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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상담 공부방/해결중심상담 교육 후기 2020. 12. 25. 07:20728x90반응형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미역국을 먹으러 갔다. (아내가 미역국 정식을 무척 좋아한다.) 고슬고슬한 쌀밥에 노릇한 고등어 구이, 아삭아삭한 김치에 구수한 미역국. 정말 끝내주는 맛이었다. 머리를 국그릇에 박고 한참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카톡 메시지가 날아든다.
"띵동~!"
열어보니, 편지(?)다. (아니, 원래는 소감문인데 사연이 길어져서 편지가 된 글이었다.) 글쓴이는 평소 내가 사랑하는 학생 중 한 분이신 "김혜숙 화성여자단기청소년쉼터" 소장님이셨다: "해결중심상담 교육을 마치며" 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이 편지에는 소장님께서 지난 6개월 동안 나에게 해결중심모델을 배우시면서 경험하셨던 변화가 곱게 정리되어 있었다.
아내와도 나누고 싶어서 읽어 주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한 줄 한 줄 읽어 나가는데... 갑자기 눈에서 물이 나왔다. (심상치가 않았다: 나는 울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미 눈물이 터져버려서 마지막까지 읽지 못했고 아내가 나에게 읽어 주었다.
내용을 조금 소개한다:
"매번 교육 때마다 줌(Zoom) 화면을 뚫고 침이 튀어 나올 것 같은 선생님의 열정을 느끼고는, 믿고 따라가며 나도 질문을 외워보기로 했다."
"6개월 배워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는 갖추지 못했어도 두려움이 사라진 게 정말 감사하다. 두려움이 사라진 자리에서 청소년이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얘기하면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춤출 일인가?"
"실력있는 선생님에게 태도와 기술을 연마한 시간. 연식이 오래된 내가 서서히 물든 것 보니 이재원 선생님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내가 왜 눈물을 흘렸을까? 곰곰 생각해 보았다:
나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었다. 나를 세심하게 인정해 주고 격려해주는 선생님을 만나고 싶었다. 내가 발전을 거듭하다가 마침내는 "(해결중심 가족상담) 대가"로 우뚝 서려면 끝내주게 좋은 선생님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백년간 비밀리에 전수되어온 소림사 비밀 권법(?!)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비스무리한 것 정도는 전수해 줄 선생님을 만나야 내가 대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구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인생이 변했다고도 말하는데... 나만 운이 없는 건지... 그런 선생님을 거의 만난 적이 없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40대 초반까지도 내가 선생님 운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고 말하는) 남들을 부러워했던 것 같다.
그러나 가르치는 일을 시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동안 나는 내 자신이 대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쳐 보니 "최선을 다해서 쉽게 가르쳐서 내 학생들이 뛰어나는 대가가 되는 모습을 보는 게 훠얼씬 더 재미있고 보람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어느 순간, "나는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선생님을 내가 보여주마" 혹은 "훌륭한 선생님은 그 누구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주마" 라고 결심했던 것 같다. 물론, 나는 아직 그 정도 선생은 아니다. 열정이 지나쳐서 자주 학생들 얼굴에 침을 튀기는, 정도의 "듣보잡 강사"에 불과하다. (요즘엔 거의 온라인으로 가르치니 실제로 침을 튀길 일은 별로 없지만.) 다만, 마음 속으로 이런 생각은 한다:
"배움은 신성한 것. 가르친다는 것은 결국, 자존감을 높이는 법을 전수하는 것."
배우는 사람은 자존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은 결국 자존감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배움을 통해서 지식이 깊어지고 시야가 넓어지고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 조금이라도 더 독립적인 사람이 된다. 그래서 나는 가르치는 행위와 배우는 행위 모두 신성하다고 생각한다.
2020년 12월 24일, 나는 (선생으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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