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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공장에 묻었던 내 이야기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5. 28. 07:27728x90반응형
가방공장에 묻었던 내 이야기
글쓴이: 허애란 (향진원 사회복지사, 2024)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오랫동안 남편이 운영하는 가방공장에서 일을 거들었다. 특별한 기술은 없었지만 이런저런 잔일과 식사를 주로 담당하며 틈틈이 성당과 주민센터에서 봉사했다. 십여년 전부터 가방 공장은, 낮은 단가로 만들 수 있는 중국과 베트남으로 오더가 빠지면서 점점 일감이 줄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식구끼리 일을 해야 했고 다시 가방공장 일을 거들며 살다 보니 오십 중반이 되었다. 가방 일을 하면서 늘 더 나이 들기 전에, 내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틈틈이 공부했고 자격증을 취득하기 시작했다. 독서지도사, 동화구연지도자, 유기농기능사, 한국어교원 2급, 사회복지사 2급, 시낭송가 등 어느새 나는 자격증 부자가 되었다.
지인 중에 남편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서 드디어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에 돌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취업이 바로 되지는 않았다. 몇 군데 이력서를 냈지만 경험도 없고 나이가 많아서인지 서류조차도 통과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서구여성인력개발센터' 홈페이지에서 '사회복지 행정사무원' 교육과정 모집공고를 발견했고 '이거다 싶어' 얼른 신청하였다. 2개월 교육과정을 마치고 동기생들이 하나둘씩 취업문을 통과하여 직장인이 되었다. 나는 시각장애인 거주시설과 보육원 두 곳에 서류를 넣었는데 한 곳은 서류조차도 통과되지 않았고 한 곳은 면접까지 봤는데 탈락했다. 쉽지는 않으리라 예상했지만 세 번이나 고배를 마시다보니 막막했고 우울했다. 급속도로 자존감이 바닥을 쳤고 직장인이 되기는 글렀나 보다 싶어 좌절감도 생겼다.
삼사십대의 쟁쟁한 지원자들이 많은데 누가 굳이 오십대 중반 사람을 선택하겠는가. 더구나 나는 오십 이후에 살이 많이 찌면서 체력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꼭 취업하고 싶었고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일할 자신이 있었는데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 가까이 우울하게 지냈는데 이대로 포기하자니 많이 억울했다.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 복지넷에 들어가 일자리를 찾아 보았고 생활지도원을 모집하는 곳이 있어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정성껏 작성하여 제출했다. 다행히 서류가 통과 되었으니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면접을 준비하는 동안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저에게 기회를 주세요. 기회를 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제발 도와 주세요.'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면접을 봤고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런저런 질문에 성심껏 답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향진원 가족이 되신 걸 환영합니다." 라는 전화를 받았고 기쁨에 겨워 나도 모르게 "정말요? 감사합니다." 하고 평소보다 크고 높은 톤으로 말했다. 그 후, 보육사로서 주주야야휴휴 근무형태로 일을 하게 되었고 7월이 오면 만 3년차가 된다. 이런저런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활기찬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은 나름 기쁨도 있고 의미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직장인으로 살아갈 수만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줄 알았는데 지난 겨울 즈음부터 우울감이 다시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몸과 마음에는 군더더기가 많이 생겼고 때로는 삶이 허무했다. 평소에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에 짜증이 났고 쉬는 날에는 쇼파에 누워서 지냈다. 우울감이 치솟을 때는 배호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며 우울감을 달랬다. ‘황토십리길, 두메산골, 능금빛순정, 역에 선 가로등’을 들으며 베호의 애절한 음색과 노랫말에 위안을 받기도 했지만 때로는 우울감 속으로 더욱 침잠해 들어갔다.
그렇게 일상이 그럭저럭 흘러갈 무렵, 인천사회복지사협회에서 보낸 문자를 받게 되었다. '성숙을 담는 글쓰기' 참여자를 신청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와, 참여하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 곧바로 핸드폰 달력을 열어 수강일자와 내 근무형태를 확인했다. 총 8회기 중에 주간 근무일이 2일 겹쳤고 휴무일은 3일, 야간근무 날이 3일이었다. 주간 근무일 2일만 연차를 내면 모두 참여할 수 있어서 망설이지 않고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나는 15명 수강생 일원이 되어 '성숙을 담는 글쓰기' 여정에 참여했다.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소장님은 수강생들이 쓴 글을 꼼꼼하게 읽으시고 일일이 세심하게 지도해 주셨다. 나는 이 수업을 들으며 군더더기는 마음과 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에도 많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이재원 선생님에게 지도를 받으면서 글쓰기에 더 관심이 많아졌고 글을 잘 쓴다고 계속 칭찬을 받다 보니 조금씩 자신감이 커졌다. ‘성숙을 담는 글쓰기’ 과정에 참여하면서 내 마음밭에 깊숙이 묻혀있던 성장 욕구가 하나씩 땅 위로 올라오고, 파릇파릇하게 싹을 틔울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이 생겼다.<안내>
_ 본 글을 쓰신 허애란 선생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허애란 선생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제 2기)'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역시 저는 학생이 마음에 품은 가능성을 드러내며 꽃 피우는 과정을 목격할 때, 선생으로서 가장 기쁘고 뿌듯합니다.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하고 강점관점실천연구소가 함께 진행하는 ‘성숙을 담는 글쓰기(제 2기)’ 과정에서도 이런 순간을 종종 맞이했습니다. 특히, 아동양육시설 향진원에서 근무하시는 허애란 사회복지사께서 마음 속에 숨겨 둔 글솜씨를 드러내실 때, 저는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쾌감을 느꼈습니다. 단 한 번도 자기 목소리를 온전히 낼 기회를 얻지 못한 가수가 마이크를 쥐고 무대를 멋지게 누비는 듯했달까요.
저는 박사과정까지 해결중심상담을 전공했습니다. 제가 10년 넘게 공부하고 가르치고 실천해 온 해결중심상담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라면, 저는 ‘마이크를 쥐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네, 맞습니다. 우리가 허애란 선생님께서 쓰신 아름다운 글을 통해서 확인한 가치가 바로 해결중심적인 가치입니다. 약자가 자기 목소리를 스스로 당당하게 드러내는 해방, 말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바로 허애란 선생님 같은 분을 위해서 사회복지사협회가 존재하고 ‘성숙을 담는 글쓰기’가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김성준 인천사협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차수현 주임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허애란 작품]
<그곳에 가면><쑥개떡 아줌마>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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