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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는 내 주먹 두 개보다도 더 컸다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5. 5. 15.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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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배는 내 주먹 두 개보다도 더 컸다

     

    글쓴이: 조소연(성산종합사회복지관, 2025)

    첨삭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5)


    나는 7년 동안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어르신 밑반찬 지원 사업, 초등학생 봉사단 운영 같은 업무를 맡아왔다. 지금까지 맡았던 일 중에서도 어르신 밑반찬 지원 사업이 가장 고되었다. 당시 나는 운전 실력이 좋지 못했는데 혼자서 60명이 넘는 어르신 댁을 방문해야 했다. 게다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반드시 해내야 하는 업무여서 더 힘에 부쳤다.

     

    그러나 어르신들께 밑반찬만 휙 드리며 허투루 일하고 싶지 않았다. 담당자로서 어르신들 마음을 한명 한명 모두 알아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김 어머님께서는 고생하시던 피부병으로 병원을 바꿔본다고 말씀하셨는데 바뀐 병원은 괜찮으셨는지 여쭤봐야겠다.‘, ‘박 아버님께서는 도서관에 다니신다고 말씀하셨 요새 무슨 책을 읽으시는지 여쭤봐야겠다.‘라고 생각하며 매주 어르신 60명과 아무리 짧더라도 각각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노력이 무색하게 어떤 분은 내가 비 맞은 생쥐 꼴로 밑반찬을 건네면 “왜 이리 늦게 와!” 하고 버럭 화를 내셨고, 어떤 분은 내가 계단을 올라 땀을 뻘뻘 흘리며 밑반찬을 건네면 쓰레기 좀 버려달라고 쓰레기봉투를 들이미셨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구멍 난 풍선처럼 쪼그라들고 힘이 쭉 빠져버렸다. 점점 어르신들이 야속하게 느껴지고 새내기 사회복지사의 열정은 닳아갔다.

     

    다행히, 반대 경우도 있었다. 방문할 때마다 지난주 병원은 잘 다녀오셨는지, 새롭게 다니기 시작하신 경로당 생활은 재밌으신지 물으면 어떻게 그걸 기억했냐며 따뜻하게 안아주시던 강 어머님. 아셨는지 모르셨는지 내가 쪼글쪼글한 풍선 같은 마음일 때마다 위로해 주셨다. 그래서 사실은 어머님께서 내 마음을 더 많이 알아주셨다. 어머님 덕분에 매주 일할 수 있는 힘과 위안을 얻었다.

     

    어느 날은 “몰래 주머니에 넣어 가서 선생님 혼자만 먹어.”라고 말씀하시며 커다란 배 하나를 주셨다. 배는 내 주먹 두 개보다도 더 컸다. 그 커다란 배를 어떻게 바지 주머니에 넣어 가라고 말씀하시는지. “어머니! 이렇게 큰데 어떻게 주머니에 넣어야 할까요?”라고 말하며 나도 모르게 푸하하 웃었다. 

     

    그날도 어머님 댁 방문 전까지는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마음이 커다란 배처럼 크고 단단해졌다. 참 신기하게도 그날 무슨 일로 기운이 없었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어머님과 나누었던 대화, 함께 나눈 맑은 웃음, 맞잡았던 따스한 손, 그리고 단단하고 까슬했던 배 껍질 감촉은 몇 년이 지나도 또렷하다.

     

    그래. 나쁜 말은 시간이 지나면 힘을 잃고 흐릿해진다. 반면에 좋은 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또렷하게 남는다. 그러니 나쁜 말은 흘려버리고 좋은 말엔 크게 웃어야겠다. 좋은 말은 마음에 덧대어 오래도록 기억해야겠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배.

     

    선생님 두 주먹보다 큰 정도가 아니었겠죠. 그보다 훠얼씬 더 크고 엄청나게 맛나 보였겠지요. 그래서 노예(?)를 부려서 그 배를 '거대하게' 그려 보았습니다. 극찬하겠습니다. 걸작을 써내셨습니다. 독자는 이 글을 읽으면서 스스륵, 마법에 걸립니다. 휘황찬란한 표현도 안 쓰셨고, 그저 무심하듯 세심하게 쓰셨는데, 마음을 빼앗깁니다. 마치 조소연 선생님을 따라 다니면서 어르신 한분 한분과 어떻게 대화를 나누시는지 엿듣는 듯,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작은 에피소드 딱 하나를 골라 쓰셨지만, 조소연 사회복지사가 어떤 사람인지 다 알아버립니다. 내용을 충분히 포화되도록 잘 쓰셨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조소연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조소연 선생님께서는 인천사협 '성숙을 담는 글쓰기' 클래스(제 3기)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세 줄 일기, 이렇게 씁니다(다양한 사례와 원리)>

     

    세 줄 일기, 이렇게 씁니다(다양한 사례와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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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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