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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신선미 사회복지사 편)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6. 18.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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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문)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지만, 어떤 사람은 영원히 잊지 못합니다. 강점관점실천연구소와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함께 진행하는 '성숙을 담는 글쓰기(제 2기)'에 참여한 사회복지사들 마음 속에도 그런 사람이 남아 있습니다. 그 사람과 만난 날, 마법에 홀린 듯 힘이 나고 보람을 느낀 날, 사회복지사로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날, 에 대해서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이 귀한 글을 온 세상 동료들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신선미 사회복지사 편)

    부제: 가끔 명철이 생각이 난다 

     

    <7줄 글쓰기>

     

    1. 2005년, 나는 빈곤 지역에 있는 복지관에서 일을 시작했다.

    2. 첫 업무로 방과후교실을 맡아 초등학생들과 함께 지냈다.

    3. 특히, 늘 수줍어하던 명철이가 많이 생각난다.

    4. 명철이는 부모 없이 할아버지와 어렵게 살았다.

    5. 명철이는 명석했는데, 가난해서 주변 사람이 모두 안타까워했다.

    6. 방과후교실이 폐지되고 내가 이직하면서 명철이와 아쉽게 헤어졌다.

    7. 이제 스물일곱 살이 되었을 명철이가 아직도 생각난다.


    <확장판>

     

    글쓴이: 신선미 (성산종합사회복지관 과장, 2024)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나는 2005년에 사회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첫 발을 내딛었다. 첫 직장이 위치한 지역은 우리 친할머니께서 40년 넘게 식당을 하셔서 유년기 때 많이 가 봐서 친근했다. 하지만 인천에서 제일 가난한 달동네여서 주민들 생활이 많이 어려웠다.

     

    나는 초임 사회복지사로서 저소득세대 아동을 돌보는 방과후 교실 사업을 맡았다. 초등학생 아이들 12명과 매일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 먹고 신나게 놀았는데, 늘 좌충우돌 여러 가지 일이 벌어졌지만 천사같은 아이들이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니 ‘천사들의 합창’(1990년대 초 한국에서 방영한 멕시코 아동 드라마)에 나오는 ‘히메나 선생님’이 된 느낌을 받았다. 

     

    이곳을 떠나고 18년이 지난 지금도 몇몇 아이들은 또렷하게 기억한다.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똑같은데 둘 다 귀여웠던 연자매(이 친구들 덕분에 나도 10년 동안 쌍둥이를 낳고 싶었다), 부모가 심각하게 방임하여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간 OO, 복지관에서 무료로 피아노를 배우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던 OO, 그리고 늘 수줍어하던 1학년 명철이. 그 중에서 명철이가 가장 보고 싶다.

     

    명철이는 어머니가 없었고 아버지는 폐결핵으로 돌아가셔서 70세가 넘은 할아버지와 노후 주택에서 살았다. 할아버지는 “지 애비한테 결핵이 옮아서 명철이도 죽을 뻔했는데 기적같이 살았으니 보육원에 보내지 않고 내 명이 다하는 날까지 같이 살아야 해”라고 말씀하셨다. 명철이는 명석해서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알았는데 초등학교 선생님께서도 알아보시고는 ‘이런 아이는 과학고에 가야 하는데 어떡하냐’고 안타깝다며 속내를 털어 놓으셨다. 어떡하긴, 학교에서 책임지고 아이 역량을 키워주고, 무슨 일이 있으면 지역사회에서 힘을 모으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만약 할아버지께서 어느 날 돌아가시면 그땐 어떻게 하지? 아,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쭉 지켜보고 싶었지만, 복지관 인근에 지역아동센터 몇 곳이 개소하면서 우리 복지관에서는 방과후교실을 폐지하고 아이들을 집에서 가까운 센터로 인계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도 내 길을 찾아 다른 기관으로 이직하면서 우리는 헤어졌다.

     

    퇴사하고 몇 년 후 아이들 살던 집 근처에 가 보고 우연히 보호자를 만나게 되면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곤 했는데 명철이네 집은 2년 후에 없어져서 아무도 몰랐다. 어디로 이사 갔는지 알고 싶었지만 내가 일했던 복지관도 허물어졌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운영법인이 바뀌고 같이 일하던 직원들이 거의 다 퇴사해서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막연하게 주민센터에 찾아갈 명분도 없고 학교에 가서 물어볼까 생각했지만 알려줄 것 같지 않아서 그냥 그렇게 잊혀졌다. 남편이 사회복지직 공무원으로 일할 때 개인정보를 조회해서 누군가가 어디에 사는지 알 수 있는지 물어보니, 가능하지만 조회 기록이 남아서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그때 이후로 명철이 개인정보는 없다. 이름과 나이, 학교, OO동에 살았다는 사실만 알 뿐. 사실 나는 처음부터 명철이를 입양하고 싶었다. 그러나 스물넷 처녀가 입양을 실행할 수는 없었고, 직장에 매인 몸이니 책임지고 함께 살 수도 없었다.

     

    올해로 명철이는 스물일곱 살이 되었고 나는 사십대 초중반이 되었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가슴 한편이 허전하다. 내 아들이 여덟 살, 아홉 살이 되었을 때에도 그 시절 어린 명철이가 떠올랐다. 명철이 기억에는 내가 없을 텐데,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명철아. 그때 내가 가끔 찾아가서 같이 떡볶이도 먹고 시장 구경도 하면서 추억도 만들고 연락하는 사이로 남았으면 좋았을 텐데 미안해. 할아버지께서는 살아 계신지, 하늘나라에 가셨는지, 사춘기는 어떻게 보냈는지, 어른이 된 지금은 어떤 일을 하며 사는지 정말 궁금해. 어린 너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나는 눈을 보면 알 수 있었어. 지혜롭고 마음이 단단한 아이라는 사실을. 어른으로 잘 성장했으리라 믿고 싶어. 보고 싶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신선미 과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신선미 과장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제 2기)'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차수현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걸작을 쓰셨습니다. 맑고 투명하게 쓰셔서,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설득됩니다. 빛 바랜 18년 전 이야기를 꺼내셨는데, 왠지 지금도 누구를 만나시든지 명철이를 만나듯 대하실 것 같습니다. 

    2. 문장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동안 지적해 드린 내용을 반영하면서 쓰시려고 노력하셨군요. 선생으로서, 기특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3. 설계도(7줄 글쓰기)를 잘 쓰셔서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군더더기가 없으니, 글이 꽤 긴데도 단박에 읽힙니다. 군더더기는 글 초점과 관련됩니다. 글에 초점이 없거나 희미하면 군더더기가 붙습니다. 많이 써도 산만하고 잘 읽히지 않습니다. 

     

    [당근과 화해한 날]

     

    당근과 화해한 날

    당근과 화해한 날 글쓴이: 신선미 (성산종합사회복지관 과장, 2024)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누리 엄마(나): “누리야, 누리는 이렇게 당근을 잘 먹을 수 있어? 진짜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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