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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미소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5. 3. 21. 07:19728x90반응형
제목: 자본주의 미소
글쓴이: 배수경 사회복지사(2025)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5)
작년 12월 장애인복지관 회계담당자로 이직했다. 오랫동안 (발달장애인 그룹홈에서) 이용자들과 일상을 나누며 몸과 마음이 지쳐갔는데, 회계담당자로서 간접적인 일을 맡으니 한걸음 떨어져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연말이라 회계 정산과 업무 마감에 무척이나 바빴다. 눈코 뜰 새 없었다.
그렇게 바쁘게 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다. 내 일에도 어느 정도는 여유가 생겼다. 그런데 이제는 숫자와 씨름하고 돈만 만질 뿐 사회복지사로서 정체성이 조금 흐려지는 듯해서 적잖게 고민스러웠다. 그래서 복지관 회계담당자로서 사회복지사답게 일하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자. 그냥 매일 나에게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이용자로서 다른 복지관을 가서 회계담당자를 찾아가면 무엇을 바랄까? 내 아이와 함께 복지관을 찾고 프로그램 비용을 결제할 때,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으리라. 그러니 결제하는 순간만이라도 충분히 환대받고 싶지 않을까? 따뜻한 말 한 마디 듣고 싶지 않을까?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유레카!’를 외쳤다. 그래, 지금 바로 시작하자. 나를 찾아온 이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선물하자. 그때부터 집에서 미소를 연습했다. 나는 사람을 만나면 많이 수줍어하지만 쭈뼛대는 모습을 벗어버리고, 따뜻한 미소를 보여드리려 노력했다. 이제는 사무실 문이 열리면 자연스레 미소를 짓게 된다. 아직도 쑥스러워서 ‘자본주의 미소’라 변명하지만, 자본주의 미소를 짓는 일이 내 업이리라 확신한다.
사람들은 보통 회계하는 직원들이 까칠하고, 딱딱하고, 예민하다고 느낀다. 마음을 표현할 기회가 적어서 그렇다. 사실은 마음이 따뜻한데 일에 치여서 충분히 말하지 못할 뿐이다. 그러나 사회복지사는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하든 세상을 밝고, 따뜻하게 만들 의무가 있다. 그러니 돈을 주고 받으면서도 사회복지사답게 일하겠다. 나부터 실천하겠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배수경 선생님께서 글을 내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점심시간에 후다닥 쓰느라, 글이 많이 부족하네요. 그래도 열심히 썼습니다." 아뇨, 전혀 안 부족합니다. 배수경스럽게 아주 잘 쓰셨어요. 따뜻하고, 차분하고, 섬세하고, 수줍어하는 배수경이 글 속에서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본인이 맡은 일을 최대한 성실하게 수행하려는 책임감 강한 배수경이 돋보입니다.
<배수경 세 줄 일기>
2025년 2월 5일, 수요일. 날씨: 베트남 땡볕이 그립게 춥다
1. (누가/무엇) 나는 교육비 결제하러 오는 분을 뵈면 자연스레 자본주의 미소를 짓는다.
2. (내용/의미) 모니터를 보고 집중하고 있으면 인상 쓴 모습으로 비칠 수 있거든.
3. (생각/감정) 남모를 고충이 있을 보호자가 나를 만날 때만이라도 기분 좋으시길.
2. 글 내용과 구조가 왜 이렇게 탄탄하게 느껴질까요? 간단합니다. 평소에 충분히 느끼고, 충분히 생각하고, 충분히 정리하셔서 그렇습니다. 세 줄 일기를 쓰셨을 때부터 이미 알아 봤습니다. 그렇게 핵심을 딱 잡으시니, 주제가 또렷해지고 군더더기가 끼어들 여지가 확 줄어들었습니다. 간결한데 풍성하고, 풍성하지만 선명하게 글을 쓰셨어요.
3. 요약과 상술. 줄여쓰고 늘려 쓰고. 제가 늘 강조했지요? 어떤 글감이 떨어지든지 상황과 필요를 고려해서, 어떤 땐 핵심만 쭉 뽑아서 짧게 쓰고, 어떤 땐 살을 붙여서 늘려 쓸 줄 알면 됩니다. 세 줄 일기로 핵심을 잡고, 그렇게 세운 뼈대에 살을 붙이고 온기를 불어 넣어 글을 완성하는 방식을, 이젠 완전히 익히신 듯합니다. 계속 이렇게 쓰세요.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배수경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배수경 선생님께서는 사회복지사 자기-돌봄 글쓰기 클럽, '글로위로'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참고 자료>
세 줄 일기, 이렇게 씁니다(다양한 사례와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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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세 줄 일기 워크샵',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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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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