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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애 아니야
    지식 공유하기(기타)/슬기로운 의사생활 2021. 8. 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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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아 외과 진료실> 

     

    안정원(소아외과 교수): 한준이, 잘 지냈어? 

    한준(환자): 네. 

    한준 모: (끼어들며) 잘 지내긴 했는데, 운동을 안 해서 살이 많이 쪘어요. 

    안정원: 그래도 수치는 다 좋네요. 한준아, 배 땡길 때 있어? 뭐, 어지럽거나 그런 적 없어? 

    한준: 어... 

    한준 모: (끼어들며) 그럴 땐 없었어요. 어지럽지 않고 가끔 두통 정도? 근데, 그럴 때 약 먹으면 바로 괜찮아지더라구요. 

    안정원: 아... 네. 초음파 상으로도 별 문제 없습니다. 한준아, 그래도 너 살은 좀 빼야 돼. 좋아하는 운동 없어? 

    한준 모: 야구! 야구 좋아해요. 하는 거 말고, 보는 거. 

    안정원: (조심스럽게) 저기... 어머니. 한준이도 대답할 수 있어요. 한준이, 6학년? 이제 6학년 됐지? 

    한준: 네. 

    안정원: 어머니, 6학년이면... 자기 몸에 대해서 자기 생각 충분히 얘기하고 표현할 수 있어요. 

    한준 모: 아우, 아니에요. 아직 애에요. 덩치만 컸지. 

    한준: (단호하게) 나, 애 아니야. 

    한준 모: (약간 놀라며) 응? 

    한준: (침착하게) 교수님, 배는 안 땡기는데, 아주 가끔 어지러울 땐 있었어요. 그런데 심각한 정도는 아닙니다. 어... 친구들 빈혈? 그런 수준이요. 운동은 하는 것보단 보는 게 좋아요. 야구 좋아하는데, 야구 보면서 자전거 타면 안될까요? 거실에 실내 자전거 있어서, 그거 타면서 볼게요. 

    안정원: (웃으면서) 좋다. 그렇게라도 운동하자. 자, 선생님하고 약속해.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시즌 07화 중에서>


    장애인복지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인간중심계획(PCP: Person-Centered Planning) 서적을 읽었다. 내용 중에 '선택과 통제권'이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내용을 요약해 본다. 선택이란 무엇인가? 우선은, 당사자에게 의사를 물어보는 행위다. 식당에 가서 어떤 메뉴를 먹을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먹을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다. 마음을 정하는 일이다. 결국 당사자가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일이다. 자율권을 선언하는 일이다. 존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선이다. 

     

    그런데 어떤 선택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려면, 그 선택을 하고 난 결과물을 자기 손에 쥘 수 있는 (실질적인) 통제권이 중요하단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는 상황에 비유해 보자. 그대가 어떤 중국 음식점에 갔다. 식당 주인이 메뉴 판을 그대에게 주고 '뭘 드시겠습니까?' 물어온다. 그대는 '전요, 사천 자장면 먹을래요' 라고 답한다. 그러자 식당 주인이 이렇데 말한다: '그 메뉴는 손님께서 드시기에 위험합니다. 너무 맵거든요.' 그래서 그대는 또 이렇게 말한다: '그래요? 그러면 짬뽕을 먹을게요.' 그러자 식당 주인이 또 이렇게 이야기 한다: '아이고~ 그 메뉴도 위험할 것 같은데요? 너무 매워요.'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 이 중국 음식점에서 손님은 먹고 싶은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가? 그렇다. 그렇다면 이 중국 음식점에서 손님은 자신이 선택한 음식을 실제로 먹을 수 있는가? 아니다. 말하자면, 이 음식점에 방문하는 손님은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자신이 선택한 결과물(음식)을 실질적으로 받아서 먹을 수는 없다. 선택지를 준다고 해도, 그가 선택한 결과를 누리거나 스스로 책임질 수 없다면,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의미가 없어진다. 선택하면 뭐하나? 그냥 물어만 볼 거라면. 

     

    며칠 전 시청한 슬기로운 의사생활 에피소드 7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이 나왔다. 소아 외과에서 큰 수술을 받은 한준이는 초등학교 6학년(13세)이다. 엄마와 함께 병원에 와서 안정원 교수에게 외래 진료를 받고 있다. 이 상황에서 도움을 받아야 할 환자는 한준이고, 환자를 돕는 사람은 의사인 안정원과 한준 엄마다. 그런데 두 사람은 한준이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다르다. 엄마는 한준이가 말을 하려고 하면 중간에 끼어든다. 안정원 교수는 한준이에게 질문을 했는데 엄마가 답을 한다. 엄마는 한준이를 위하고 한준이를 돕는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실제로는 한준이가 내릴 수 있는 선택을 빼앗고 있다. 반면에, 안정원 교수는 한준이가 충분히 자기 말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한준이가 선택한 결과(자전거를 타면서 야구 보기)를 실질적으로 인정해 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좋다. 그렇게라도 운동하자. 자, 선생님하고 약속해."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주민/이용인을 만나면서 강점관점으로 실천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나 같은 선생을 찾아와서 단기적으로 특강도 듣고, 팀원 전체가 장기적으로 해결중심상담 교육을 받으면서 자문도 받는다. 선생 관점에서 보면, 우선은 기쁘고 흐뭇하다. 단 한 명이라도 더 강점관점실천을 배우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늘 긴장하고 주의한다. 사람들이 강점관점실천에 관해서 이전부터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잘못된 이미지나 상식이 강점관점실천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게 막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강점관점실천은 원조전문가가 보기에 주민/이용인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나 자원을 대신 발견해서 알려주고, '당신이 이런 저런 강점/자원을 가지고 있으니, 내가 생각하기에(혹은, 상식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바를 충분히 실천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면서 '생산적인 행동'으로 유인하는 방법이 아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내가 보기에 가치 있고 중요한 바(의미, 가치, 도덕, 규범 등)을 시작점으로 삼는 게 아니라, 그가 옳다고 생각하고 그가 보기에 가치 있고 중요한 바를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태도를 시종일관 견지하는 과정 그 자체다. 

     

    안정원: 6학년이면, 자기 몸에 대해서 자기 생각 충분히 얘기하고 표현할 수 있어요. 

    한준 모: 아우, 아니에요. 아직 애에요. 덩치만 컸지. 

    한준: (단호하게) 나, 애 아니야.

     

    만약에... 주민/이용인이 당장 한준이만큼 자의식이 뚜렷하고, 생각이 있고, 당차게 자기 생각을 말하지 못한다면? 설사 그렇다고 해도, 만약에 그대가 진정으로 강점관점으로 실천을 하고 싶다면, 그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리고 그가 실질적으로 자기 선택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선택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부여해야 한다. 원하는 바를 묻지만 말고, 들은 답을 현실로 만들도록 도와야 한다. 그가 자기 삶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배우는 원조전문가의 태도(목차)>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배우는 원조전문가의 태도(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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