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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더욱 그렇게 말하면 안되겠다
    지식 공유하기(기타)/슬기로운 의사생활 2020. 8. 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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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기로운 의사생활 제 6화 중에서> 

     

    채송화: 야, 나 혹시... 암이면 어떡해?
    이익준: 고치면 돼지. 내가 무조건 고쳐 줄게.
    채송화: 허... 괜찮네.
    이익준: 뭐가?
    채송화: 의사의 확신에 찬 말. 왜 의사들이 그런 말 하면 안된다고 하는지 이제 알겠다. 그말, 너무 듣기 좋네. 진짜 어떤 병도 다 낫게 해 줄 것 같아. 그 말. 그러니까 환자들한테 더 더욱 그렇게 말하면 안되겠다. 나중에 혹시 잘못되면, 혹시 결과가 안좋으면, 정말 너무 너무 절망할 것 같아.


    몸에 이상 신호가 와서 병원 진찰을 받은 채송화 교수. 그를 응원하기 위해서 병원에 함께 와 준 이익준 교수. 로비에서 진찰 시간을 기다리면서 마음을 졸이고 있다. 늘 안정되고 침착한 모습을 보이던 송화도 이때만큼은 긴장한다: "나 혹시 암이면 어떡해?" 그러자 익준이 하는 말: "내가 무조건 고쳐 줄게." 송화는 헛웃음을 내비치며 "환자들에게 그런 말을 하면 안되겠다"고 말한다. 늘 남을 치료만 하던 의사가 자기 몸을 다른 의사에게 맡겨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오묘한 상황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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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장애인복지관에서 인테이커로 일할 때, 유명 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재직하셨던 저명한(우리 업계에서는 성함만 대면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는) 명예 교수님의 아드님이 복지관을 방문하신 적이 있었다. 맞다. 이분의 아이에게 ASD 성향이 발견되어서 종합 진단과 재활 서비스 디자인을 받기 위해서 오셨던 것이다. 이 분이 불안한(?) 눈빛으로 하루 종일 이 방 저 방 다니며 각 영역의 전문가들을 만난 후, 최종적으로 재활의학과 전문의(촉탁의)에게서 들은 말: "이 아이는 ASD, 그러니까 자폐 성향이 강하네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본인도 어느 연구 기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해온 그에게, 자폐성 장애가 이제 막 발견된 아이의 부모로서 취급받는(?) 경험이 매우 특별했나 보다: "에혀... 평생을 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말을 해 왔는데, 막상 제가 서비스 대상자가 되고 보니, 한 편으로는 어색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참담한 느낌이 드네요."

     

    한편, 나는 8년전부터 (해결중심) 부부치료자였다. 심각한 갈등 속에 있고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부부를 주로 만나 왔다. 그런데, 약 5년 전에 갑작스럽게, 그것도 대단히 고통스럽게 이혼을 했다. 치료자로서 너무 창피했다. 그래서 약 1년 동안 상담을 하지 못했다. "본인 앞가림도 못하는 내가 무슨 상담이냐?" 라는 생각이 들어서 내담자를 만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 상담을 너무나도 하고 싶은 일이었다. 그것도 그냥 조금 잘 하는 게 아니라, 압도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도로, 경쟁자들이 좌절감을 느낄 정도로, 끝내 주게 잘 하고 싶었다. 그래서 뜨거워진 낯을 부여잡고 강력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다시 상담을 시작했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그동안 부부치료자로서 나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크게 세 가지 변화가 있었다: 

     

    (1) 내담자를 이해하는 마음이 강렬해졌다. 그 동안은 내담자 부부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그들"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남의 집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또 다른 ) 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내 이야기이므로 전보다 훨씬 더 이해가 잘 되었다.

     

    (2) 내담자를 돕고 싶은 마음이 강렬해졌다. 이전에 비해서,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좀 더 절절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이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도 훨씬 더 커졌다. 단순히 커진 정도가 아니라, 내 마음이 하늘에 닿기 시작했다.  

     

    (3) 필요한 말을 하는 용기가 생겼다. 이전에는 해결중심모델에 너무 치중해서 차마 하지 못했던 조언을 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치료자가 하는 과감하고 냉철한 말 한 마디가 내담자에게 황금처럼 값진 그 무엇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모든 원조전문가가 나처럼(혹은 드라마 속 채송화처럼) 자신이 주로 다루는 어려움을 겪을 필요는 없겠다. 나는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스트레스를 느끼는 사건을 경험했는데, 이런 경험이야말로 결코 겪어서는 안되는 최악의 경험이다. 하지만 때로는 원조전문가 본인이 직접적으로 어려움을 경험하는 것이 커다란 축복(?)이 될 수도 있다. 나만 보더라도, 이혼 이전과 이혼 이후를 비교한다면, 원조전문가로서 가지는 마음가짐부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인간에게는 신께서 허락하신 능력, "상상력"과 "공감 능력"이 있다. 나는 원조전문가 동료들에게 이 두 가지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도움을 받는 클라이언트를 적극적으로 이해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그리고 자신의 삶 속에 존재하는 경험적 데이터를 최대한 끌어내어 활용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건투를 빈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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