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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는 사람 아니냐?
    지식 공유하기(기타)/슬기로운 의사생활 2021. 7. 27.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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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흉부외과 병동>

     

    김준완: 창민이 어머니 아버지한텐 설명드렸으니까, 창민이 네가 사망선고 해라. 

    임창민: 네, 알겠습니다. 

     

    <PICU(소아 중환자실)>

     

    창민 부모: 흑흑흑...

    임창민: 흑흑흑... (사망) 시, 시간은... 

    김준완: (조용히 들어와 생명연장 장치 끄고) 16시 53분으로 적어 주세요. 

    간호사: 네. 

    임창민: 죄송합니다. (울면서 빠져나간다.) 

     

    <김준완 연구실>

     

    임창민: 죄송합니다. 사망선고 하라고 하셨는데, 그 순간 감정이 북받쳐서 제대로 말씀 드리지 못했습니다. 

    김준완: 뭐가 죄송해? 울 수도 있지. 의사는 사람 아니냐? 우는 건 자연스러운 감정이야. 눈물 나오면, 환자 앞이든, 보호자 앞이라도 우는 거지. 굳이 그런 감정까지 숨기고 참으라고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임창민: 네. 

    김준완: 근데,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아무리 네 감정이 그래도, 해야 할 건 해야 할 때가 있어. 그걸 결정해 주는 것도 의사가 할 일이고.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제 6화에서>


    같은 원조전문직이라고 해도, 의사와 사회사업가는 공감 스펙트럼 양 끝에 위치해 있다. 의사는 기본적으로 자연과학자다. 사람 신체와 생명을 연구하고 다룬다. 의사가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다.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의사는 차가워야 한다. 드라마 슬의생 안에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의사가 넘쳐나지만, 거의 판타지다. 감정적인 의사는 자격 미달이고, 실제로도 감정을 절제하라고 배운다. 반면에, 사회사업가는 기본적으로 인문/사회과학도다. 사람 마음과 관계를 연구하고 다룬다. 사회사업가도 실수하면 주민/이용인이 다칠 수도 있지만, 생명이 왔다 갔다 하진 않는다. 그래서 사회사업가는 차갑기보다는 따뜻해야 한다. 마음과 관계 회복이 필요한 사람에게 따뜻한 애정은 가장 좋은 약이다. 실제로 (내 주변에도) 마음씨 착하고 따뜻한 사회사업가는 수백 트럭에 담을 만큼 넘쳐난다. (그러니 사회사업가는 의사와는 반대로 너무 감정을 써서 어려움이 생길 수 있겠다.) 

     

    한편, 슬의생 안에서도 김준완은 가장 현실 의사스러운 의사다. (마음 속은 따뜻하지만, 어쨌든 겉으로는) 까칠하고, 싸가지 없고 냉정한 츤데레 캐릭터. 감정보다는 이성을 앞세우고, 환자들을 만날 때나 학생(전공의나 인턴)을 가르칠 때나 거의 냉정한 태도를 유지한다. 이런 교수 밑에서 배웠으니, 오늘 자기 이름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아이(창민)에게 사망선고를 해야 하는 임창민(전공의) 선생도 냉정함을 유지해야 했다. AI라는 별명이 붙은 사람답게, 냉정한 김준완 교수 제자 답게, 얼굴 표정 하나 안 바꾸고 사망 선고를 해야 했다. 

     

    하지만 임창민 선수는 펑펑 울고 만다.



    인간중심상담을 창시한 칼 로저스 박사는 공감(Empathy)에 관하여 이렇게 정의했다: 내담자가 느끼는 감정이 마치 내 감정인 것처럼 느끼면서도(정서적 공감), 여전히 그 감정이 진짜로 내 감정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기(인지적 공감). 따라서 제대로 공감을 하려면,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을 오롯이 나도 느껴야 하지만, 그 감정에 파뭍혀서 이성적인 판단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정도가 되어서는 안된다. 임창민 선수는 감정(슬픔)으로 인해서 이성적인 판단/의료 행위(이 경우엔 사망선고)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혹감을 느낀다. 흉부외과 병동에서 거의 'AI 급으로 이성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그 아니던가. 

     

    임창민 선수는 김준완에게 가서 죄송하다며 사과한다. 율제병원에서도 가장 이성적인 김준완 교수에게 혼날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김준완 교수는 임창민 선수 예상과는 정반대로 말한다: "뭐가 죄송해? 울 수도 있지. 의사는 사람 아니냐? 우는 건 자연스러운 감정이야. 눈물 나오면, 환자 앞이든, 보호자 앞이라도 우는 거지. 굳이 그런 감정까지 숨기고 참으라고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이 대사와 관련해서 논평을 하자면, (1) 인간적인 의사 모습을 기대하는 환자/가족 마음을 무의식적으로 표현하는 대사이고, (2) 사회사업가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면을 아주 잘 묘사하는 대사이다. 

     

    하지만 김준완 교수는 이렇게 덧붙인다: "근데,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아무리 네 감정이 그래도, 해야 할 건 해야 할 때가 있어. 그걸 결정해 주는 것도 의사가 할 일이고." 이 대사는, 공감을 주로 정서적인 면에서만 이해하는 사회사업가 머리를 때려준다. '여전히 그 감정이 진짜로 내 감정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기' 라는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는 '인지적 공감', '인지적 거리감'을 일상적인 언어로 거의 완벽하게 번역한 말이다. 그러니 사실은 김준완 교수가 한 말은 의사(전공의, 인턴)에게 필요한 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너무 착해서, 혹은 마음이 너무 따뜻해서 자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회사업가가 특별히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다.

     

    <사회사업가 공감 예시> 

     

    “날다람쥐처럼 뛰어 다니고 싶은데...”

    공감(empathy)은 사회사업가 동료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이다. ‘상담’ 하면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도 ‘공감’이고, 실제로도 현장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언어 기술이다. 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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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사업가를 위한 공감 대화법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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