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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D+1452)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6. 1. 31. 09:54728x90반응형

제목: 싫어!
(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D+1452)
"싫어!"
나는 딸을 키우면서 이 말이 제일 듣기 싫다. 그런데 딸을 키우면서 이 말을 제일 많이 듣는다. 시도 때도 없이 듣게 되는 "싫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난 5년 동안, 참 많이도 실패했다. 돌아보니 그냥 실패로 점철되어 있다. 처음엔 힘을 썼다. 당연히 딸이 졌다. 아빠가 몸집이 다섯 배나 더 크니 딸은 나를 절대로 이길 수가 없었다. 그런데 딸이 목소리를 내면서부터는 힘들어졌다. 딸이 짜증을 내면 아내가 출동해서 나에게 눈화살을 마구 쏘아댔다.
그래도 별 수 없다. 딸이 목소리를 높이면 나도 목소리를 높였다. "얌마, 그래도 집에 돌아오면 손은 씻어야지!" 딸에게 겁을 주는 방법도 동원했다. "너 손 안 씻으면 병균이 남아서 손이 아파! 그래도 괜찮아?" 겁을 주면 그나마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표정이 어두워졌다. 우리 딸은 겁이 많아서 무서우면 잘 울었다.
아내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애 엄마는 어떻게 대처하지?' 아내는 방법을 다채롭게 썼다. (1) 주의 돌리기. 아이는 주의를 오래 기울일 수 없다. 다른 물건을 들이대면 혹할 수 있다. (2) 그냥 견디기. 대치 상황을 견디면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3) 미리 말하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신기하게도 아이가 잘 받아들였다.
아내를 따라했다. 효과가 썩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없으면 다시 힘들어졌다. 빨리 밖에 나가야 하는데, 딸이 손도 안 씻고, 소변도 안 보고, 옷도 안 입으려고 하면 난감했다. 아예 화장실에 안 들어가는데 어떻게 씻기고, 소변을 누이고, 옷을 입히랴. 아내와 꼭꼭 약속해서 힘을 쓸 순 없다. 에효...
결국, 강압적으로 시키지 않는 한, 방법은 하나 뿐. 재미. 어떻게든 딸을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 어린이는 뭐든지 늘, 항상, 언제나 재미를 추구하니까. 하긴, 딸이 왜 "싫어!"라고 외칠까. 간단하다. 아빠가 시키려는 일이 재미 없으니까. 엄마 아빠가 꼭 필요하다고 말하니 그런 줄 알지만, 재미는 없는 걸.
그러니 딸이 "싫어!"라고 외칠 땐, 아빠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해석해야 한다. "아빠, 그걸 해야 하는 줄은 알지만 너무 재미가 없어요. 제가 움직일 공간을 만들어 주세요. 네, 재미있게 만들어 주세요. 그러면 생각해 볼게요." 끙... 그냥 하면 될 걸... 머리는 아파도 강압적으로 시키지 않으려면 다른 수가 없다. 노력해야지.
나: 봄아, 손 씻자.
딸: 싫어요!
나: 싫어? (잠시 고민) 그러면... (딸 허리를 감싸 안으며) 우리 슈퍼 히어로 놀이 할까? 슈웅~ Guri Help us!(어린이집에서 보는 영어책에 나오는 슈퍼히어로)
딸: (반색하며) 아빠! 나는 규리야. 슈퍼히어로야.
나: 그래, 슈퍼 히어로 규리야. 그러니까 봄이 손 앞으로 뻗어! 슈웅~ 날아간다!
나는 오늘 아침, 귀찮아서 싫은 길, 재미 없는 길, 화장실 가는 길을, 뽀로로와 루피를 구하는 길로 바꾸었다. 어렵사리 재미를 장착하니, 딸도 웃으면서 따라줬다. 딸 최애 캐릭터, 루피도 비누 거품에 씻겨주고, 뽀로로도 깨끗하게 씻겨줬다. 그리고 스스로 바지랑 팬티를 내려서 시원하게 소변을 보았다. 흐흐. 너도 기특하고 아빠도 기특하다.
2026년 1월 31일,
이재원 記.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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