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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이 뇌병변 장애인이라서 무시한 거에요?상담 공부방/공감, 수용, 진정성 강의 후기 2021. 11. 3. 06:57728x90반응형
애초에 내가 공감/수용/진정성 강의를 하게 된 이유는 내가 오랫 동안 공부해 온 해결중심모델을 좀 더 유연하고 절충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서였다. 해결중심모델을 배우면 사람들은 아무에게나 무작정 질문을 던지곤 한다. 내담자 강점을 자극하는 질문만 던지면 뭔가 휙휙휙 바뀔 거라는, 거의 아무런 근거가 없는 자신감을 뿜어낸다. 그리고 크게 코를 다친다. 그리고 '해결중심모델은 안통해. 우리 현실에 안맞아' 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다시 옛날 방식으로 돌아간다. 이 상황에서 떠올리는 단순한 진리: 아무렇게나 휘둘러도 먹히는 도깨비 방망이는 없다. 그러니까, 문제는 망치가 아니라 망치를 든 그대다. 황금으로 망치를 만든다고 해도 엉뚱하게 휘두르면 애먼 손가락만 찧는 법이다. 해결중심 질문 자체가 안통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어설프게 썼기 때문에 안 통하는 거다.
왜 이 멋진 도구가 안 통한다고들 말씀하실꼬. 곰곰 생각해 본다. 사실, 간단하다. 감정적인 수단이 필요한데 인지적인 수단을 썼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해결중심 질문은 대단히 인지적인 도구다. 질문을 통해서 우리는 상대방 생각을 바꾸려고 한다. 그런데 내담자는 마음이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부정적인 감정이 벽이 되어서 인지적인 회로가 작동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벽을 부수어야 한다. 감정적인 벽을 최소한 낮추기라도 해야 한다. 감정적인 벽을 낮추는 방법은 많다. 그런데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도구는 역시 공감이다. 인지상정이다.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줘야 비로소 상대 얼굴이 이런 저런 대화도 하고 싶게 되는 법이다. 그러니 우리가 공감만 잘 해도 많은 문제가 풀린다. 무슨 대단한 상담 기술을 따로 익히지 않아도 된다.
강력한 증거를 대겠다.
제가 동호회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5월에 1기를 모집해서 다섯 개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어요. 반응이 좋은 편이라서 그 후에 8월에 2기 동호회를 모집해서 소그룹으로 한 번 더 진행하려고 했죠. 그래서 8월에 모집을 해서 9월에 마감을 했고, 이분께서 지원을 하셨어요. 처음에 전화를 하셔서 "우리가 이번에 동호회 계획서를 작성해서 제출했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데, 말이 굉장히 어눌하시고 조금 느린 분이었어요.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용인이셨던 거에요. 저는 천천히 들으면서 알겠다고 확인해 보겠다고 말씀 드리고, 나중에 확인을 해 보았는데요. 그때가 한참 코로나 4기 대유행 시기였거든요. 그래서 2기 동호회를 진행해야 하냐 말아야 하냐, 우리들끼리 논의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그런데 대유행 기간이 길어지면서 하염없이 시간만 흘러갔던 거에요. 그런데 저는 이 분이 굉장히 아까웠던 거죠. 계획서도 굉장히 잘 쓰셨고, 하고 싶은 의지가 굉장히 강하신데, 이걸 안된다고 말씀 드려야 하는지, 아니면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말씀 드려야 하는지, 그런데 일단은 기다려 달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대유행이 진정이 안되고 계속 확대되는 추세에서 한 달 정도 지났을까요? 그때 한 번 더 전화를 하셨더라구요. "혹시... 아직도 결과가 안나왔나요?" 물으시는데, 제가 말씀을 드렸죠: "대유행이 계속되고 있어서 동호회를 더 늘려서 진행하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안전하게 운영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2기 동호회는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었는데, 조금 있다가 이용인 분의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셔서 엄청 크게 화를 내시는 거에요. "우리 딸이 계획서를 써가면서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과 함께 신청을 했는데, 기다리는 말만 계속 하면서 이렇게 딸 마음을 짓밟을 수가 있느냐?" 라고 굉장히 크게 화를 내셨어요. 그래서 저는 그 마음을 공감해 드리면서 이런 생각을 좀 했던 것 같아요. "이 분께서 나에게 화를 내시는 이유가 뭐지?", "이렇게 말씀을 하시면서, 나에게 어떤 말씀을 듣고 싶으신 거지?"
그래서 이렇게 말했어요: "어머니, 제가 너무 늦게 말씀 드렸지요? 지금 이런 저런 사정이 있어서 부득이하게 이렇게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데도, 어머니께서 계속 화를 내시는 거에요. 저로서는 이 이용인 분과 함께 하고 싶어서 그랬던 건데, 어머니께서는 조금 다르게 이해를 하셨던 거죠. 그래서 "계획서에 담아 주셨던 내용이 제가 머리에 그렸던 바람직한 동호회 모습이어서 저도 너무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고 말씀 드리면서, (사실에 입각해서) 계획서를 내신 분을 조금 띄워 드렸어요. 그랬더니 어머니께서 "혹시 내 딸이 말도 잘 못하는 뇌병변 장애인이라서 일부러 반려한 거 아닌가요? 무시하는 거 아니냐구요?" 라고 말씀하셨는데, 전화 너머지만 제가 손사래를 막 치면서, "전혀 아닙니다. 저는 전화 하셨던 분 말씀을 다 듣고 있었고, 무척 천천히 말씀하셨지만 계속 다 듣고 있었습니다" 라고 이렇게 말씀을 드렸거든요. 이 상황에서 어머니께서도 어쨌든 안된다는 걸 아셨으니까 전화를 끊으셨어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2, 30분 후에 다시 전화를 하셨더라구요. 근데 목소리가 180도 달라진 거에요. "아깐 딸이 너무 속상해 하길래, 말을 조금 세게 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공감해 주시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셔서 그래도 제가 마음 한 편에서 마음이 많이 풀렸던 것 같아요. 딸이 뇌병변 장애인으로 복지관 다니고 있는데 저는 딸에게 최대한 간섭이나 코치를 안하려고 해요. 딸이 복지관에 전화를 걸었을 때도 스피커 폰으로 전화를 했는데 바로 옆에 있었으면서도 한 번도 조언을 해 준 적이 없어요. 그런데 딸이 이번에 야심차게 계획서를 준비해서 냈는데, 그게 잘 안되니까 너무 속이 상해서 그렇게 말씀을 드린 거에요. 선생님이 전화하시면서 딸이 하는 말을 잘 경청해 주시고 이해를 못하시면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렇게 되물으셨던 말씀도 다 듣고 있었어요. 아까는 너무 죄송했어요. 그래도 우리 상황을 이해해 주시고 해결책을 좀 제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이야기 듣고 전화를 끊었어요.
이 전화 통화를 하면서 제가 생각한 건, 물론 그 이용인 분에 대한 제 욕심으로 인해서 그 분에게 미리 말씀을 못 드린 건 제 잘못이 맞아요. 그런데 그렇게 다짜고짜 화를 내시는 분에게 무조건 그냥 "제가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이분이 왜 화를 내시는 거지? 이분이 나와 대화를 나누시면서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거지?" 이런 생각을 계속 머리 속에서 굴리면서 대화를 하다 보니까, 제가 말하는 내용도 이런 생각에 맞춰서 답변을 하게 되었고, 전화를 끊고 나서도 무조건 혼났네, 그래서 기분이 나쁘네, 이런 생각보다는 이런 상황에 맞춰서 우리가 배운 공감 기술을 내가 활용할 수 있었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 사연: 송파구방이복지관 청소년성인지원팀 김강혁 사회사업가
인터뷰 & 글: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사회사업가(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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