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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김영애 사회복지사 편)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6. 26.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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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문)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지만, 어떤 사람은 영원히 잊지 못합니다. 강점관점실천연구소와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함께 진행하는 '성숙을 담는 글쓰기(제 2기)'에 참여한 사회복지사들 마음 속에도 그런 사람이 남아 있습니다. 그 사람과 만난 날, 마법에 홀린 듯 힘이 나고 보람을 느낀 날, 사회복지사로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날, 에 대해서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이 귀한 글을 온 세상 동료들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7줄 글쓰기>

     

    [인물]

    1. 김OO 어르신은 경상도에서 혼자 사시다가 치매가  와서 우리 요양원에 오셨다.

     

    [시련]

    2. 처음에 어르신이나 우리나 서로 적응하기 어려워 힘든 시간을 보냈다.
    3. 어르신은 매일 같이 집에 가시겠다며 출입문을 찾아 배회를 하셨다.
    4. 우리는 어르신을 위해 때로는 속이는 말씀을 드려야 했다.
    5. 우리는 어르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려고 다양한 활동을 제시했다.    

     

    [성장]

    6. 요양원 생활 5분씩 차곡차곡 쌓여 어느새 서로 익숙한 얼굴이 되었다. 
    7. 평범한 일상속에서 서로 의지하다 보니 우리는 이미 가족이 되었다.


    <확장판>

     

    사회복지사, 사람을 만나다 (김영애 사회복지사 편)

    부제: 5분이 쌓여 가족이 되다

     

    글쓴이: 김영애 (내리요양원 사회복지사, 2024)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김OO어르신: “내가 돈도 하나 없이 우째 여 왔는지 모르겠다. 집에 가야할 낀데...”

     

    87세 김00 어르신은 경남 창원에서 혼자 사시다가 치매가 와서  요양원에 오셨다. 처음에는 어르신이나 우리나 서로 적응하기 어려워 힘든 시간을 보냈다. 어르신은 5분 이전 일은 기억하지 못하셨고, 집으로 가시겠다며 매일 같이 출입문을 향해 돌진(?)하셨다. 어떤 때는 문을 열어 달라고 바닥에 누우셨고, 어떤 때는 욕설을 뱉으시면서 폭력도 행사하셔서 참 난감헀다.

     

    우리는 어르신를 진정시켜 드리기 위해 잠시 속이는 말씀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여기에서 지내시고 내일 아드님이 모시러 오시거든 그때 가셔요"라고 말하거나 "점심준비하고 있으니 점심 식사 하시고 같이 가셔요"라고 말씀드렸다. 그럴 때마다 "알았어"라고 대답하셔서 진정이 되신듯 하였으나 이내 가방을 들고 집에 가겠다고 말씀하셨다. 밤에도 주무시다 일어나서 출입문을 열고 나가시려고 하여 직원들 모두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어느 날은 어르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려고 텃밭에 나가 상추와 쑥갓을 뜯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어르신은 창원에서 고추농사, 논농사를 지었으며 배우자가 마을이장이셔서 집에는 항상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려 주셨다. 우리는 뜯어온 상추와 쑥갓을 깨끗이 씻어 저녁식사시간에 차려드렸다. 어르신은 상추쌈을 좋아하신다며 맛을 보시더니  "상추가 약이 올라 맛이 나네." 라고 말씀하셨다. 물론 당신께서 직접 상추를 뜯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으셨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르신도 조금씩 바뀌셨다. 오늘은 요양원에서 노래 한마당 행사를 열었다. 어르신은 "내 보고 노래 하라고? 동네에서도 내 노래 못 한다는 말은 못 들어봤다"며 이미자씨 노래, ‘찔레꽃’을 부르셨다. 직원들은 박수를 치며 함께 노래 부르면서 어르신이 한 발 내딛으신 이 순간을 기뻐했다.

     

    어느새 어르신은 요양원 생활에 익숙해지셨다. 영원토록 치매와 전쟁을 치러야 할 줄 알았는데, 이제는 전쟁마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어르신은 여전히 5분 이전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시지만, 5분이 차곡차곡 쌓이니 우리는 서로 익숙한 얼굴이 되었다.

     

    김OO 어르신: “이렇게 반찬을 하려면 얼마나 애를 썼겠나, 여 앉아 같이 먹재?”

    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밥을 안 먹어도 배 불러요.”

     

    나는 이 순간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지 모르겠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서로 의지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는 이미 가족이다.

     

    <안내> 

    _ 본 글을 쓰신 김영애 선생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김영애 선생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제 2기)'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차수현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짝짝짝! 정말 잘 쓰셨습니다. 글을 쓰시기 전에 7줄 글쓰기로 뼈대를 단단하게 세우셔서, 내용상 군더더디가 거의 없습니다. 특히, 이야기 흐름이 자연스럽고, 중간에 대화록을 적절하게 삽입하셔서 생기가 돕니다. 

     

    2. 노인 요양원은 거주 시설이죠. 그래서 일하는 사람이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은 내일 같을 수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매일 일어나는 작고 미세한 긍정적 변화를 발견하지 못할 수 있죠. 하지만 요양원에서 생활하시는 어르신에게는 이 작은 부스러기 변화가 모여, 모여서 거대한 의미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매일 5분씩 서로 힘든 시간을 보내셨지만, 그 5분이 시나브로 모여서 끈끈한 가족애로 바뀐, 김OO 어르신과 김영애 선생님 이야기처럼요. (해결중심치료 전문가로서 생각해 보니, 김영애 선생님께서 쓰신 이야기가 대단히 해결중심적으로 읽힙니다.) 

     

    3. 정말로 솔직하고 투명하게 쓴다고 전제할 때, 누구나 두 문장 이상만 쓰면 성격이 드러나고, 인품이 드러나며, 인생마저 드러납니다. 김영애 선생님은 기본적으로 밝고 유머러스하시면서도, 똑똑하고 진지하신데, 이 글에서 인간 김영애가 잘 드러나서 좋습니다. 이 개성을 잃지 마시고, 앞으로도 즐겁게 글을 쓰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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