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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김연희 사회복지사 편)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6. 18.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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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문)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지만, 어떤 사람은 영원히 잊지 못합니다. 강점관점실천연구소와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함께 진행하는 '성숙을 담는 글쓰기(제 2기)'에 참여한 사회복지사들 마음 속에도 그런 사람이 남아 있습니다. 그 사람과 만난 날, 마법에 홀린 듯 힘이 나고 보람을 느낀 날, 사회복지사로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날, 에 대해서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이 귀한 글을 온 세상 동료들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7줄 글쓰기>

     

    1. 나는 이전 근무했던 지역자활센터에서 게이트웨이 담당자였다. 

    2. 게이트웨이를 통해 만난 A씨, 자활 참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3. 어떤 말로도 A씨를 설득할 수 없었다. 

    4. 중단해도 괜찮으니, 한 달에 한 번씩 기관으로 와주시라고 부탁했다.

    5. 한 달 뒤 만난 A씨는 내 말 덕분에 살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6.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은 느낌이었다.

    7. A씨가 젤리와 함께 건넨 고맙다는 말을 들으니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에 감사했다. 


    <확장판>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김연희 사회복지사 편)

    부제: 라고 말씀해 주지 않으셨다면, 전 그날로 죽었을 거예요

     

    글쓴이: 김연희(미추홀종합사회복지관 과장, 2024)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지역복지관에서 10여년 동안 일하다 둘째 아이를 낳고 사회복지를 포기했다. 다시 일하고 싶어서 알아보던 중 동네 지역자활센터에서 경력 무관으로 사회복지사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고, 지역자활센터 게이트웨이 담당자로 근무하게 됐다. 게이트웨이는 자활에 처음 참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상담을 통해 사업단을 선택하도록 돕는 과정을 말한다.

     

    코로나-19와 부양의무제 폐지 여파로 다양한 직종 사람들이 자활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는 한 달에 40명 가량 새로운 자활 참여자를 만나서 상담하고 교육해야 했고, 각 참여자가 3달 안에 사업단 배정을 결정하도록 관리해야 했다. 자활참여자가 사업단에 참여하지 못하면 기초생활수급 자격이 박탈되었기에, 내 책임도 크다고 생각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수많은 자활참여자 중 한 사람이었던 A씨. 교육이 끝나고 참여 할 사업단 담당자와 면접을 주선했는데, 면접이 끝난 뒤 A씨는 막무가내로 자활 참여를 포기하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이대로 자활 참여를 포기하면 기초생활수급 자격도 박탈되었기에 나는 사업단 참여를 권유하며,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으나, 어떤 말로도 설득할 수 없었다. 그냥 지쳐서 그냥 종료 서류를 쓰고 가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문득, 그대로 보내면 안 될 것 같았다. 

     

    “선생님(나는 보통 자활참여자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그럼 중단해도 괜찮아요. 대신 저와 3개월 동안 만나면서 사업단 선택해도 된다고 말씀 드렸죠? 당장 포기서 쓰지 마시고, 3개월 동안 저 만나주세요. 한 달에 한 번씩만 저 만나고, 마지막 날 서류 쓰시면 돼요. 다음 달에 꼭 저 보러 와 주세요.”

     

    한 달 뒤, 만나야 하는 날에 A씨가 찾아왔는데, 살도 찌고, 생기가 도는 표정으로 감사하단 말부터 주셨다.

     

    “처음에는 그냥 죽은 듯이 누워만 있었어요. 먹고 싶은 것도 없어서 며칠에 한 끼씩 먹었고, 햇빛도 싫어서 저녁에만 나가서 필요한 걸 사러 가는데, 그러다 넘어져서 병원을 다녔거든요. 근데 병원에서 진료 보다가 어깨가 많이 안 좋다는 걸 발견했어요. 의사 선생님이 이 어깨로는 당분간 일 못할 거라고, 잘 먹고,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운동도 조금씩 해 줘야한다고 하시는데, 그 말대로 하니 살도 찌고, 뭐든 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리고 나서 생각해 보니 선생님한테 너무 감사했어요. 선생님께서 한 달 뒤에 보자고 말씀해 주지 않으셨다면, 전 그날로 죽을 생각을 했을 거예요. 선생님 너무 감사해요.”

     

    이 말을 듣고 있으니 오히려 너무 죄송했다. 누굴 살리려는 의도는 없었으므로 마치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은 듯했다. 그리고 많은 참여자들을 관리하다 보니 스트레스도 받고, 업무 한계를 느껴 지쳐 있었는데, A씨 말을 듣고 나니 내가 오히려 감사했다. 감사하는 마음을 전해주시려 애쓰는 A씨 모습에 한 번, 표현 할 길이 없어 이거라도 받으라며 주신 젤리 봉지를 손에 쥐며 또 한 번. 지금도 나는 하리보 젤리를 보면,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감사해 하던 그 하루가 생각난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김연희 과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김연희 과장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제 2기)'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차수현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김연희 선생님 성품이 글에서 드러납니다. 무엇이든 진심으로 열심히 임하시는 모습요. 에너지가 글을 뚫고 나오는 듯합니다. 좋은 의미로, 개성이 드러나서 좋습니다.

     

    2. 역시 7줄로 뼈대를 정리하니, 군더더기가 훨씬 더 줄어드는군요. 그런데 7줄로 글을 쓰실 때, 김연희 선생님은 여전히 너무 길게 쓰세요. 뼈대는 뼈대랍니다. 뼈대를 논하는데, 너무 살을 붙여서 쓰신다고요. (제가 잘라낸 부분을 보세요. 다 살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3. 어쩌면, 전형적인 ‘나비 효과’ 이야기네요. 하지만, 김연희 선생님께서 책임감을 가지고 사람을 포기하지 않아서, 이런 나비 효과도 나타났겠지요? 두 분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어쨌든, 생명을 살리셨잖아요!’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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