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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경기를 하고 싶다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1. 9. 12. 11:28728x90반응형
여섯 살 무렵, 매주 일요일 아침에 아버지와 레슬링을 했다. 내가 침을 흘리면서 늘어지게 자고 있으면 아버지께서 나를 몸으로 눌러서 깨우시곤 했다. "내 사랑 하자~ 내 사랑 하자~" 이렇게 말씀하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버지께선 나와 함께 하는 레슬링을 '내 사랑'이라고 표현하셨다. 내 체온이 묻어 있는 도톰한 이부자리 위에서 서로 껴안고 뒹굴었으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귀여운 사랑 놀음으로 보였을 테니, 이 스포츠(?)에 '내 사랑'이라는 이름은 참 잘 어울렸다.
옛날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기억에 회색빛이 스며들기 마련인데, 아버지와 '내 사랑' 했던 기억은 여전히 총천연색 칼라 TV 같다. 심지어 스틸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이다. 웬만한 액션 영화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생동감이 있다. 글쎄... 내가 열 살이 넘으면서부터 아버지께서는 가부장으로서 아들에게 권위 있는 모습만 보여주려고 애쓰셨다. 그래서 '내 사랑' 경기도 다시는 개최되지 않았다. 대조 효과가 있어서일까? 다시는 경험할 수 없어서인지 그 옛날 기억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아내가 임신 18주를 넘어서면서 이젠 나도 점점 아빠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의사 선생님 말씀에 우리 '기적이'는 딸내미라고 하니, 이 친구와 레슬링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40년이 넘는 이 순간까지도 총천연 칼라 TV 동영상으로 느껴지는 내 어릴 적 신나는 순간에 대한 기억을, 딸에게도 선사하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아이가 아주 어릴 때 뿐만 아니라 충분히 성장해서도 신나는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아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몰라서 내 주변을 서성거리시는 아버지 모습을 닮고 싶진 않다.
이번 주에 '이재원의 글쓰기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내 준 글감: "내 인생에서 가장 신났던 순간." 학생들을 독려하고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 일요일 아침에 (30분 동안) 위 글을 썼다. 이 부족한 선생은 글감을 내 드리고, 학생들께서는 열심히 짧은 글을 써서 내신다. 내가 개별적으로 피드백을 드리면, 학생들께서는 내 피드백에 대한 피드백을 주신다. 이렇게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매주 글 한 편씩을 완성해 가고 있다. 학생 분들께서 열어 보여 주실 어릴 적 신나는 기억을 빨리 읽고 싶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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