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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6. 3. 24. 07:06728x90반응형

김혜지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2026년 3월 12일, 목요일. 날씨 : 내가 쓴 카드값처럼 의아한 날씨(분명 따뜻했는데 추워짐)
(누가/무엇) 1. 전화를 걸었는데 “안 가요!” 거절하신다. 층간 소음이 커서 스트레스를 받으신단다.
(내용/의미) 2.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진지하게 상의했더니, 거절한 일을 하시기로 했다.
(생각/느낌) 3. 마음이 풀리니, 다른 일도 풀린다. 사람을 설득하는 엄청난 비밀을 깨달았다.
제목: 거절
글쓴이: 김혜지(군산나운종합사회복지관 마을팀장, 2026)
첨삭: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6
“신규입주민 환영회가 있는데 오실 수 있나요?”
“안 가요!”
대뜸 거절하신다. 신규 입주민 환영회가 있어 안내 전화를 걸었다. 당연히 오셔야 하진 않지만 너무 날카롭게 반응하셔서 잠시 내가 무언가 잘못 말했나 돌아본다. 사회복지 일을 10년 넘게 경험했지만 거절당하면 여전히 마음이 쓰리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거절이 불편했다. 내가 잘 거절하지 못하니, 다른 사람이 거절해도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거절과 나를 연결해서 생각했다. 다행히 이후에는 사람들이 꼭 나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내가 알지 못하는 사정이 있으면 거절할 수도 있다고 알게 됐다. 깨닫고 나니 거절 당해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하지만, 익숙해지려면 스스로 훈련해야 했다. 여전히 가끔씩은, 사회복지 현장에서 사람들에게 거절당했을 때 의연하게 대처할 수 없었다.
이젠 좀 능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맥락을 모르는 상태에서 거절당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하지만 불편해도 어쩌겠는가? 주민에게도 사정이 있겠다고 생각하고 마무리하려 했다.
“네! 그러시군요. 얼굴 뵙고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나중에라도 상의하실 일 있으면 복지관으로 오셔요!”
“그럼, 이것도 말해도 되려나?”
오잉? 내가 ‘거절’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자, 자연스럽게 다른 이야기를 꺼내셨다. 작년에 지금 사시는 집으로 기분 좋게 이사왔지만, 윗집 층간소음으로 곤란하다고 말씀하셨다. 새로 이사왔다고 찾아가서 인사하면 윗집이 조금 조심할까 싶어 식혜를 사 들고 인사하러 갔는데, 소용이 없었다고 말씀하셨다. 나중엔 관리사무소에 민원도 넣고, 마지막으로 이사를 갈할 수 있는지까지 알아봤는데, 너무 여러 번 가니 관리사무소 직원도 불편한 티를 내서 더 이상 가지 못하고 답답하다고 말씀하셨다.
“아버님, 대단하시네요. 그래도 해결해 보려 하셨네요.”
“아, 잠깐 있어봐요. 내가 지금 복지관 갈게요.”
곧바로 복지관에 오셔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니 이제 윗집은 포기했고, 다시 안락하고 조용하게 지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이사 가면 제일 좋겠다고,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해서 더 절망스럽다고 말씀하셨다. 최소한 이사 관련된 정보라도 정확히 알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내가 관리사무소에 함께 가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하니 또 ‘거절’하셨다.
“내가 그때 너무 많이 가서 좀 그래.”
“아! 그러실 수 있네요. 그러면 제가 몰래~ 누군지 말하지 않고 제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척 다녀올게요.”
(관리사무소에 얼른 다녀 왔다.)
“아버님, 가서 물어보니까 이게 이렇고 저렇대요.”
“아! 그렇구먼. 그럼 내가 좀 기다리면 되겠어요. 아~ 마음이 시원해졌어요! 아까는 마음이 안 좋아서 오기 싫었는데, 한번 와 봐야겠습니다. 며칠이라고요?”
‘거절’을 받아들이고 이야기만 들어드렸는데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닫힌 마음이 풀리니 다른 일도 풀렸다. 우리는 사람을 논리로만 설득할 수 없다. 마음이 훨씬 더 중요하다. 괴로운 문제가 당장 해결되지 않아도, 소박하게 마음을 알아주면 움직인다.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아주는 일, 답답한 사람 말을 들어주는 내 일이 더 값지게 느껴진다.
오! 사람을 설득하는 엄청난 비밀을 깨달았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우와, 걸작을 쓰셨네요! 여러 면에서 무척 훌륭합니다. 우선, 제가 알려 드린 형식(인물-시련-성장)에 잘 맞춰서 쓰셨어요. 아주 훌륭합니다. 그리고 흐름이 부드러워서(잘 아시듯, 축구공 헝겊을 잘 선택하시고 잘 꿰매셔서) 다소 길지만 길게 느껴지진 않아요. 소개/주제도 훌륭합니다. 사회복지 실천론 교과서에 실어도 될 만큼, 보편적인 사회복지 가치를 잘 정리해서 쓰셨어요.
2. 무엇보다도, '거절'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를 잘 표현하셨습니다. 사회복지사는, 본의 아니게, 매우 자주, 도움이 필요한 당사자를 특정한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합니다. 하지만 그 방향이 아무리 옳고 좋아도, 본인이 스스로 알고 수용했어도, 사람은 막상 하라고 권유받으면 마음 속에서 반발심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당사자가 거절했을 때, 마음을 깊이 헤아리고 자연스럽게 대처해야 합니다. 본문에 잘 쓰셨습니다. 김혜지 선생님께서 오히려 '안 해도 된다'고 말씀하시자, 당사자께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셨지요. 맞습니다. 엄청난 비밀을 깨달으셨습니다.
3. 간결하게 쓰려고 애쓰셔서 좋지만, 방향을 좀 더 잘 잡으시면 좋겠어요. 한자어를 너무 많이 쓰세요. 한자어를 쓰면 문장을 압축할 수 있지만, 글쓴이가 의미를 압축하면 독자가 읽으면서 풀어야 하거든요. 그리고 수식어구도 부족해서 종종 부드럽게 넘어가지 않아요. 당장 문장이 좋아지진 않겠지만, 제가 지도한 내용을 꾸준히 반복해서 읽으시면서 감을 익히세요.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김혜지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김혜지 선생님께서는 사회복지사 자기-돌봄 글쓰기 모임, '글로위로'에 참여하셨습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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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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