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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남두현 사회복지사 편)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6. 20.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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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문)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지만, 어떤 사람은 영원히 잊지 못합니다. 강점관점실천연구소와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함께 진행하는 '성숙을 담는 글쓰기(제 2기)'에 참여한 사회복지사들 마음 속에도 그런 사람이 남아 있습니다. 그 사람과 만난 날, 마법에 홀린 듯 힘이 나고 보람을 느낀 날, 사회복지사로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날, 에 대해서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이 귀한 글을 온 세상 동료들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7줄 글쓰기>

     

    [인물]

    1. 최중증 발달장애인 낮활동지원사업에서도 포기한 이민준(가명)씨가 우리 센터에 왔다.

     

    [시련]

    2. 그후로 일대일 반이 생기고 화분이나 컵은 다 깨지고, 구급차가 자주 출동했다. 

    3. 민준씨는 항상 ‘닭다리와 닭날개 튀김’을 점심 도시락으로 싸서 센터로 왔다.

    4. 민준씨와 친해지려고 닭다리 하나만 달라고 계속 이야기했지만 소용없었다.

    5. 어느 날 민준씨가 미소를 지으며 닭다리를 나에게 건네 주었다. 

    6. 닭다리 하나에 민석씨 때문에 고생한 시간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다.

     

    [성장]

    7. 이제 닭다리는 희망이 되었었다!


    <확장판>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남두현 사회복지사 편)

    부제: 아기 사자와 닭다리

     

    글쓴이: 남두현 (남동구늘품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팀장, 2024)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서울시에서는 발달장애인 중 사회성이 부족하여 그룹 활동이 어렵거나 도전적 행동(자해 및 타해)이 심한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최중증 발달장애인 낮활동지원사업(챌린지)’을 각 장애인복지관에서 진행하도록 했다. 이민준(가명)씨는 모 장애인복지관 챌린지사업 참여자였고, 챌린지 참여 기간을 연장할 수 있었는데도, 민준씨를 지원하기 어려워서 종결했다고 한다. 1:1 지원이 아니라 3대1(직원 및 보조인력 3명)지원으로 해도 어려웠단다. 그래서 급하게 이용할 기관을 찾다가 성인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우리 센터로 오게 되었다.

     

    민준씨 별명은 ‘아기사자’이다. 180cm가 넘는 키에 몸무게는 100kg 넘고 눈에는 힘을 주고 먹잇감을 찾듯이(?)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여성이나 나이가 많은 사람, 자기보다 왜소해 보이는 사람을 보면 때리거나 강하게 밀어 넘어트린다. 어려서부터 수영과 농구를 배워 체력이나 운동신경도 뛰어나다. 아침마다 장애인활동지원사와 한강 공원을 2시간 정도 걷고 저녁에도 체육학과 대학생과 2시간 걸어야만 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20대 청년, 이민준.

     

    아기 사자가 센터에 다니게 되면서 센터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어려서부터 민준 씨를 아는 다른 이용자 보호자들은 반을 변경해달라고 날마다 이야기 했고, 이용자들도 아기 사자가 나타나면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구석으로 피했다. 던질 수 있는 물건이 보이면 무엇이든 던지고, 걸리적거리면 무엇이든 밀어 넘어트렸다. 컵이나 텀블러는 깨지거나 찌그러지기 일쑤였고, 그 많던 화분은 모두 사라졌다. 툭하면 사람을 밀고 넘어트려 구급차가 무시로 출동했다. 민준씨 때문에 센터를 그만둔다는 분들이 나타나자 결국 일대일 반이 생겼고 그나마 경험이 있고 덩치가 있는 내가 아기 사자를 담당하게 되었다.

     

    아기 사자는 일대일반에서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꼭 해야 했다. 하루 종일 자면서 수업을 거부하거나 밖에 나가서 걷고 싶으면 10km 정도는 함께 걸어줘야 수업에 조금 참여 해 준다. 또, 먹고 싶은 건 꼭 먹어야 하고, 갖고 싶은 물건은 어떻게든 얻어내야 했다. 센터에서 주는 밥은 먹지 않고 특식(닭다리와 닭날개)을 챙겨 온다. 꼭 그것만 챙겨와 먹는다. 절대 남을 주지 않는다. 뼈가 하얗게 보일때까지 깨끗하고 맛있게 발라 먹는다. 영락 없는 맹수다.

     

    언젠가부터 나도 오기가 생겼다. 민준 씨가 그렇게 좋아하는 닭다리 하나를 얻어 먹을 수 있으면 뭔가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때부터 작전을 시작했다.

     

    나: 민준씨, 오늘 탕수육 나왔는데, 민준씨 치킨이랑 바꿔 먹을래요? 맛있겠지요?

    아기 사자: 아니, 싫어.

    나: 와~ 이거(탕수육) 진짜 맛있다. 그럼 치킨 안줘도 되니깐 탕수육 하나 먹어봐요.

    아기 사자: (단호하게) 아니, 싫어!

    나: 민준씨 오늘 치킨 많이 싸 왔네요? 하나만 줘봐요~

    아기 사자: 싫어!

     

    아무리 꼬셔봐도 절대 주지 않는다. 아침을 많이 먹고 온 날에는 그냥 집에 가져가는 한이 있어도 절대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작전을 수행하면서 서서히 지쳐갈 때쯤, 문득 아기 사자가 말을 걸었다.

     

    아기 사자: 이거 선생님 먹어.

    나: 어?

    아기 사자 : 이거 먹어.

    나: (당황하며) 닭다리요?

    아기 사자: (무덤덤하게) 어, 이거 먹어.

    나: (놀람과 기쁨) 진짜요? 선생님 먹어도 돼요?

    아기사자: 어.

    나: 민준 씨, 야호!

     

    지금까지 들인 수고가 헛되지 않았다. 진짜 먹어도 될까 싶었지만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고 생각해서 닭다리 하나를 집어 맛있게 먹었다. 아기 사자는, 새끼 사자가 먹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듯이 나를 흐뭇하게 지켜봤다. 지금까지 먹었던 치킨 중에 가장 맛있었다. 민준 씨 때문에 고생한 지난 시간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다.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민준씨 보호자에게 자랑했다.

     

    나: 어머니, 드디어 민준 씨가 치킨을 줬어요! 

    보호자: (미소를 보이며) 그래요? 축하드려요~

    나: 감사합니다. 민준 씨가 이제 마음을 조금 열었나 봐요. 조금만 더 지나면 민준 씨도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 거 같아요!

     

    민준 씨는 그날부터 특식을 주는 횟수를 늘렸다. 그리고 줄 때는 확실히 준다. 닭다리 6개와 닭날개 4개를 ‘선생님 다 먹어’라고 주며 감시하듯 지켜본다. 나는 민준 씨 어머니에게 ‘민준 씨가 이제는 치킨을 다 준다.’라고 이야기하며 은근 스스로를 자랑했다.

     

    그런데 민준 씨 어머니 왈: “민준이가 먹기 싫으면 다 줘요, 호호.”

     

    음… 그래도 상관없다. 아기 사자한테 닭다리 먹어 먹은 사람 있으면 손들어 봐! 아무도 손을 들지 못하니까.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남두현 팀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남두현 팀장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제 2기)'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차수현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대단히 잘 쓰셨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마음에 '아기 사자'가 꽉 들어차도록 쓰셨어요. 한 방에 술술술 읽혀서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특히, 대화록을 적절하게 삽입하셔서 무척 생생합니다. 

     

    2. 남두현 선생님께서 실천 현장에서 어떻게 일하시는지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겉으로 느껴지는 이미지처럼, 진득하게, 끈질지게 일하시는군요.

     

    3. 남두현 선생님 개성이 글에서 잘 드러납니다. 차분하면서도 진지하게 클라이언트 이야기에 접근하셨어요. 그러면서도 유머와 위트가 엿보입니다. 

     

    4. 장애 특성상 막무가내로 행동해서 이리저리 쫓겨나고 오해받는 클라이언트를 '아기 사자'에 기가 막히게 비유하셨습니다. 매일 피해자와 가해자는 넘나드는 민준씨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셨어요.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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