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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면... 버릴까?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8. 12.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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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쏘는 듯한 말투에 적응이 쉽지 않았으나 그 말투가 이제는 친근하게 느껴짐.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학생에 대한 애정을 느꼈음."

     

    얼마 전, 해결중심상담 기본반(1기) 수업이 모두 끝나고 나서 내 강의에 대한 피드백을 여쭈었을 때, 아끼는 학생 중 한 분께서 해 주신 말씀이다. 솔직히 납득도 수용도 안되었다. 그래서 (정말 알고 싶어서) 정중하게 여쭈었다: "선생님, 제 말투가 쏘는 듯 하나요?", "쏘는 듯하다, 는 말씀은 어떤 뜻이죠?" 내게 돌아온 카카오톡 답변: "별다른 뜻은 없구요, 그냥 재미있게 말하느라... ㅎㅎ" 이 양반, 수업 내내 참 성실하고 정직하게 공부하신 분이다.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헌데, 왠지 내 말투를 돌아보게 되긴 했다. 악의는 전혀 없었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느끼신 점은 사실 같았다. 

     

    "그러면... 버릴까?"

     

    며칠 전 아내와 함께 나선 저녁 산책길에 집앞에 새로 생긴 커피숍에 들렀다. 뭘 마시겠냐고 묻길래, "난, 청포도에이드"라고 답했는데(커피숍에 재료가 소진되어서 어쩔 수 없이), 딸기 요거트를 가져온다. 기대했던 청포도 에이드는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딸기가... 마치 하이얀 순두부에 양념간장 뿌린 듯 선명하게 보여서 좋았다. 그래서 맛나게 마시려고 하는데 아내가 말한다: "근데, 이거 칼로리 높을 텐데, 자기 살 뺀다고 했잖아." 순간, 가볍게 짜증이 났다: '그래, 맞지. 여전히 살 빼고 있지. 하지만 이미 주문한 거고, 눈앞에 나왔는데 먹지 말아야 하니? 사 줄 땐 언제고, 먹지 말라는 말을 하면 나는 어쩌니? 무슨 말인지는 아는데, 그래도 이왕 나온 거 이번에는 그냥 먹을래.'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는데, 내 입에서는 다소 공격적으로 이런 말이 나왔다: "그러면... 버릴까?" 

     

    아내가,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도 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길래 말했다: "아니, 여기까지 와서, 주문까지 다 해 주고 나서, 마시지 말라는 말을 하는 의도는 뭐니? 대체 어쩌라는 거야? 말이 앞뒤가 안맞잖아." 그러자 아내 왈: "오빠, 듣고 보니 그런 면도 있네. 내가 이렇게 말해 놓고 바로 후에 저렇게(반대로) 말할 때가 있는데(모순된 메시지), 지금 그렇게 말한 거 같네. 그래도 말을 조금만 부드럽게 해 주면 좋잖아? 예를 들어서 '여보, 자기 말이 맞는데, 그래도 지금은 이왕 주문한 거니까 그냥 마시자'라고 말야." (역시, 아내 말씀이 진리다!) 아내 말을 듣고 보니 인정이 되었다. 굳이 그렇게 세게 말할 필요가 없었는데, "그러면... 버릴까" 라고 다소 공격적으로 말한 내 입이 부끄러웠다. 

     

    이런 일이 있고 보니, 학생 분께서 내 말투에 대해서 언급하셨던 말씀이 다시 떠올랐다. 내 말투는 왜 이런 걸까? 우리 어머니는 전라남도 땅끝 섬 출신이셨다. 남도 말투 자체가 워낙 강한데, 어머니 말투는 더 셌다. 어릴 때 내가 어떤 이유로 불안해서 손 발을 떠는 틱 증상을 보였을 때, 어머니께서는 "저노무 자식, 손목아지를 잘라 버릴까보다" 라고 말씀하셨다. 너무나 강력한 말씀 때문에 안그래도 불안한 마음이 더욱 불안했던 기억이 난다. (오해 마시라, 나는 어머니를 사랑하고 어머니께서 살아오신 힘든 세월도 이해한다.)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생각이나 감정을 지나치게 날 것 그대로 말씀하시는 어머니 말투가 너무 싫었다. 그런데, 내가 누구 작품인가? 어쩔 수 없이 어머니 말투를 닮았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부단히 그 말투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 왔는데, 아직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다. 

     

    인정한다. 깨끗이 인정한다. 

     

    내 말투가 쏘는 듯하다고 부드럽게 지적해 주신 학생 분 말씀을 인정한다. 충분히 부드럽게 말할 수도 있는데, 공격적으로 말한 거 아니냐는 아내 말씀도 인정한다. 아마도 나에게 미처 다 말씀은 하지 못하셨겠지만, 내 쏘는 듯한 말투 때문에 불편하셨을 지도 모르는 친구, 선배, 동료들 앞에서 내 말투를 인정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노력해 왔듯이, 조금이라도 더 부드럽고 친절한 말투를 익히고 배우려고 노력하련다. 왜냐하면, 쏘는 듯한 말투 속에서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학생에 대한 애정'을 느끼셨다는 진심어린 학생 분께서 함께 해 주시기 때문이다. 내 말이 무척 공격적으로 들렸을 수도 있고, 그래서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는데, 부드럽게 내 잘못을 알려 주고 대안을 알려 준 사랑하는 아내가 내 곁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해결중심상담 기본반(1기) 수업 평가>

     

    복지관 사례관리자가 이재원 선생 수업을 평가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시 강북구에 위치한 번동3단지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권영성 사회복지사입니다. 이재원 선생님 수업을 들은 학생으로서, 제 기준에서 선생님 강의에 대한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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