지는 사람이 바로 어른입니다.
2. 기술 면에서 딱 한 가지만 지적하겠습니다. 표지수 선생님께서는 한자어 표현을 종종 사용하십니다. 압축해서 표현하시려는 의도는 좋습니다만, 한국어는 풀어서 써야 좀 더 자연스럽습니다. 예컨대, 초고에 ‘코로나 마스크 착용이 필수여서’ 라고 쓰셨는데요, 저는 ‘당시엔 공공장소에서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해서’ 라고 바꾸었습니다.
3. 아, 편의점을 접고 다시 사회복지 현장으로 돌아오신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돌아와서 다시 보람을 느끼신 이야기도 듣고 싶고, 그런데도 여전히 힘든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후속편을 써 주세요.
[표지수 작품]
부대찌개 후추 냄새가 간지러워서?
호랑이를 사랑하는 괴물이 되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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