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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이 너무 예뻐!지식 공유하기(기타)/슬기로운 의사생활 2020. 7. 4. 19:17728x90반응형
<슬기로운 의사생활, 제 8화 중에서>
중환자실 간호사: 교수님, 또 두통? 약 드릴까요?
안정원(소아외과 교수): 괜찮습니다. 재희, 오늘 배 사진 찍었죠?
간호사: 네.
안정원: 어제 지-튜브 드레인 얼마나 나왔어요?
간호사: 엊그제는 50인데, 오늘은 20이요. 양 많이 줄었어요.
안정원: 아, 그래요? (아기 상태를 보면서) 어디 보자... 아이고~ 어젠 되게 초록색이더니, 오늘은 클리어해졌네요?
채송화(신경외과 교수): (안정원을 보고) 오셨다. 컨디션이 좋은 걸 보니, 환자 상태가 좋아졌군.
김준완(흉부외과 교수): 퇴원이 임박이거나.
안정원: 야야, 재희가, 똥을 잘 싸!
채송화: (어이 없다는 듯) 어, 그래... 축하해.
안정원: 똥이, 색깔도 예쁘고, 모양도 예뻐. 으하하하, 먹으면 바로 바로 얼마나 잘 싸는데! 으이그! 똥이 너무 예뻐! (진정하면서) 내 빵은? 내 꺼 어딨어?
김준완: (먹던 빵을 내려 놓고 빵 봉지를 숨기며) 우리가 다 먹었어.
채송화: (배를 가리키며) 지금 똥으로 변신 중이야.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먹개비 캐릭터인 송화와 준완이. 병원 휴게 장소에서 빵을 나누어 먹고 있다. 안정원 교수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 이윽고 안정원 교수가 신나게 달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희희낙낙 거리면서 친구들에게 달려 오더니 하는 말: "야야, 재희가, 똥을 잘 싸!"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영아 환자의 상태가 좋아졌다는 뜻이다. 안정원 교수는 따뜻하고 섬세하여 분위기 파악을 잘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인데도 친구들이 무언가를 먹고 있는 장면에서 똥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친구들의 기분 따위는(?)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 정신줄을 놓고 진심으로 기뻐한다는 뜻이다.
2008년 늦봄에 일본 오사카, 고베 지역에 위치한 장애인 시설을 탐방한 적이 있다. 오사카의 지역 시민단체가 수탁하여 운영 중인 중증 장애인 데이 케어 센터에 갔던 기억이 난다. 그곳은 그야말로 눈만 깜빡할 수 있는 중증 뇌병변 장애인 분들이 낮 동안 오셔서 시간을 보내는 곳이었다. 그런데 기관을 탐방하면서 인상적으로 느껴진 점이 있었다: 직원 분들의 표정이 편안하고 밝아 보였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직원 분들 표정이 무척 밝고 편안해 보이는데 비결이 있습니까?" 그랬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이곳 직원들은 평균 근속 기간이 10년이 넘습니다. 그만큼 업무 환경과 직원 복지 제도가 좋습니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1) 그곳 직원 분들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과 정서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시는 것 같아 보였다. 인터뷰를 통해서도 확인했지만 직원 분들은 클라이언트가 보이는 작은 변화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뻐하고 슬퍼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외부에서 손님이 오셨으니 좋게 보이려고 노력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클라이언트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2) 직원들의 표정은 직원들의 복지 상태를 그대로 드러낸다. 직원 복지가 곧 클라이언트에게 전달되는 서비스의 질을 결정짓는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케어 노동에 종사하는 사회복지사가 행복해야 한다. 열악한 대우로 일관하면서 끝내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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