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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최영미 사회복지사 편)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6. 1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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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문)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지만, 어떤 사람은 영원히 잊지 못합니다. 강점관점실천연구소와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함께 진행하는 '성숙을 담는 글쓰기(제 2기)'에 참여한 사회복지사들 마음 속에도 그런 사람이 남아 있습니다. 그 사람과 만난 날, 마법에 홀린 듯 힘이 나고 보람을 느낀 날, 사회복지사로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날, 에 대해서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이 귀한 글을 온 세상 동료들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최영미 사회복지사 편)

    부제: 매일매일이 인천 맛집

     

    <7줄 글쓰기>

     

    1. 우리 시설은 조리사가 배치되지 않는 소규모 생활시설이다.

    2. 은혜주택은 공동 취사로 인해 생활인이 돌아가며 식사당번을 맡는다.

    3. 이를 설명하면 대부분 “저는 집에서도 반찬 안 해 먹는데요.”라며 거부감을 드러낸다.

    4. 60대 중반에 까칠한 생활인이 새로 입소한 날 직원들은 모두 긴장했다.

    5. “이런 데는 밥 해주는 사람도 없어요?“ 라고 질문해서 시설 상황을 몇 번이나 조심스레 설명해야 했다.

    6. 그리고 일 주일 후, 을지로 골뱅이 골목에서나 먹을 수 있는 맛있는 골뱅이 소면을 만들어 놓으셨다.

    7. 그날 이후 인천 맛집 투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확장판>

     

    글쓴이: 최영미 (은혜주택 시설장, 2024)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우리 시설은 소규모 거주시설이라서 조리사가 배치되지 않는다. 모든 생활인은 가정폭력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보호 받으려고 우리 시설에 들어오지만, 공동 취사로 인해 생활인들이 돌아가며 식사당번을 맡는다.

     

    이 상황을 설명하면 대부분 “저는 집에서도 반찬 안 해 먹는데요. ”라며 거부감을 먼저 드러낸다. ‘가정폭력피해자들이 아파서 오는 곳에서 밥을 해야 하냐’, ‘나는, 모르는 여러 사람과 밥을 같이 먹기 불편하다’, ‘어린 아이들이 너무 정신없다’ 등등 본인이 귀가할 이유를 찾는다. 직원들은 처음 입소한 생활인들에게 우선 위험한 상황을 설명하고, 이들이 아무리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도 경청하면서 안심시켜야 한다.

     

    60대 중반에 까칠한 생활인이 새로 입소한 날 직원들은 모두 긴장했다. 이 생활인이 “이런 시설은 밥해 주는 사람도 없어요? 당번은 며칠에 한 번 해야 하나요?”라고 강하게 질문해서 우리는 시설 상황을 몇 번이나 조심스레 설명해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생활인은 은혜주택에서 이틀 밤을 보내고 밤에 한숨도 못 잤다며 “나 집에 가야 할 것 같아, 그 놈이 술만 안 마시면 살 만해요. 이 나이에 여기서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으려니 숨 막혀서...”라고 말씀하셨다.

     

    가정폭력피해 여성들은 폭력 행위자로부터 벗어나도 한동안 마음이 불안해서 하루에도 몇 번이나 귀가를 결심한다. 물론 이분도 당장 집에 들어가면 안 되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남편이 갑자기 사망한 이후 한부모 가장으로서 식당을 운영해서 하며 삼남매를 키우면서 사셨단다. 혼자서 식당하기가 버거울 때 일을 도와 준 주방장과 함께 살며 자주 맞았는데도 30년 동안 참고 사셨단다. 

     

    “삼남매를 키워야 했기에 그냥 버텼지만, 이제는 아이들도 다 컸고 이렇게 늙어서 벗어나고 싶은데 지적장애가 있는 막둥이 때문에...” ‘아! 막내 아들을 걱정하셔서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말씀하셨구나!’ 바로 자녀들과 차례로 통화하시도록 도우니 그제서야 안심하면서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 주일 후, 당번인 다른 생활인이 “골뱅이무침 해본적도 없는데“라고 말하며 혼자서 투덜댔는데, 이 말을 들으셨는지 본인 당번도 아니었는데 별다른 말도 없이 을지로 골뱅이 골목에서나 먹을 법한 매콤새콤한 골뱅이 소면을 만들어 놓으셨다. 

     

    그날 이후 인천맛집 투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등뼈찜, 잡채, LA갈비, 매운 닭발, 바지락칼국수 등, 모든 음식이 다 맛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세상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한 코다리 강정 맛은 가히 압도적이어서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리고 은혜주택에서는 명절 연휴 전날에는 늘 퇴소 가족을 시설로 초대하여 함께 밥을 먹는데, 담당자를 통해 명절 행사를 계획한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소갈비와 양지고기를 사줄 수 있냐고 물어 보시더니 명품 갈비탕을 뚝딱 만들어 내셨다. 이분 덕분에 오랜만에 모인 퇴소 가족까지 30명 넘는 식구가 전부 몸보신했다. 

     

    이 생활인께서는 퇴소 전날 이렇게 말씀하셨다. “처음에 내가 여러 가지 별 이유를 들어 집에 간다고 할 때 그냥 가도록 놔뒀다면, 난 또 지옥에서 살았을 거예요. 지금은 아이들과 마음 편히 살 수 있게 되어서 은혜주택 선생님들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이분은 몇년이 지난 지금도 연말 행사에서 은혜주택 식구들을 보기 위해 기차를 타고 원주에서 몇 시간을 달려오신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최영미 시설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최영미 시설장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제 2기)'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차수현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잘 쓰셨습니다. 독자가 이 글을 읽으면 은혜주택이 어떤 곳인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겠습니다. 

     

    2. '안심'이라는 단어가 눈에 쑥 들어옵니다. 최영미 선생님께서 동료들과 함께 싸워 오신 '폭력(위험)'과 가장 먼 단어니까요. 생활인들께서 은혜주택에 오셨을 때, 갖가지 방식으로 '본인이 돌아가야할 이유'를 말씀하신다고 쓰셨습니다. 은혜주택 직원 분들은 생활인들께서 내 놓으신 '이유' 너머에서, '안심하며 살아야 할 이유'를 자연스럽게 끄집어 내셔야겠지요. 눈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이 마음 흐름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3. 저 생활인께서 만드신 요리는 요리가 아닙니다. 본인이 살아온 인생 이야기이고, 각 생활인 등 뒤에 서서 부드럽게 쓰다듬고 주물러주는 손길이며, 타인에게 행복하게 건네 줄 수 있는 제일 좋은 선물이요, 회복된 마음 자체입니다. 어찌 보면 그냥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고 요리를 만든 이야기일 뿐인데, 독자 마음까지 포근하게 치유되니, 저 생활인도 마법사고, 최영미 선생님을 포함하는 은혜주택 동료들도 마법사이십니다. 

     

    4. 문장에 대해서 딱 한 가지만 제언 드립니다. 최영미 선생님 문장은 조금 길어요. 부디, 오해 마세요. 문장이 길다고 무조건 나쁘진 않습니다. 하지만 문장이 길어지면 주술관계도 어긋날 수 있고, 독자가 글 내용을 이해할 때 필요한 내용이 빠질 수도 있습니다. 억지로 문장을 짧게 쓰지는 마시되, 조금씩 간결하게 쓰시려고 신경쓰고 노력하세요.

     

    [최영미 선생님께서 비서 일을 그만 두시고 은혜주택으로 오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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