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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assessment)은 요약이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12. 11. 09:32728x90반응형
사정(assessment)은 요약이다
각급 기관에서 의뢰받아 자문하면, 필연적으로 사례를 소개하는 문서를 읽게 된다. 이런 문서를 읽으면서, 나는 글을 쓴 사회복지사 마음에 빙의해서 글 안쪽으로 슬쩍 들어가 본다. 그가 어떤 관점과 어떤 태도로 클라이언트에게 접근하는지, 현재 클라이언트가 처한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문제가 생긴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개입하려는지, 표면 이면에 놓인 본질을 이해하려 애쓴다. 대체로 사회복지사는 정직하고 성실해서, 글도 정직하고 성실하게 쓴다. 그러면 글에 마음이 투명하게 비친다.
그런데 사례 자료를 읽다 보면, 뭔가 내용은 많이 담겨 있는데 너무 중구난방으로 펼쳐져서 무슨 뜻인지 종종 알지 못하겠다. 사정(assessment)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영역 별로 온갖 데이터만 잔뜩 쌓아 놓았으니 쉽게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사정이란 무엇인가? 나는 요약이라고 생각한다. 요약은 무엇인가? 사태가 품은 본질을 탁, 짚는 지적 통찰이다. 단순히 분량만 줄인다고 요약이라고 말할 수 없다. 짧은 말로 내용을 제대로 포괄해야 요약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요약하려면 핵심 내용을 정확하게 포착해야 한다.
한편, 글쓰기는 요약이다. 아니, 좀 더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글쓰기를 포함하는 언어 자체가 요약이다. 언어는 현실 자체가 아니다. 우리는 언어를 사용해서 복잡다단한 현실 데이터 중에서 덜 중요한 부분은 삭제하거나 건너 뛰고, 더 중요한 부분은 증폭하고 강조해서 좀 더 선명하게 보이도록 만든다. 특히, 우리가 글을 쓸 때는 요약 능력이 더욱 많이 필요하다. 글은 말처럼 생각나는 대로 풀어내면 안 된다. 말은 좀 더 즉흥적이고 자유롭지만, 글은 좀 더 단단하고 정해진 형식을 갖춰야 한다. 본질을 탁, 짚어서 현실을 요약해야 한다.
사정(assessment)을 잘 하려면 '간결하게 글을 쓰는(요약)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요약 능력은 글을 무작정 많이 쓴다고 생기지 않는다. 내가 지금 무엇을 쓰는지 정확하게 인식한 상태에서, 대상에서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분별하면서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이래서 글쓰기가 어렵다. 잘 쓰려면 제대로, 오래 훈련을 받아야 한다. 단기간에 잘 쓰려는 욕심은 버리되, 지금 여기에서 제대로 시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글쓰기 초심자로서 짧은 글부터 제대로 쓰는 방법을 연습하며 조금씩 길게 써 나가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일기'를 쓰라고 사람들에게 권한다. 일기는 일상 생활에서 무수히 발생하는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하나만 선택해서(이 자체가 요약), 핵심 내용을 정리하는 글이다. 일기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황이나 장면을 그리듯 쓰고(묘사), 사건 진행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서술하며(서사),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느낀 바를 잔잔하게 이야기하고(설명), 가끔씩 뭔가를 주장하고 합리적으로 근거를 대게 된다(논증). 묘사, 서사, 설명, 논증은 어떤 글을 쓰든지 채택해야 하는 전개 방식인데, 일기 안에 모두 들어 있다.
일기만 제대로 써도, 글을 잘 쓸 수 있다. 일기를 매일 쓰면, (실용적) 글쓰기를 배우기 위해 치루어야 하는 커다란 댓가(오랜 시간과 엄청난 노력)를 매일 잘게 쪼개서 가볍게 지불할 수 있다. 개인적인 기록을 세세하게 남기면서 온갖 생각과 감정을 가다듬고 결과적으로 공적인 글도 잘 쓸 수 있게 된다. 나에게 '세 줄 일기' 쓰는 방법과 '세 줄 일기를 확대해서 쓰는 방법'을 배운 학생 다수가 말한다. "제대로 자기-돌봄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선생님에게 글쓰기를 배웠는데, 결과적으로는 자연스레 사회복지 글쓰기를 잘 하게 되었네요."
첫 번째 '세 줄 일기 워크샵', 후기
세 줄 일기, 이렇게 씁니다(다양한 사례와 원리)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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