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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형, 좀 잘해 봐요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5. 5. 1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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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아 형! 좀 잘해 봐요!

     

    글쓴이: 노현래(함박종합사회복지관 과장, 2025)

    첨삭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5)


    요셉이는 상처투성이 곰 같았다. 고립 은둔 청소년에서 벗어나 다시 걷기 시작했으니, 겨울 내내 쿨쿨 자는 곰이 맞았다. 내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을 무렵 요셉이를 처음 만났으니 11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요셉이가 가장 많이 생각난다. (지금은 어엿한 성인이겠지만)

     

    처음 입사한 복지관에서 첫 사례회의가 열렸을 때 2시간 정도 혼났다. “넌 대체 뭘 했냐?”가 주제였다. 사례관리를 해야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도 몰랐다. 취업했다고 행복해하면서 술만 먹으며 시간을 낭비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고, 화가 났다. 그래서 바로 다음날부터 요셉이랑 매주 1~2번씩 만나며, 나에게 부끄러움을 준 모두에게 복수하겠다고 다짐했다.

     

    토요일이었다. 요셉이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석하느라 복지관에 왔고 나는 일하느라 출근했다. 멘토링 프로그램이 끝나고 잠깐 만나서 우리가 함께 세운 계획을 점검했다. 스트레스 해소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하던 중 게임이 나왔다. 역시 학생은 게임을 좋아한다. 내가 질문할 때만 마지못해 대답하던 요셉이가 말이 많아졌다. 심지어 나에게 질문까지 던졌다. 이 기세를 몰아서 “그럼 같이 게임방 가서 선생님 실력 좀 봐 줄래~?” 라고 슬쩍 떠봤다. 요셉이는 오후 일정을 재빠르게 스캔하더니 1시간 정도 내 실력을 봐주기로 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듯 함께 게임방으로 로그인했다.

     

    문득 ‘사례관리에 게임방도 포함되나?’ 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소소하게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요셉이와 더 친밀해지고, 결국 앞으로 내 업무에 더 도움이 되리라 믿었다. 

     

    내가 게임을 못하고 헤맬 때마다 요셉이가 계속 “아 쌤, 그렇게 하면 안 돼요!” 라고 나에게 계속 말했다. 모르는 척 하고 계속 못하고 있었는데 요셉이가 결국 폭발했다. “아 형! 좀 잘 해 봐요!”

     

    순간 정적이 흘렀다. 요셉이는 나에게 형이라고 말해서 놀랐다. 하지만 잠시 후 요셉이는 흐흐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잘 좀 해 봐요. 오늘은 복지관 아니니까 형이라고 불러도 돼죠?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고 그냥 친하니까.” 그러더니 아까보다 훠얼씬 더 심하게 나에게 핀잔을 주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게임이 어떻게 됐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 친구가 나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생각만 들었다. 나는 이 시간을 어떻게든 업무와 연결하려고 애쓰고 있었는데, 요셉이는 그냥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 자신이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집에 돌아가면서 ‘형’이라는 단어가 계속 머릿 속을 맴돌았다. 복수하려로 시작했지만 진심을 다했던 내 마음을, 요셉이가 알아주었다고 느꼈다. 이후 정말 거짓말처럼 요셉이는 원하는 멘토를 만났고, 학교생활도 잘 마칠 수 있었으며, 큰 어려움 없이 우리가 함께 세웠던 목표를 다 달성해 버렸다. 종결 이후 나는 어깨를 쫙 펴고 사례회의에 참석했으며, 요셉이와 같이 작성한 기록은 우리복지관을 대표하는 대표 사례가 되었다.

     

    요셉이와 만나서 마음을 열고 함께 신나게 놀았던 그날을 떠올리면, 나는 언제나 사회사업을 조금이라도 더 잘 하고 싶어진다. 그만큼 힘이 나고 자부심을 느낀다. ‘진심은 티가 난다.’ 나는 아직도 일을 하면서 요셉이가 가르쳐 준 이 교훈을 항상 길잡이처럼 떠올린다. 이렇게 소중한 보물상자를 만들어 줘서 요셉이에게 항상 고맙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극찬하겠습니다. 걸작을 쓰셨습니다. 제가 좋은 글 요소로 꼽는 세 가지를 제대로 눌러 담아서 쓰셨어요. 우선, 솔직하게 쓰셨습니다. 사회초년생 시절 자신이 몹시 밉고 부끄러웠을 때 느낀 심정을 오히려 가볍게 꺼내셨어요. 그래서 첫 대목부터 독자가 이야기에 쉽게 빨려듭니다. 다음으로 쉽고 단순하게 쓰셨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문장이 간결하고 내용도 쉽습니다. 게다가 문장과 문장을 쫀쫀하면서도 부드럽게 연결하셔서, 편안하게 술술술 넘어갑니다. 특히, 마지막 대목에 이르러, 글쓴이가 오늘도 일하면서 품는 길잡이를 투명하고 단순하게 정리하셨어요. 마지막으로, 솔직하고 쉽게 쓰시니 결국엔 글이 깊어졌습니다. 툭툭, 간결하게 쓰셨지만 풍덩, 깊이 빠집니다. 풍성하게 느껴집니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노현래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노현래 선생님께서는 인천사협 '성숙을 담는 글쓰기' 클래스(제 3기)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세 줄 일기, 이렇게 씁니다(다양한 사례와 원리)>

     

    세 줄 일기, 이렇게 씁니다(다양한 사례와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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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세 줄 일기 워크샵',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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