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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옆에서 딸이 쫑알거릴 뿐인데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6. 24.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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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7줄 글쓰기 (글 뼈대를 세우다)

     

    [인물] 

    1.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출근한다. 그런데 목이 간질간질하다.

     

    [시련]

    2. 감기인가?! 출근길 편의점에 들려 감기약을 사 먹었다.

    3. 역시 약을 일찌감치 사 먹길 잘했다. 몸이 괜찮다.

    4. 계속 약을 먹는다. 코는 막히고 목은 마르고 간질간질하다. 다행히 몸살은 아니다.

    5. 하지만, 눈은 퀭하고 몸에 힘이 없다.

    6. 언젠가부터 감기에 걸리면 도통 낫질 않는다. 열흘이 지났는데도 골골거린다.

     

    [성장]

    7. 나를 잘 돌봐야 하는 시간이다.


    B. 확장판 글쓰기 (뼈대를 따르되, 매이지 않으면서 글을 쓰다) 

     

    내 옆에서 딸이 쫑알거릴 뿐인데

     

    글쓴이: 민경재(안산시초지종합사회복지관 분관 둔배미복지센터 센터장, 2024)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오늘도 나는 전철을 타고 걸어서 출근한다. 초여름 푸릇푸릇한 길을 걸으며 몸을 깨운다. 그런데 목이 간질간질하다. 어 뭐지! 감기에 걸렸나? 감기인가? 편의점에 들러 감기약을 사 먹었다. 나는 언젠가부터 코나 목에 조금이라도 이상한 징후가 보이면 바로 쌍화탕도 먹고, 비타민도 먹고, 감기약도 먹는다. 그래야 덜 아프고 금방 낫는다.

     

    역시 감기약을 일찍 먹길 잘 했다. 오늘을 무사히 넘겼다. 불안해서 감기약을 며칠 먹는다. 그런데 코는 막히고, 목은 간질간질하고 아프다. 다행히 몸살까지는 아닌 듯하다. 하지만 눈이 퀭하다. 열흘이 지났다. 여전히 골골거린다. 안 되겠다 싶어 병원에 들러 영양주사를 한 대 맞는다. 쿨쿨 잠이나 잤으면 좋겠다.

    . . .

     

    나는 쿨쿨 잠이나 잤으면 좋겠는데,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일상은 돌고, 돌고, 돌아간다. 나도 같이 돌고, 돌고, 돌아야 한다. 어지럽다! 어질어질하다. 나는 단숨에 무기력해진다. 무얼 할 수 있을까? 나만 더디고 나만 느릿하게 느껴진다. 더 잘하고 싶은데, 남들만 잘하는 듯해 불안하고 속상하다. 나는 원래 체력이 좋지 않다. 쉽게 지쳐서 많이 자고 충전해야 다음 날을 산다. 나이가 들고 몸이 약해지니 일할 때도 점점 느려진다. 진행 중이거나 생각하는 일을 마치는 시간이 점점 늦어진다. 며칠 콜록거리며 감기로 고생했더니, 스트레스 쌓이고 감기 마음에 찰싹 붙었다.

     

    마음에 붙은 감기가 더 번지지 않게 나에게 말을 건넨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쉬어도 돼.” 잠시, 잘 하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자. 자분자분 차분차분 작게작게 하나씩만 생각하자. 내일은 예쁜 노란색 요가 매트 하나 주문하고 책상을 정리하련다. 지금은 쿨쿨 잠이나 자자.

     

    아 그런데, 딸이 주방에서 부른다. “엄마 엄마, 폭염이 지나면 장마가 올 거야 장마가 가면 가을이 올 거야 가을이 후 사라지면 겨울이 올 거야 겨울이 눈처럼 사라지면...” 딸이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며 하며 나를 계속 부른다. 그래, 다 지나간다. 감기도 지나간다. 내 옆에서 딸이 엄마, 엄마 부르며 쫑알거릴 뿐인데, 엄마, 엄마 부르며 쫑알거리는 딸이 옆에 있을 뿐인데, 포근하고 행복하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민경재 센터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민경재 센터장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심화반 '글로위로'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글쓴이 메타 피드백>

     

    감기에 걸려서 열흘 동안 골골거렸더니 회사도 집도 엉망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점점 더 부담감을 느끼는데 나는 잠이나 쿨쿨 잤으면 좋겠다. 무기력감에 빠졌다. 몸이 맘대로 움직이지 않고 일도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아 스트레스만 쌓였다. 하지만 쉬어가야 한다. 느릿하게 걸어야 한다. 지금 나는 최선을 다 하고 있다. 감기에 걸려서 힘들어진 마음을 표현하고 스스로 나를 다독이는 글을 써 보았다. 마지막 단락이 군더더기 같아 넣을지 말지 고민했다. 딸이 쫑알쫑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위로받은 느낌을 살려 넣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걸작을 쓰셨습니다.

     

    2. 문장력이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발전했습니다.

     

    (a) 용언(형용사, 동사) 서술어를 대단히 적극적으로 쓰시고, 체언 뒤에 ‘이다’를 붙이는 방식은 철저하게 지양하셨습니다. 

     

    (비교해 보세요.)

    _ 나는 전철을 타고 걸어서 출근한다. / 내가 출근하는 방법은 전철이다.

    _ 나는 원래 체력이 좋지 않다. / 나는 원래 저질 체력이다.

     

    (b) 단문 위주로 문장을 짧게 쓰셨는데, 흐름과 응집력이 좋아서 문장과 문장이 서로 잘 붙습니다.

     

    (제대로 상술하신 대목) 

    _ 열흘이 지났다. 여전히 골골거린다. 안 되겠다 싶어 병원에 들러 영양주사를 한 대 맞는다. 쿨쿨 잠이나 잤으면 좋겠다.

    _ 나는 원래 체력이 좋지 않다. 쉽게 지쳐서 많이 자고 충전해야 다음 날을 산다. 나이가 들고 몸이 약해지니 일할 때도 점점 느려진다.

     

    3. 글 구조가 우아합니다. 7줄로 전체 얼개를 짜고 본문을 쓰시니, 내용적으로 군더더기가 붙을래야 붙을 수가 없습니다. 군더더기가 없으니 잡스럽지 않습니다. 간결하면서도 꽉 차게 느껴집니다. 네, 적절하게 포화되도록 글을 쓰셨습니다. (구조가 내용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4. 마지막 단락은 군더더기가 아닙니다. 현실에서 시작해서 내 생각으로 깊이 들어갔다가 다시 현실로 나오셨는데요, 다시 현실로 확실히 돌아오는 듯해서 오히려 좋습니다. 그리고 마치 딸이 엄마를 ‘엄마처럼 위로해 주는 듯’해서 묘하게 매력적입니다.

     

    5. 글쓰기를 진짜로 ‘자기-돌봄’ 방법으로 사용하시니, 참 보기 좋습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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