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저희가, 자주 올게요
    지식 공유하기(기타)/슬기로운 의사생활 2021. 7. 11. 19:42
    728x90
    반응형

     

    <병원 로비> 

     

    도재학: 치료 잘 받으시다가, 지난 주에 운도 없게 자전거 타다가 갑자기 다이섹션(대동맥 박리) 와서 잘못 넘어지면서 경추 3번, 4번이 손상됐어요. 쿼드리플레지아(사지마비)는 피하기 힘들 것 같다고... 수술도 엄청 힘들었구요. 

    김준완: 이 병이 그래서 무서워. 언제 다이섹션이 올 지 모르니까. 가족분들이 걱정이 많으시겠네. 

    도재학: 가족이 없어요. 고아에요. 

    김준완: 그래도 보호자는 있을 거 아냐. 

    도재학: 아무도 없어요. 가족도 없고, 친척도 없어요. 

     

    <중환자실> 

     

    간호사: 천명태 교수님이 다음 주 학회셔서, 다음 주에는 김준완 교수님이 맡으실 거에요. 

    환자: (눈 깜빡인다.) 

    간호사: 안외로우세요? 

    환자: (입모양으로) 외로워요. 

    간호사: 저희가, 자주 올게요. 

    환자: (웃는다.) 

     

    <중환자실 복도> 

     

    김준완: 환자를 바라보며 손을 올린다. 

    환자: (웃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제 4화에서> 


    외로웠다. 다 큰 성인 남자가 혼자 병실에 누워 있으려니까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자전거 타다가) 어깨 끝 쇄골뼈가 부러졌으니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질환은 아니었다. 수술 잘 받았으니 어차피 괜찮을 터였다. 그러나 덕분에 일도 못하게 되었고, 세안을 하거나 화장실에 가려면 30분씩 시간이 걸리니 답답하고 죽을 맛이었다. 무엇보다 부모님 외에는 찾아올 사람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 신세가 무척 처량하게 느껴졌다. (사실, 누가 온다고 해도 말리고 싶었다. 팔을 다쳐 놓으니 씻는 게 너무 불편했고 그래서 아예 씻기를 포기한 터라, 혹시 냄새라도 날까봐… 너무 싫었다.)

    그런데 병원에 입원해 있던 2주 동안, 네 팀이나 나를 찾아와 주었다. 그렇게 오지 말라고 했건만… 나를 찾아와서 환자 안 씻은 냄새를 확인…하… 지 않고(농담이다, 농담!) 애정을 확인하고 간 사람들. 냄새라도 풍길까봐 그렇게 걱정했지만 기꺼이 그런 냄새라도 맡겠다는 태도로 두 팔 벌리며 다가오는 친구들을 보고 있노라니, 내가 세상 헛살지는 않았구나, 싶었다. 물론, 맛이 별로 없는 저염 병원밥만 먹다가 누가 찾아와서라도 아랫층에 내려와서 사제 밥을 먹는 재미도 나쁘진 않았다. 하하.


    <우아한 사회복지사 텀블러 공동구매> 아직 늦지 않았어요~!

     

    우아한 사회복지사 텀블러 공동구매!

    안녕하십니까? 해결중심모델로 상담을 하기도 하고 가르치기도 하는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 며칠 전, 제가 외국 서적을 찾으러 아마존 웹 사이트에 놀러 갔다가 엄청 예쁜 텀블러를 발

    empowering.tistory.com


    내가 어쩌면 부끄러울 수도 있는 이야기(자전거 타다가 어깨뼈 부러진 이야기가 뭐가 자랑스럽겠는가)를 꺼낸 이유는, 슬의생 시즌 2, 제 4화에 나온 고아, 경미씨 이야기가 남일 같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경미씨는 선천성 유전병을 진단받은 환자인데, 자전거를 타다가 다이섹션(대동맥 박리: 대동맥이 찢어지는 현상)이 와서 사고를 당했고 경추 3, 4번이 손상됐다. 경추 3, 4번이 손상된 환자는 대개 사지마비 증세로 다시는 걷지 못한다. 과연 경미씨는 호흡을 위해서 입으로 연결한 기구를 물고 오로지 눈을 깜빡거리는 몸짓으로만 세상과 소통한다. 안쓰럽게 여긴 담당 간호사가 "안 외로우세요?" 라고 묻자 힘들게 "외로워요"라고 말하는 그녀.

    고맙다. 아마도 판타지겠지만, 그래도 고맙다. 시간이 없다면서도 중환자실 앞으로 와서 입을 벙긋대며 밝게 웃어대는 도재학 전공의가. "저희가 자주 올게요" 라고 말하며 밝게 웃는 중환자실 간호사 '소연 샘'이. 그리고 말없이 와서 손을 흔드는 츤데레, 김준완 교수가. 겨우 어깨뼈 부러지고 무릎 인대 파열되었던 정도로는 경미씨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자정이 갓 넘은 새벽에 병실 문을 사사삭 열고 들어와 선잠을 깬 나에게 친절하게 말을 붙여 주면서 주사바늘을 갈아 주시던 간호사 선생님이 눈물겹게 고마웠다. 저런 분들께서 조용히, 이름도 없이 도와 주신 덕분에 이땅에 사고와 질병으로 고통스러운 모든 분들이 그래도 마음 편히 잠을 청하시는 거겠지, 싶었다.


    <좀 더 많은 글을 읽고 싶으시면, 아래 박스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배우는 원조전문가의 태도(목차)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배우는 원조전문가의 태도 [시즌 2] 1. 산모와 태아를 도와 주고 싶었어 장겨울: 이 환자 분, 잘 하면 성공할 수도 있겠는데요? 추민하: (마우스를 스크롤해서 한 차트 안

    empowering.tistory.com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jaewonrhie@gmail.com)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